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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펼쳐라

박재희 | 18호 (2008년 10월 Issue 1)
월가의 전설이 깨지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은행들은 파산과 합병을 거듭하고 있고, 잘나가던 세계 증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융 위기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현재의 위기상황은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다.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같은 전조가 있었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은 5년 전부터 파생금융 상품을 시한폭탄이라고 하며 완전히 손을 뗐다. 언제가 이 폭탄이 터져 위기가 오리라는 생각에 다른 회사들이 파생금융 상품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 크게 벌어질 때는 반드시 전조(前兆)가 있다. 큰 병이 나기 전에 반드시 잔병이 생기며, 예고를 하듯 세상의 모든 일은 갑자기 터지지 않는다는 게 옛 사람들의 지혜다. 유능한 리더가 조그만 조짐을 분석해 다가올 위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면 그만큼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다.
 
초윤장산(礎潤張傘), 주춧돌(礎)이 젖어(潤) 있으면 우산(傘)을 펼쳐라(張)! 일반적으로 비가 오기 전에는 주춧돌부터 촉촉이 습기에 젖는다고 한다. 밖으로 나갈 때 주춧돌이 습기에 촉촉이 젖어 있으면 비가 올 것을 예상하고 우산을 준비해야 비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초윤(礎潤), 즉 주춧돌이 젖었는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다. 이 판단이 정확해야 다가오는 위기에 정확한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방향감각을 잃고 정확한 상황 판단을 못하는 때가 많다. 내게 다가온 상황에 마음이 얽매여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할 눈을 잃는 것이다.
 
이런 때는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양한 정보를 자신만의 안목으로 철저히 분석하고 종합해 생존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문제를 한 발짝 물러서서 보는 여유 또한 필요하다. 당장 위험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주춧돌이 젖어 있어서 앞으로 비가 올 것이 예상되는데도 여전히 하늘이 맑을 줄 알고 우산 준비를 잊는다면 결국 비에 젖어 초라한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물러날 줄도 알고, 앞으로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할 것 같으면 위기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생명력 있는 리더의 모습이다. 세상은 언제나 맑은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조그만 행동과 언행 속에서 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저 다가오는 상황을 아무런 대책 없이 맞이하며 산다면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곤경에 빠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작은 조짐 하나에도 예리하게 결과를 예측해 보려는 과학적 추리와 분석의 정신이다. 특히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을 오직 장군의 판단에 맡기고 전쟁터에서 그 장군 하나만을 의지하는 병사들을 상상하면 장군이 그냥 지나치는 사소한 조짐의 결과는 결국 조직을 패배로 이끌고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잃게 만들 것이다. 주변을 한번 돌아보라. 어떤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냥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 작은 누수가 결국 나를 망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taoy2k@empal.com 
  • 박재희 박재희 | -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taoy2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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