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논어치천하(半部論語治天下)’, <논어>를 반만 알아도 천하를 다스리는 데 지장이 없다는 송(宋)나라의 재상 조보의 말이다. 명재상인 조보가 죽고 나서 가족이 유품을 정리하다가 그의 책 상자를 열어 보니 반밖에 없는 <논어> 책만 나왔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반 권의 <논어> 지혜만으로도 천하를 제대로 다스렸는데 현대 경영자들이 <논어>를 제대로 공부하면 경영에 따르는 많은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대답을 중국의 사오위가 <하루 한 장 논어 경영>에서 주고 있다.
<논어>는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 혼란한 정치 상황이 계속되던 춘추시대 말기에 쓰여 졌다. 저자 사오위는 <논어>를 당시의 ‘정치학원론’인 위정학교본(爲政學敎本)이라고 정의하며 여기서 나오는 리더십에 관한 담론은 오늘날의 기업 경영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지도자의 덕목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절실하게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과연 <논어>에서 어떤 경영관리 비법을 찾아냈을까?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자는 온고지신(溫故知新)에서 경영혁신(經營革新)을 찾아내고 있다. <논어> 학이편(學而篇)에 공자는 제자 자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옛것을 알려주니 미래를 생각할 줄 아는구나(告諸往而知來者).” 많이 알려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같은 의미의 칭찬을 통해 공자는 과거를 가르쳐주면 이를 통해 미래를 보는 제자 자공의 능력을 무척 아꼈음을 알 수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통해 알지 못하던 것을 아는 능력이야말로 기업이 원하는 혁신 능력이다.
혁신 능력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다. 어떤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을 통해 업계에서 선두주자가 됐고 어떤 기업들은 도산 위기 속에서도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미래는 과거 속에 있다’는 혁신에 대한 생각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옛것의 의미는 과거와 현재에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든 혁신은 현재의 자원과 조건 속에 내재돼 있다는 말이다. 유명한 광고인 영(James Webb Young)이 혁신에 관해 던진 말은 공자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혁신은 기존의 원소를 재조합하는 것일 뿐이다.” 기업이 혁신하려면 업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소비자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현재 동원 가능한 자원과 능력을 냉정하게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혁신은 아이디어에서 실현된다. 과거와 현재를 제대로 보는 자가 혁신에 성공한다.
둘째, 공자는 장기 전략적 사고를 하라고 말한다. 바로 “사람이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데서 근심거리가 생긴다(人無遠慮, 必有近憂)”는 위령공편의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한순간의 영광 외엔 누릴 것이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순간의 이익만 바라보고 도덕과 소비자의 건강, 생명을 담보로 하는 기업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인 발전을 바란다면 반드시 인의도덕을 기초로 해야 한다. 비도덕적인 사람이 멀리 가지 못하듯이 도덕적이지 못한 기업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 공자는 이미 2500년 전에 장기 전략을 논하고 있다.
셋째, 리더는 조직원에게 인자(仁者)의 모습으로 다가가야 하며 지자(知者)의 모습으로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안연 편에서 번지가 인(仁)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대답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다.” 번지가 또 지혜(知)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知人)이다.”
공자는 인자애인(仁者愛人)에서 타인을 사랑할 줄 알아야 상대방에게 예를 지키고 도의적으로 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자지인(智者知人)은 타인을 파악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경영자는 직원을 자세히 파악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등용한 인재를 통해 업무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으로 직원들을 대하고 일을 시키고 관리할 때는 각각의 직원들의 능력과 특성을 파악하고 일을 배분하는 것이 바로 인자애인 지자지인이다. 어떤가. 공자는 이미 인사관리를 꿰뚫고 있지 않은가?
넷째, 공자는 보고서 쓰는 방법까지도 알려주고 있다. 위령공편에서 “언사(言辭)는 정확하게 뜻을 전달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辭達而已)”라고 말한다. 아첨하는 말과 표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자는 이를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 했다. 또 글로 자신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의 화려하고 우아한 말은 늘 의지를 앞선다. 현실에서도 이런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겉만 화려한 보고서가 좋은 예다. 쓸데없는 말과 장식은 허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왜 간단한 문제를 복잡하게 보고하는 걸까? 보고서가 간단하면 상사가 능력을 의심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간단하다는 것은 효율이 높다는 말과 같다. 몇 마디면 될 내용을 장황하게 늘여 놓았으니 보고서를 쓴 사람도, 그것을 읽는 상사도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다. 그래서 모든 계획을 한 페이지 분량으로 작성하는 ‘원 페이지 플랜’ 방식을 시행한 기업들이 많다. 분량을 넘긴 사람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시정을 요구했다. 그후 업무 효율성은 크게 높아졌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사달(辭達)’이라는 두 글자로 함축한 공자는 참으로 대단하다. 부하 직원이 써온 보고서가 불필요하게 장황하고 화려하다고 생각된다면 돌려보내 간단히 정리케 하라. 이렇게 하면 핵심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문득 공자가 있던 2500년 전에도 그냥 멋지게 꾸미기만 하는 보고서가 많았는지 궁금해진다.
다섯째, 역시 공자의 전공은 직원교육이다. 공자는 직원을 4가지 문행충신(文行忠信), 즉 문헌 지식, 행위 규범, 직분에 충실함, 언이유신(言而有信·말에 믿음이 있는 것)의 네 가지 방면으로 가르치라고 말한다.
문(文)은 경영자와 직원을 불문하고 갖춰야 할 학력과 학식을 말한다. 동시에 맡은 직무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의미한다. 행(行)은 예의범절과 사내 규정에 부합하는 행동거지를 말한다. 언행이 제멋대로인 사람은 우수한 직장인이 될 수 없다. 충(忠)은 직원의 충성도를 말한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능력보다 충성을 요구한다. 능력은 얼마든지 키울 수 있지만 충성심은 상대적으로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의 요구와는 반대로 대다수 직원들은 충성심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책임감이 약하고 직무를 소홀히 하는 일이 벌어진다. 신(信)은 신용이다. 신용은 기업이 구성원에게 가장 강조하는 기본 소양 가운데 하나다. 어느 기업이나 신용이 없는 사람은 기피하게 마련이다. 최소한의 신용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는 누구도 함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통한 경영혁신, 멀리 내다보는 장기전략, 적재적소의 인재배치, 보고서를 간략히 쓰는 법, 직원 교육법까지 공자는 진정 경영관리의 대가다. <논어>에서 경영과 관리의 지혜, 리더십을 찾아내고 싶을 때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 (Centerworld Corp.) 대표이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