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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으로 P&G 구한 CEO의 회고

권춘오 | 15호 (2008년 8월 Issue 2)
2000
년 6월 A.G. 래플리가 P&G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을 때 회사는 위기 상황이었다. 주가는 6개월 전의 50% 수준으로 폭락했고, 회사의 시가총액도 500억 달러 이상 공중으로 사라졌다. CEO로 출근한 이튿날에 래플리는 나쁜 뉴스를 하나 더 들어야 했다. P&G가 해당 분기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실적 경고였다. 그러나 래플리는 이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솔직하게 발표했다. 시장은 웅성거렸고, 주가는 당연히 다시 폭락했다.
 
5년 만에 수익 3배 ‘마법경영’
래플리는 기업을 정상화시키고 성장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5년 뒤 P&G에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놀랍게도 수익은 3배나 증가했으며 자생적 수익 성장, 현금 흐름, 총수익 면에서도 상당한 호전을 이뤘다. 주당 평균 이익도 12% 증가했으며, 당연히 주가 또한 수직 상승했다.
 
5년여 동안에 P&G에서는 어떤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것은 바로 ‘혁신’이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수익과 성장이 모두 필요하다. 한때의 깜짝 수익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래플리는 수익과 성장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법이 ‘혁신’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뛰어난 신상품과 서비스도 매출을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지만, 기업이 지속적이며 궁극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그 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혁신을 일궈낼 것인가’이다. P&G는 혁신이 독단적인 행동이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경영 방식을 통합해 체계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총 여덟 가지 혁신 요소를 유기적으로 체계화했다.
 
혁신의 요소를 체계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된 것은 ‘누구를 위해 혁신을 할 것인가’란 물음이었다. 래플리는 그것이 고객이라고 확신했다. 즉 ‘고객 중심의 혁신’이라는 어젠다를 최우선시 한 것이다. 여기서 고객 중심은 단순히 인구통계학이나 틈새시장 세분화라는 비즈니스 개념을 훌쩍 뛰어넘는다. 즉 고객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살펴보고,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사는지,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자 하는지 등의 희망사항을 평가해야 한다.
 
P&G는 2000년 대 초 멕시코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이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회사는 멕시코 시장에서 고전했다. 고객 대부분이 수도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데 원인이 있었다. 정답은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손쉽게 세탁이 가능한 신상품에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P&G가 출시한 다우니 싱글 린스(Downy Single Rinse)는 멕시코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여덟 가지 혁신 요소의 유기적 결합
이렇듯 P&G는 ‘목표 시장의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중심에 두고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혁신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첫 번째 요소는 ‘목적과 가치(purpose and values)’다. 래플리가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P&G의 목표와 가치를 되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는 기업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여전히 P&G가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상기시켰다. 조직이 발전하도록 혁신을 받아들이려면 논리적 출발점은 일단 제쳐두고 목적과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함께 나누는 목적과 가치를 새롭게 정해 확실하고 강력하며 포괄적인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동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요소는 ‘야심찬 목표(stretch goals)’다. 목표는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혁신을 하려면 도전적이되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성취 가능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 적절한 성장 목표를 정하면 혁신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래플리는 우선 성취할 수 있는 외부 목표에 집중한 다음 과감한 혁신과 창의적인 비즈니스 계획을 불어넣을 수 있는 야심찬 내부 목표를 정했다.
 
세 번째 요소는 ‘확실한 전략(solid strategies)’이다. 전략은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를 상세히 하는 것이다. 혁신이 조직의 사고 한가운데에 놓이면 행동을 취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두고 더 나은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P&G는 네 가지 혁신 사업(섬유용품, 모발용품, 아기용품, 여성용품)에 집중하고, 빠른 성장, 고수익, 자산 친화적인(asset-friendly) 사업으로 제품 구성을 변경하며, 저소득층 대상 급성장 시장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구체적이고 확실한 전략을 세웠다.
 
네 번째 요소는 ‘유일무이한 핵심 강점(unique core strengths)’이다. 기업은 어디에서 활동해야 하는지를 결정했으면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핵심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 혁신적인 조직은 자신의 핵심 강점을 더욱 강하게 하는 데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이를 위해 P&G는 150여 가지의 잠재적 강점을 목록으로 만들고 다섯 가지의 구체적인 핵심 강점을 추려냈다.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 지속되는 브랜드 구축, 고객 및 공급업체와의 협력 강화와 가치 형성, 끊임없는 학습을 위한 기민성의 단계적 실행 등과 동시에 이러한 네 가지 강점의 모든 원동력은 혁신이라는 믿음, 다섯 가지가 핵심이었다.
   
 
다섯 번째 요소는 지원 구조(support- ing structures)다. P&G는 개방적인 기업이 현 시대를 지배한다는 전제 아래 조직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상업화할 수 있도록 구조와 절차를 마련했다. 대부분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꾸준한 자금 지원이 부족한 데다 관리자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보다 기존 업무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P&G는 ‘큰 위험부담과 큰 성과보상 아이디어’를 위한 기업혁신펀드(Corporate Innovation Fund),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잠재력 있는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미래 사업팀(Future Work), 점진적 혁신 창조에 집중하는 신사업개발팀(New Business Develop- ment)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개발하고 유지했다. 특히 P&G는 애스크미(AskMe)라는 검색 프로그램을 사내 인트라넷에 설치했다. 문제에 직면한 P&G 직원이 애스크미를 사용, 1만 명이나 되는 동료 직원들에게 질문을 보내 그들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여섯 번째 요소는 ‘일관된 시스템(con- sistent systems)’이다. P&G는 혁신은 창의적인 것이지만 혼란스러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혁신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일상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혁신을 도입하자고 말한다면 그들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혁신이 일어나게 하려면 새 아이디어가 회사를 위한 유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P&G는 적절하게 훈련되고, 잘 짜여진 투명한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이를 대박 상품으로 출시해 성공 기회를 높였다.
 
일곱 번째 요소는 ‘공유할 수 있는 문화(well connected culture)’다. P&G는 혁신은 언제나 팀 스포츠와 같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외롭게 사투를 벌이다 “유레카!(알았다!)”라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외치는 것은 신화일 뿐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길 바란다면 매일 하는 업무에서 필히 미개척 분야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 다른 말로 혁신 방법론을 기업 문화 구성에 포함시켜야 한다. P&G의 ‘클레이 스트리트(Clay Street)’라고 불리는 혁신을 위한 특정 장소는 이런 문화 구성 방안 중 하나였다. 이 장소는 812명의 각 전문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몇 주 동안 오로지 그 문제만을 몰두한 다음 해결책을 제시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P&G는 수많은 문제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돌파해 왔다.
 
마지막 여덟 번째 요소는 ‘영감으로 이끄는 리더십(Inspired Leadership)’이다. P&G는 리더들이 혁신이라는 문화를 몸소 실천하는 역할모델이 되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뿐 아니라 가치를 더하는 일과 함께 꾸준히 자신의 스킬을 연마하도록 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공식 업무평가를 실시하고 처음부터 미래의 혁신 리더 인재를 발굴하는 등 혁신 팀을 이끌 지도자를 육성했다. 물론 여기에는 혁신 인재에게 공개적으로 보상하고 칭찬하는 시스템이 포함된다.
 
이런 여덟 가지 혁신의 핵심 요소와 그 요소들을 관통하는 ‘고객 중심의 혁신’을 통해 P&G는 세계 최대 소비재 생산기업의 위치를 되찾을 수 있었다.
 
혁신, 혁신, 혁신. 귀가 따가울 만큼 많은 경영자와 경영서적, 경영학 교수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혁신을 위한 과감하고 상세하고 구체적인 맵(map)이 없다면 혁신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혁신은 준비해서 수확하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손안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쓴 저자 A. G. 래플리는 P&G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다. 램 차란(Ram Charan)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래리 보시디와 함께 <Execution, 한국어 번역판 ‘실행에 집중하라’(21세기북스)>와 <Confronting Reality, 한국어 번역판 ‘현실을 직시하라’(21세기북스)>를 공동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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