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iz Books
잡 킬러
차두원·김서현 지음/ 한스미디어 / 1만5000원
‘일자리 전쟁’은 이미 전 세계적 현상이다. 영국의 ‘브랙시트’나 미국의 ‘트럼프 돌풍’,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대 간 갈등 등의 핵심에는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 4차 산업혁명 등은 사람들로 하여금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책은 기존 일자리들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직업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해왔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으로 실업자가 된 노동자들이 공장을 습격해 방직기계를 때려 부순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노동자들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기술은 새로운 시장 수요를 만들어 인간이 더 풍요로운 여건에서 근무하도록 기여했다.
이처럼 한동안 기술 발전으로 인한 기업의 생산성과 고용 추이는 정비례하며 아름다운 비행을 계속할 듯 보였다. 하지만 노동생산성과 고용률의 동조화는 채 50년을 가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이트칼라 사무직을 넘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으로 여겨지는 고도의 지적, 판단력이 요구되는 많은 직업들의 영역까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예술과 감성의 영역도 이미 로봇의 침공이 시작됐다.
저자들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위협이 한국에서 더 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00년 74억 달러였던 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매년 9% 성장해 2025년에는 66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심지어 한국은 2025년이 되면 로봇의 인력 대체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실제로 2000년 6월 설치가 시작돼 2007년 12월 전국 262개 모든 영업소에 개통된 하이패스 시스템은 2600여 명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그러나 책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단순히 인간의 직업을 빼앗는 ‘잡 킬러’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인공지능이 인간과 공생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잡 메이커’로서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특히 책은 로봇과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가질 미래 유망 직종을 찾고자 하는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로봇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철저하게 그들에게 맡기라고 조언한다.
이 책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기술 발전으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직업의 변화, 변화하는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 제도와 취업 시장의 문제점 등을 분석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해외 사례와 데이터에 국한돼 있던 기존 서적들과는 차별화된다. 구체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시대별로 어떤 직업이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각광받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해온 과정과 그에 따른 직업군의 변천사를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포인트다. 더 나아가 한국 현실에 기반한 과학적 데이터를 토대로 기술의 발전이 초래할 미래 직업구조의 변화와 양극화에 대해 고찰한다. 예컨대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여겨져 왔던 은행원 수가 2015년 4년 만에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은행들이 스마트폰 뱅킹, 핀테크 확산 등 금융 환경 변화에 발맞춰 영업점을 줄이고 대대적으로 인원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KT의 K뱅크, 다음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등 무점포 인터넷 전문은행이 2016년 말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런 변화의 물결은 기존 금융 이용자들의 이용행태를 바꿀 뿐만 아니라 금융업 종사자의 인력 구조 재편과 함께 업의 개념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 인간의 직업은 크게 인공지능과 로봇의 개발자와 관리자, 이들에게 지시하며 함께 일하는 직업, 로봇의 지시에 따라 관리를 받는 직업 등 세 가지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한다. 로보틱스 디바이드 시대로 접어드는 이때 화산 폭발로 화석이 되어버린 폼페이 시민이 아닌 노동에서 해방된 디지털 아테네 주민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장재웅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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