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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경영: 혁신 속에서 새 BizModel 찾다

63호 (2010년 8월 Issue 2)

 
소형 전동공구 제작사인 힐티(Hilti). 1990년대 후반 공구 시장이 범용화하자 고민에 빠졌다. 건설 노동자들은 전동공구를 일회용품으로 여겨 비가 오면 그냥 방치할 정도로 관리를 소홀히 했다. 이 회사는 범용화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힐티는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에 주목했다. 바로 공구 관리였다. 당시 건설 현장은 제조업체가 달라 호환되지 않는 부품들이 천지였다. 또 이 부품들을 억지로 조립한 저가형 도구들도 즐비했다. 이런 공구들을 관리하는 일은 악몽에 가까웠다. 힐티는 이에 맞서기로 했다. 회사는 범용화가 가져온 편리함과 맞춤화 사이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고객들이 매월 사용료를 지불하면 언제든지 손질이 잘 된 전동공구 세트를 활용할 수 있는 임대 계획을 짰다. 힐티의 고객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은 다음과 같았다.
 
“여러분이 건설에 신경 쓰는 동안 우리는 안전하고 최신인 전동 공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잘 관리하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필요할 때 즉시 이를 쉽게 활용할 수 있게 준비해 놓겠습니다.”
 
힐티의 기존 이익 공식이 도구 판매에 그쳤다면, 새로운 공식은 매달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또 힐티는 공구를 제조 및 판매 기업이 아닌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과 과정이 무엇인지 파악했다. 이를 감안해 힐티는 웹사이트를 개발했다. 건설업체 관리자들은 힐티의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에서 도구 재고상태를 파악한 뒤 사전에 사용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힐티는 이렇게 웹에서 얻는 자료를 공구 임대사업 관리 및 운영에 활용했다.
 
힐티는 2000년 처음으로 이 비즈니스모델을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에서 테스트했다.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그는 3년 안에 이 모델을 해외 사업장에도 도입했다. 오늘날 수천 개의 기업들이 그의 전동공구 임대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힐티의 ‘여백(white space) 경영’이다. ‘여백 경영’이란 기존 핵심 사업과 역량에서 상당히 벗어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애플이 PC에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 혹은 확대한 것, 구글이 검색엔진에 머무르지 않고 온라인 광고 시장, 새로운 소프트웨어 솔루션(크롬, 웨이브), 휴대전화 운용시스템(안드로이드), e메일과 소셜 미디어로 영역을 늘려나간 것 모두 여백 경영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수많은 기업들은 사실 여백 경영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기업들이 많다. 이는 힐티나 구글 등과 달리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버리지 못해서다. 실패 기업들은 크나큰 상업적 기회를 보고 분투했지만 그 분투는 항상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
 
여백 경영의 실패 사례로는 독일의 소프트웨어 공룡 기업인 SAP와 인텔(Intel)이 1997년 합작 설립한 판데식(Pandesic)을 들 수 있다. SAP는 원래 대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자원관리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는데, 중소기업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자 판데식을 설립했다. 이들에게 ‘여백’이란 바로 중소기업 시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판데식은 두 가지의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하는 판데식의 솔루션은 역량이 있는 IT 담당자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에는 상당히 벅찼다. 둘째, 판데식은 판매유통업체로 기존 대기업용 시스템을 판매했던 동일한 업체를 선택했다. 결과는? 판데온은 자본금 1억 달러를 허비한 뒤 결국 문을 닫았다. 여백으로 진출하기 위해 분투했지만 여백에 맞는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무엇에 역점을 둬야 할까? 다음의 네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들은 상호보완적이다.
 
첫째는 강력한 고객 가치 제안이다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고객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 따라서 이를 기준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현재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업무가 무엇인가? 매력적인 가격에 과거보다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가?
 
둘째는 실행 가능한 이익 공식이다 본질적으로 이익 공식이란 기업이 가치를 창조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 계획도다. 여기에는 제품 개발, 배송, 자산 및 고정비용 구조 등의 재무 요소들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수익 모델, 비용 구조, 단위당 마진, 간접비, 자원 회전속도 등도 마찬가지다.
 
셋째는 핵심 자원이다 이는 측정 가능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고객에게 가치 제안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인력, 기술, 장비, 자금 조달 등의 독특한 조합을 의미한다. 핵심 인력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 핵심 기술, 장비 또는 제품, 이미 존재하는 유통경로, 필요한 정보의 광범위한 활용도, 파트너십, 자금원, 브랜드, 특허 등이 해당된다.
 
넷째는 핵심 절차다 계속해서 고객 가치 제안을 전달하려면 일관적으로 수행돼야 하는 반복적인 프랙티스(practice)가 필요하다. 특히 핵심 절차 및 자원으로 발생한 시너지 효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에 있어 핵심이다. 또 이는 비즈니스 모델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로 기업이 채택한 규칙, 행동 기준, 그리고 성공 평가지표가 있다.
 
“모든 조직마다 비즈니스 이론이 있다. 어떤 비즈니스 이론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서 오랜 시간 지속된다.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으며, 실제로 오늘날에는 지속되는 이론이란 없다. 결국, 모든 비즈니스 이론은 진부한 것이 되고 쓸모가 없어진다.” -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먹혀들려면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이 모델을 반복 가능한 절차로 만들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즉,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반복되는 여정이다. 앞서 말한 네 가지 요소가 정확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적절한 계획을 생각해내야 하고, 상황에 따라 네 가지 요소의 유기적인 첨삭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세 가지 실천 강령이 있다.
 
지속적으로 고객을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을 이해하고 완수해야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촉각을 세워야 한다. 힐티는 ‘보다 믿을 수 있는 도구’ 또는 ‘보다 저렴한 전동 공구’가 아니라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전동 공구를 보유하는 것’ ‘모든 도구를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을 생각해냈다.
 
동시에 이익을 남기면서 그 일을 할 방법을 제시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즉, 가능한 낮은 가격으로 다른 대안보다 더욱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을 위한 전달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여백 경영의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손질한 것이 아닌 신선하고 독창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익 공식 개발도 독창적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자원과 절차를 확보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상은 한 걸음씩 착실하게 진행하면서 가설을 세우고, 실제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테스트하고,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일을 하기 위해 배운 것을 적용할 때 탄생한다. 즉, 앞으로 발전하기 위한 엔진으로 반복적인 실행을 그 중심에 둬야 한다.
 
여백 경영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네 가지 요소와 세 가지 실천 강령을 가장 잘 달성한 기업으로 아마존닷컴(Amazon.com)을 꼽을 수 있다. 아마존닷컴은 온라인 도서 판매로 시작한 뒤 쉽게 배송할 수 있는 다양한 소비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몇 년 뒤, 아마존은 자신의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고자 하는 제3자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0년, 아마존은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플랫폼을 시작했다. 2007년, 아마존은 통합 콘텐츠 플랫폼과 함께 킨들(Kindle)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였다. 아마존닷컴은 지속적으로 여백 기회를 모색하면서 2008년 기준 약 4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수익을 수직 상승시켰다.
 

여기서 핵심은? 아마존닷컴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파악할 때마다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계획했고 실천했다. 아마존의 성공은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을 이끌고, 변형적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회사를 쇄신하려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여백을 포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마크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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