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이 해시태그가 인터넷에서 들불처럼 번지면서 우버 기술팀에는 계정을 없애 달라는 전 세계 수천 명 사용자의 요청이 밀려들었다. 회사가 손쓸 겨를도 없이 일주일 새 무려 5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우버 계정을 완전히 삭제했다.
잘나가던 이 유니콘 기술 기업의 성장세를 단숨에 꺾어버린 것은 사람들의 들끓는 분노였다. 우버가 트럼프 행정부의 차별적 이민 정책에 동조하고, 이슬람 이민자 입국 금지 명령에 저항하는 택시 노조의 파업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끓어 넘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자문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던 CEO 트래비스 캘러닉의 정치적 행보, 직접 고용을 회피하고 계약 채용을 당연시해 온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렇게 우버는 실리콘밸리 자본가의 냉정하고 탐욕스러운 민낯, ‘패거리 문화’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트윗 행렬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해 2월, 우버에 근무하던 전직 여성 엔지니어 수전 파울러의 블로그 글은 회사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녀의 폭로로 직장 상사의 상습적인 성희롱, 그리고 이를 뒷짐 지고 지켜본 우버의 성차별적 기업 문화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파울러는 출근 첫날부터 사내 채팅 시스템으로 직속 상사로부터 성적인 요구를 받았고,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당한 여성 동료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가해자가 번번이 징계를 면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 사실을 인사팀에 보고했다가 보복 위험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부서를 옮겨야 했다고도 고백했다.
파울러의 글은 방아쇠가 됐다. 기술 지상주의자들이 자랑하던 ‘능력주의’ 시스템 뒤에 감춰진 선입견과 권력 남용의 실체가 낱낱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댐이 허물어지면서 수년간 억눌려왔던 불만이 흘러넘쳤고, 우버에서 불미스런 경험을 겪은 적이 있는 전직 직원들이 일제히 SNS 폭로전에 동참했다. 캘러닉이 한국에서 여성 접대부가 있는 가라오케를 방문한 사실도 알려졌다.
나아가 이 사건이 언론을 강타한 지 일주일 만에 뉴욕타임스엔 또 다른 제보가 접수됐다. 우버가 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경찰로 의심되는 계정에 불법 프로그램인 ‘그레이볼’을 심고, 우버 차량의 활동을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버 서비스가 제한되거나 금지된 지역에서 불법 앱을 활용해 단속 기관의 존재를 은밀하게 파악하고 피해왔다는 게 알려진 것이다.
일련의 추문이 이어지면서 우버의 CEO 캘러닉은 결국 2017년 6월 사임했다. ‘슈퍼 펌프드(Super pumped)’란 용어를 만들어내며 모든 구성원에게 최고의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해질 것을 주문했던 수장의 몰락이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캘러닉의 퇴출 소식을 최초 보도한 뉴욕타임스 마이크 아이작 기자에 따르면 우버에서 엿본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이면은 비단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긱 이코노미, 공유경제 등 허울 좋은 이념 뒤에 숨겨진 성과 중심 문화, 규정과 원칙을 무시하는 ‘기술 유토피아’의 허상이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우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지금, 우버의 뼈아픈 실책에서 비즈니스 리더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