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영학 수업 外
필립 델브스 브러턴 지음/ 어크로스/ 1만6000원
경영 전략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에게 직접 전략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면 어떨까? 전 세계 수많은 유명 인사들과 동문이 되고 이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다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까?
경영학을 공부했거나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기업의 다양한 포지션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 해외 MBA를 꿈꾼다. 그중에서도 ‘꿈의 학교’는 단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다. 역사가 오래됐고,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교수들이 즐비하며, 내로라하는 이들이 이곳에서 실력을 키웠다.
저자도 그랬다. 기자 10년 차, ‘더 이상 글감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채 세계를 보고 싶지 않아’ MBA를 택했고 이왕 공부하는 것 톱 스쿨에서 제대로 공부하자 싶었다. 하버드에서 MBA를 하고 나면 세상의 이치를 더 많이 알게 되고 앞으로의 삶에서 더 많은 옵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대학에서 로마 시대 고전을 공부했고 경력이라고는 저널리스트로서의 10년이 전부인 저자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하며 겪은 솔직하고 생생한 강의 노트다. 파워포인트도, 엑셀도 다뤄본 적 없고 ‘기회비용’이 뭔지 정확한 개념조차 모르던 초보 경영학도는 말한다. “하버드에서의 2년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고.
예비 수업을 들었을 뿐인데, 저자는 벌써 지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아주 먼 옛날 서유럽의 작은 지역에 봉건 영주 한 명이 살고 있었다. 남작에게는 두 명의 소작농 이반과 프레더릭이 있었다. 남작은 그들에게 각각 땅을 주고 농사를 지으라고 한 뒤 종자와 비료, 소를 지급했다. 두 농부는 1년 뒤 서로 다른 양의 밀과 한 살 더 먹은 소, 마모 상태가 서로 다른 쟁기를 들고 왔다. 남작은 생각한다. ‘둘 다 일을 잘하기는 했지만 누가 더 잘했는지 궁금한 걸.’
여기서부터는 MBA 예비 입학생들의 몫이다. 이들은 팀별로 모여앉아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짠다. 소에 대한 감가상각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쟁기의 총가치는 매출원가인가 제품원가인가, 남작은 자본 보유자인가 대여자인가. 비슷비슷해 보이는 숫자들이 혼란스러운 암호들처럼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팀원들과 며칠간 고민하고 연구한 후 결과물을 들고 수업에 들어갔다. 교수가 몇몇 학생들을 지목해 도출해 낸 결과를 설명하게 하는데 일치하는 결과가 하나도 없다. 아무도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진다. 교수는 말한다. “이번 사례 연구의 핵심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경제적 진실을 파악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회계에서는 원칙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상식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비 수업만으로 진이 빠져버렸으나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다. 도대체 답이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꼬이고 복잡한 사례들부터 무작위로 지목해 사정없이 파고드는 콜드콜 질문, 몇 날 며칠 밤을 새도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각종 과제들…. ‘내가 대체 여기서 뭐하는 거지?’라며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민하던 저자는 그렇게 조금씩 단련돼간다.
이 책은 저자와 함께 입학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이 보낸 2년 동안의 학교생활 이야기다. 극한으로 내몰렸던 학교생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하버드 MBA를 통해 인생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 같았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는 과정도 관심을 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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