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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일하게 하는가 外

최한나 | 135호 (2013년 8월 Issue 2)

 

 

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권, 사채까지 얻어 썼다. 이 사람에게 돈을 빌려 저 사람 돈을 갚고, 저 사람에게 돈을 빌려 또 다른 사람에게 돈을 갚았다.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한 것도 벌써 여러 달. 빚은 장마철 강물처럼 불고 사채업자들이 틈나는 대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통에 뒷문으로 도망치기도 여러 차례다. 사업에 실패하면서 아내와 사이가 멀어졌고 결국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하나 있는 아들은 공부에 도통 관심이 없고 음악을 하고 싶다며 핏대를 세운다. 어느 것 하나 마음먹은 대로 풀리는 게 없다. 이때 대형 보험회사 대표로 있던 사촌형이 조그만 회사를 하나 인수했다며 사장직을 제안한다.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느냐고, 하나 있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망설이던 주인공가한은 새 직책을 받아든다. 말이 회사지 사실은 콜센터다. 전화로 보험을 파는 영업직원들이 다수고 그 위에 본사에서 파견된 관리직원들이 있다. 영업직원들과 관리직원들은 서로 헐뜯기 바쁘다. 관리직원들은 본사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영업직원들은 고객 상대하랴, 관리직원들 눈치 보랴 다들 어깨가 처졌다. 실적은 더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바닥을 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생각하니 존재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던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각자 생각대로 살아간다. 생각과 생각이 모여 좀 더 단단하고 구체적으로 자리 잡은 무엇을 우리는 가치관이라고 부른다. 기업이라고 다를까. 기업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기업의 본질 또한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 즉 기업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결국 그 기업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린다. 무조건 돈만 벌고 보자든지, 성과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거나 이 사람과 저 사람의 생각이 달라 안건마다 좌충우돌한다면 그 기업은 뚜렷한 목표를 향해 힘차게 움직일 수 없다. 직원 모두 공감하고 공유하는 기업 스스로의 가치관이 있어야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 한 사람도 아닌 수백, 수천 명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쉽지 않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돈이나 다른 보상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진정한 의미, 가치.

 

‘가치’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치 있는 일,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기업,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 활동만이 이 시대 기업을 생존하게 할 수 있다. 사람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으려면 기업의 가치관이 바로 서야 한다. 그것은 모든 직원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가치관 경영이다.

 

신임 사장으로 부임해 조직 안팎의 다양한 문제들에 부딪치며 이를 해결해가는 가한의 여정을 소설 형식으로 담았다.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던 직원들의 마음을 모으고 모두 동의하는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일터에서, 궁극적으로는 삶에서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지를 곱씹고 실천하려는 과정들이 재미있게 풀렸다. 전 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을 만들기 위해 밤새 고민하는 경영자들이 일독할 만하다.

 

 

실적을 올리려면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 팀으로 묶으면 성과가 좋아진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효율성이 오른다? 정해둔 목표를 달성하면 좋은 성과로 인정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옳다고 믿고 따르는 원칙들에 함정이 많다. 저자는 기업 현장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원칙들의 함정을 콕콕 짚어낸다. 객관적으로 산출했다는 데이터와 숫자들이 사실은 얼마나 주관적 산물인지, 이로 인해 빠질 수 있는 오류와 비약은 무엇인지 등이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모였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까지만 해도 스위스는 유럽 전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전 국토가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탓에 한여름에도 냉기가 심해 농작물이 자라지 못했다. 늘 배고픔에 시달리던 그들은 결국 용병 수출이라는 비극적인 해법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외국 국가들이 전쟁을 할 때마다 청년들을 팔아 그 돈으로 본국의 가족들이 생계를 잇는 방법이다. 형제들의 피를 팔아 먹고사는 일을 계속하다가 절치부심 끝에 찾아낸 방법이 시계와 의약이다. 오늘날 최고급 시계의 60% 이상이 스위스에서 생산된다. 노바티스와 로슈 등 쟁쟁한 의약업체들이 스위스 출신이다. 유럽 각국의 역사와 대표 기업들이 망라됐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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