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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장사꾼들 外

최한나 | 183호 (2015년 8월 Issue 2)

일본 최고의 장사꾼들 外

이영호 지음/ 무한/ 15000

 

 

극심한 경기 침체라고들 한다. 유례 없는 장기 불황이라고들 한다. 수출에 의존해왔던 국내 경제도 잔뜩 웅크린 상태다. 그래서 주목받는 곳이 일본이다. ‘잃어버린 20이라고 공공연히 판정받을 정도로 오랜 기간 경기 부진을 겪던 일본은 최근 투자와 소비가 늘고 실업률이 떨어지며 선순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만년 적자기업으로 여겨지던 파나소닉, 히타치, 후지필름 등도 줄줄이 흑자 전환하는 모양새다.

 

저자는 일본에서 잘나가는 음식점들을 주로 다뤘다. 특히 오랜 불황의 끝자락에서 유난히 팍팍했던 지난 몇 년 사이에 창업해 단순 생존을 넘어 좋은 성과를 낸 음식점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묶어 정리했다.

 

먼저 도쿄 최대 번화가 신주쿠에 있는 오모이데요초코(추억 골목)로 가보자. 이 골목은 신주쿠역과 기찻길 철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형성돼 있다. 골목이 좁은데다 수시로 기차가 지나가기 때문에 시끄럽다. 여럿이 둘러앉아 모임을 갖기에는 부적절한 장소다. 메뉴는 꼬치구이나 국수, 맥주 등으로 단출하다. 저렴한 가격에 그럭저럭 한 끼 때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굳이 이 골목을 찾아 비좁은 간이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맥주 한 잔에 꼬치구이를 먹는다.

 

이 골목 상인들은 기찻길 옆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그리고 기차에 탄 사람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기차를 타고 오가며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이, 저기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래서 나온 콘셉트가퇴근 후 한 잔이었다. 퇴근길, 어둑어둑해질 무렵 지친 몸을 이끌고 기차에 올라 창밖을 내다봤는데 모락모락 연기도 나고 뭔가 푸근한 느낌이 드는 골목길 안 꼬치구이집, 이것이 상인들이 잡은 오모이데요초코의 이미지였다. 기차 안에서도 볼 수 있도록 메뉴판을 살짝 위쪽으로 기울여 설치하고 편하게 들릴 수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가격을 최대한 저렴하게 잡았다. 그렇게 하나둘 상점들이 들어서고 이름이 알려지며 지금은 아예추억 골목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제는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오며가며 들리는 간이 장소가 아니라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와 사진을 찍고 음식을 먹는 명소가 됐다.

 

도쿄의 또 다른 번화가 록폰기역에 위치한 작은 과자가게는 어떤가. 일본 전통 과자인 도라야키를 만들어 파는 집인데 이곳의 과자를 한번 맛본 사람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다시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맛도 맛이지만 이 가게가 손님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

 

우선 인테리어다. 전통 과자라는 주력 상품에 어울리게끔 내부를 섬세하게 디자인했다. 손에 닳아 반질반질해진 선반과 진열대, 구식 오븐 등을 설치해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향수에 젖어들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디자인을 두고 저자는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주에게 빵을 고르게 하고 뒤에서 묵묵히 웃으며 지켜보면 꼬맹이들이 진열대에 손을 얹고 기대 빵을 고르는 모습이 그려질 정도라고 표현했다.

 

더불어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방문한 손님에게는 도라야키를 하나 더 주는 이벤트를 상시 열고 있다. 이런 전략은 이 상점의 인상을 푸근하고 넉넉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손님들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하나 더 받은 과자를 아는 사람과 나눠 먹으며 가게 홍보를 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쇼핑상가 옆 이면도로를 공략해 지리적 이점을 누린 상점이나 바닷가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해 해안가 포장마차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상점, 상품 대신 장소를 제공해 손님을 끌어들인 상점 등 개성 넘치는 일본 상점들의 사례가 담겼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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