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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에서 배우는 경영

어리석음은 성공의 자산, “stay foolish”

박영규 | 326호 (2021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어리석을 몽(蒙)을 쓴 주역의 산수몽괘 효사는 어리석음을 자산으로 만드는 창업가들을 위한 성공 지침을 제시한다. 첫째,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둘째, 스승을 찾아 능동적으로 배워야 한다. 셋째, 남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넷째, 이질적인 요소를 과감히 껴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마침내 어리석음을 깨닫는 ‘격몽’의 단계에 이르면 어리석음은 성공의 자산이 된다. 이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주역의 메시지다.



인생의 묘미는 반전에 있다. 주어진 운명대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면 사람과 기업, 국가의 일생은 무미건조할 것이다. 운명을 뒤집는 극적인 변화와 반전이 있기에 개인이나 사회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역동적이다. 드라마적 반전 요소가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방식으로 삶이 설계돼 있다면 굳이 주역이라는 학문을 배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주역은 운명을 응시하고, 변화시키고, 개선시키기 위한 운명 사용 설명서다.

주역 64괘 가운데서도 산수몽(山水蒙)괘는 반전의 백미로 꼽힌다. 산을 상징하는 간괘(☶)가 위에 놓이고 물을 상징하는 감괘(☵)가 아래에 놓이는 모양의 괘다. 앞뒤 분간하지 않고 무작정 산 아래로 흘러내려 가는 물을 형상화했다. 흘러내려 가는 물은 바위를 만날 수도 있고 험한 웅덩이를 만날 수도 있지만 장애물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종 목적지인 바다를 향해 쉼 없이 흘러간다. 바위를 만나면 그냥 머리를 부딪치고, 웅덩이를 만나면 그 속에 풍덩 잠기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후퇴란 없고 오직 직진뿐이다. 풍차를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앞만 보고 내달린다. 주변에서 보면 고지식하고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비타협적이다. 그래서 어리석을 몽(蒙)을 괘 이름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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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역에서는 이러한 어리석음을 나무라지 않는다. 나무라기는커녕 ‘어리석지만 형통할 것(蒙 亨)’이라며 격려한다. 이러한 평가에서 그치지 않고 주역은 한술 더 떠 ‘어리석음이 성공의 자산이 될 좋은 조짐(蒙 吉)’이라고 덧붙인다. 어리석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대신 어리석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등을 두드려준다. 유쾌한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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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규chamnet21@hanmail.net

    인문학자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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