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태생의 이고르 앤소프(H. Igor Ansoff) 교수는 전략 경영의 아버지로 불린다. 1965년 출간한 <기업 전략(Corporate Strategy)>이라는 책에서 그는 최초로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한 분석적 모델을 제시했다. 이 책이 출간된 무렵 이미 많은 경영자들은 기업 전략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를 실제 경영에 도입하고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경영자들이 참조할 만한 마땅한 전략 관련 책이나 논문이 부족했었다.
사실 이에 앞서 1962년 미국의 경영사학자 챈들러(Alfred D. Chandler)가 출간한 <전략과 구조(Strategy and Structure)>와 1963년 사이어트(Richard M. Cyert)와 마치(James G. March) 교수가 공저한 <기업의 행동이론(A Behavioral Theory of the Firm)>이라는 책이 있었다. 이 두 권의 책은 앤소프 교수가 전략적 의사결정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쏟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앤소프는 사이어트 교수와 마치 교수가 행동이론 연구를 통해 기업의 운영적인 측면에 이미 커다란 공헌을 했고, 챈들러 교수가 기업의 전략과 조직구조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기업의 관리적인 측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미리 간파했기 때문에, 그때까지도 여전히 미개척 분야였던 전략적 의사결정 문제를 체계화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전략적 의사결정에서는 기업이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를 정의하고, 어떤 종류의 사업에 진출할 것인지를 주로 고민한다. 또한 전략적 의사결정은 기업의 목적이나 목표를 설정하는 기능과, 그렇게 설정된 목적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보유한 자금, 인력 등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기능을 포함한다. 따라서 전략적 의사결정은 비일상적이고 일회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운영적 의사결정은 일상적이며 반복적인 기업 활동에 관한 의사결정이다. 즉, 거의 매일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는 운영적 의사결정과 달리, 신사업 진출이나 설비 투자, 기업 인수 등과 같이 기업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판단을 하는 것이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조직의 계층에 따라 의사결정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아무래도 경영의 상층부로 갈수록 전략적 의사결정의 비중이 커질 것이며, 경영의 하층부로 내려올수록 운영적 의사결정을 많이 접할 것이다.”
흔히 망하는 기업을 보면, 사장이 과장의 일을 하고 과장이 사원의 일을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앤소프가 제시한 의사결정의 역할 분담이 조직 계층에 제대로 접목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꼬집은 얘기다. 또한 실제 경영에서 운영적 의사결정 이슈들을 전략적 의사결정 사항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즉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의사결정과 활동들을 전략의 영역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벤치마킹, 품질관리, 재고관리, 물류관리 등을 포함한 각종 개선 활동들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일 뿐이지 결코 전략은 아니다. 하지만 경영자들 상당수는 이를 전략으로 착각한다. 물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운영적 의사결정에 파묻혀 정작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전략적 의사결정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앤소프에게 있어 전략은 잘 정의된 사업 영역(scope)과 성장의 방향(direction)을 의미한다. 그는 사업의 영역을 정의하고 성장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의사결정의 규칙들을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그는 전략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전략의 네 가지 구성 요소를 제시했다. 이러한 앤소프의 전략 구성요소 접근법은 당시에는 혁신적인 것이었고, 이후 많은 유사한 접근법이 뒤를 이었다.
첫 번째 구성 요소는 ‘제품-시장 영역(product-market scope)’이다. 제품과 시장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특정 사업의 영역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앤소프는 전략적 의사결정에서 기업이 선택한 ‘제품과 시장의 결합’을 가장 대표적인 산출물로 강조했다. 예컨대 전자 산업은 광전자(optical electronics)와 같이 기술적으로 복잡한 고성장 영역이 있는 반면,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저성장 영역도 있다. 경영자는 제품과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의 사업 영역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