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존 코터 지음/ 다산북스/ 1만8000원
혼다 소이치로, 이나모리 가즈오와 함께 일본 3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그가 태어나 자라고, 자기 사업을 시작해 나쇼날, 파나소닉 등 유수 브랜드를 거느린 대기업을 일궈내기까지의 여정을 꼼꼼히 훑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명예교수이자 리더십 및 변화관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는 마쓰시타의 삶을 탐구하면서 “위대한 리더십의 뿌리를 봤다”고 감탄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그가 기업을 경영하던 시절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정책들을 최초로 실행하면서 내실을 다지고 규모를 키웠다.
우선 그의 회사 마쓰시타전기는 새로운 제품을 기획해 시장을 선점하기보다는 이미 시장에 나온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거나 가격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First Mover가 아닌 Fast Follower 전략을 취한 셈이다. 그는 말한다. “품질을 약간 개선하거나 가격을 약간 낮추는 정도로는 관심을 끌 수 없다. 기존 제품보다 품질은 30% 향상하되 가격은 30% 낮춰야 한다.” 제품의 질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가격도 크게 낮춰야만 후발주자로 들어가도 승산이 있다는 의미다.
1920년대 후반 대공황으로 세계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았을 때 일본 내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며 몸집을 줄이고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마쓰시타는 오히려 직원들을 끌어안았다. 그는 직원을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았고 임금을 한 푼도 깎지 않았다. 대신 전 직원이 반일 근무만 하도록 해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직급이나 직책에 상관없이 전 직원이 재고품을 판매하는 데 나서도록 했다. 감동한 직원들의 충성심과 사기가 올랐고, 재고가 해결되면서 회사에도 숨통이 트였다.
사업부제라는 새로운 운영 방식을 도입한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서구에서 일찌감치 사업부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GE의 사업부제 전환이 1952년이었던 반면 마쓰시타는 이미 1930년대 제품군에 따라 조직을 쪼개고 각 사업부를 독립채산제로 운영했다. 기업 경영권을 오너 한 사람이 독점하지 않고 사업부별 책임자를 임명해 최대한의 자율권을 인정했다. 책임과 권한이 확대된 각 사업부는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을 중요시했다. 회사가 크면서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깨달은 마쓰시타는 1930년대 이미 연수원과 훈련원을 설립해 직원과 노동자가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하도록 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것도,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작은 체구에 허약한 체력, 일찍 여읜 부모와 가난한 가정 등 누구보다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처럼 지속적으로 성장과 변신을 추구하는 사람만이 위대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며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위대한 리더로 성장하느냐’에 초점을 둔다.
6년에 걸친 방대한 조사와 인터뷰가 돋보인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삶이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위대한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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