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미래에 수익을 가져다 줄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아니면 현재의 경영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해야 할까?’
수많은 기업들이 현재의 수익 극대화 전략과 미래의 혁신 개발 전략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반면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Cisco)는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중소기업 사업 모델을 흡수해
성장기회 발굴
시스코는 2008년 회계연도에 회사 매출의 10%가 넘는 52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대부분 시스코 개발 부서(Cisco Development Organization)가 집행했다. 투자의 상당 부분은 기존 제품의 향상을 위한 것. 그러나 연구개발비 일부는 이머징 테크놀로지스 그룹(Emerging Technologies Group)이 집행하게 했다. 이머징 테크놀로지스 그룹의 미션은 향후 5∼7년 안에 시장 규모가 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새롭고 파괴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스코는 ‘스핀인 기업(spin-ins)’에 자금을 지원했다. 스핀인 방식은 시스코가 벤처 기업을 인수한 뒤 몇 가지 조건만 걸고 이들 회사의 초기 단계에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몇몇 핵심 직원들을 스핀인에 파견해 성장의 토대를 쌓는 것이다.
시스코는 이를 통해 외부로부터 파괴적인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시스코는 업계에서 리더십 위치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 처음 시스코는 네트워킹 장비만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보이스, 저장, 컴퓨팅, 비디오 및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도 이런 전략 덕분이다. 민첩함과 유연함을 무기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존 모델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시스코는 또 경험이 전무한 분야의 중소기업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기존 사업을 활용한다. 고가의 기업용 네트워킹 장비를 판매하던 시스코는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용 네트워크 제품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2009년 가정 및 소규모 사무실 네트워크 제품 시장이 74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개인용 네트워크 장비를 판매하는 링크시스(Linksys)를 4억 달러에 인수한 것. 시스코는 링크시스 인수 뒤에도 링크시스가 독자 운영되게 했다. 경영진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소매 체인과 소비자시장 공급 체인을 자체 구축하게 한 것이다. 시스코는 링크시스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학습을 가속화하고 향상시켜서 신속하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판매 예측 정확도 향상과 공급업체 개선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도 시스코는 혹독한 경험을 통해 최적화와 혁신을 동시에 행했다.
인터넷 붐이 한껏 고조됐던 1990년대, 시스코의 공급 체인은 극심한 압력을 받았다. 회사는 수요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빨리 장비를 제작하려고 했고, 시장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오판 했다. 시스코는 공급 체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일에 착수했고 결국 수많은 전문 장비들을 위탁 제작했다. 이는 2000년 즈음 수요가 갑자기 수그러들었을 때, 시스코는 판매할 수 없는 엄청난 네트워킹 장비 재고품을 끌어안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시스코는 그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계좌에 20억 달러를 채워야만 했다.
이런 방대한 대손상각 이후 시스코는 공급 체인을 면밀하게 조사한 뒤 전통적인 ‘공급견인’ 모델에서 탈피해 ‘수요견인’ 모델로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수요견인은 고객이 직접 주문을 했을 때에만 시스코 제품들을 제작한다는 뜻이다. 수요견인은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은 적지만, 고도의 시스템 유연성과 대응성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