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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액션, 고객의 니즈를 찾다

서진영 | 37호 (2009년 7월 Issue 2)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정보기술(IT) 아이콘 2개를 고르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아이팟과 닌텐도를 선택할 것이다. 닌텐도는 2004년 ‘닌텐도 DS’를 선보이면서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석권하더니, 2006년에는 ‘닌텐도 위(Wii)’를 내놔 가정용 게임기 시장마저 장악했다.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기업들 가운데 유독 닌텐도만이 ‘나 홀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최근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도요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까지 휘청거릴 때 닌텐도만이 독야청청 성장을 거듭했다. 급기야 닌텐도의 시가총액이 혼다, 캐논, NTT 도코모를 넘어서버렸다. 애플의 아이팟과 함께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는 닌텐도의 힘은 무엇일까?

화투 생산으로 시작한 닌텐도
120년 전 일본의 야마우치 후사지로라는 사람이 화투를 만들었다. 그는 서양의 트럼프나 고대 일본의 조개껍질 카드와는 다른 것을 만들어냈다. 즉 1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12단위로 카드를 구성했고, 각각 4장의 카드로 묶으면서 단위를 다르게 해놓았다. 그리고 이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우리가 비, 풍, 초 등으로 부르는 화투의 그림은 사실 열두 달을 상징한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 만들어냈지만, 야마우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화투의 상품성을 자신하게 됐다. 그리고 1889년 회사를 창업해 본격적으로 화투 생산에 들어갔다. 야마우치는 회사 이름을 ‘닌텐도(任川堂)’, 즉 ‘하늘에 맡겨라’라고 지었다. 그리고 그 의미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마음으로 화투를 생산했다.
 
이후 2대 회장인 데릴사위 야마우치 세키료까지 닌텐도는 ‘화투 생산’에만 몰두했다. 지금의 닌텐도를 만든 사람은 3대 회장 야마우치 히로시인데, 그에 이르러 닌텐도는 제2의 진화를 시작한다.

인재에게 믿고 맡기라
화투에서의 성공에만 연연하지 않겠다는 야마우치 히로시의 결심은 1960년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그는 닌텐도라는 이름 옆에 붙어 있던 ‘카루타’, 즉 카드라는 단어를 떼어내고 닌텐도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꾼 후, 오사카 증권거래소 2부에 상장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닌텐도가 가야 할 방향은 ‘오락 산업’이라고 확신했다.
 
야마우치 회장은 화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낼 적임자로 요코이 군페이를 뽑았다. 어느 날 그는 요코이를 사무실로 불러 지시를 내렸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신제품을 개발하게.”
어떤 신제품 말씀이십니까?”
획기적인 것이면 무엇이든 좋네.”
 
신제품 개발 지시는 이렇게 막연한 한마디로 끝났다. 시장 조사와 소비자 취향, 마케팅 계획 등을 고려한 분석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그저 ‘뭔가 획기적인 것’이면 됐다. 고민하던 요코이는 만화 ‘형사 가제트’의 만능 팔처럼 사용할 수 있는 ‘울트라핸드’를 개발했다. 가격이 약 800엔이었던 이 제품은 TV 광고가 나가면서 무려 120만 개나 팔렸다. 울트라핸드의 성공은 야마우치 회장이 실패를 겪으며 깨달은 ‘업의 본질을 지키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원칙에 충실히 부응하는 성과였다. 이 성과는 그대로 이어져 닌텐도는 울트라머신, 울트라스코프, 광선총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울트라 시리즈’의 성공으로 야마우치 회장이 그토록 기대했던 변화가 찾아왔다. 닌텐도는 오락용 카드 회사가 아닌 어린이 장난감 회사로 변신했다. 이처럼 ‘업’의 본질을 지키되,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르게 혁신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야마우치 회장의 끈기와 집념이었다. 닌텐도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은 ‘획기적인 것은 무엇이든 좋다’는, 인재의 ‘창의성’을 인정해주는 방법이었다.
 

게임에도 스토리를 넣다
닌텐도의 성공을 이끈 두 번째 인재는 훗날 ‘게임의 신’으로까지 불리게 된 미야모토 시게루다. 1970년 가나자와시립대 산업미술공예학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까지 5년이나 걸릴 정도로 전공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닌텐도에 입사했다.
 
1980년 야마우치 회장은 호기심 가득한 이 청년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간파하고, 비디오 게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원래 비디오 게임 마니아였던 미야모토는 기존 슈팅이나 스포츠 게임은 오래 흥미를 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게임에 ‘스토리’가 없느냐고 되물었다. 스토리가 있어야 재미를 느껴 더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었다. 미야모토는 어릴 적 호기심과 새롭게 지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유명한 게임 ‘슈퍼마리오’를 탄생시켰다. 이 게임은 야마우치 회장뿐 아니라 전 세계인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슈퍼마리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고, 1993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닌텐도 성공의 두 번째 비결은 ‘스토리’였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닌텐도는 게임에 스토리를 집어넣었다.

복합적으로 사고하다
현재의 닌텐도를 만들어낸 세 번째 인재는 이와타 사토루였다. 경영기획실장이던 그는 2000년 닌텐도의 미래를 구상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리고 닌텐도의 새로운 방향을 크게 4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첫째,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자. 둘째, 경쟁사가 보지 못한 것을 찾아내자. 셋째, 완전히 새로운 게임기를 만들어내자. 넷째, 생산 공장을 최대한 축소해 운영하자.
 
이렇게 해서 2004년 세상에 나온 게임기가 바로 ‘닌텐도 DS’다. 듀얼 스크린(Dual Screen·DS)을 장착한 이 휴대용 게임기는 몇 개 안 되는 조작 버튼과 터치펜으로 스크린을 찍어 게임을 하는 신개념 게임기였다. 닌텐도 DS는 처음부터 게임기가 아닌 ‘두뇌 훈련기기’라는 콘셉트를 내세움으로써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물론 본질이 게임기이니만큼 슈퍼마리오나 포켓몬스터, 야구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기본이었다. 이 다목적 게임기는 가격까지 저렴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제 닌텐도의 킬러 콘텐츠는 흥미 위주의 게임에서 학습 훈련 게임까지 추가됐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공부하라고 사줄 수 있는 게임기가 된 셈이다. 수천만 개가 팔려나간 닌텐도 DS는 1000만 개가 넘는 소프트웨어 판매 기록도 세웠다.
 
닌텐도는 이제 마니아가 아니라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추구했다. 이런 콘셉트에 딱 맞는 게 바로 스포츠였다. 이와타는 닌텐도 DS처럼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TV용 스포츠 게임을 만들기 위해 25명의 별동대를 꾸려 개발에 들어갔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TV를 이용해 스포츠 게임을 하더라도 실제 운동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둘째, 사용자의 운동을 감지하는 무선 기술이 있어야 한다. 셋째, 감지한 운동성을 TV에서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한다. 넷째, 사용자가 운동을 하면서 기능을 제어할 만한 컨트롤러가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닌텐도 DS의 성공에 닌텐도 위의 대박 행진이 이어졌다. 닌텐도 위는 헬스케어에 관심이 높은 남녀노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요가, 피트니스 같은 밸런스 운동까지 가능케 했다. 닌텐도의 세 번째 성공 비결은 고객의 니즈를 채우기 위해 게임을 학습, 운동과 결합한 ‘복합적 사고’였다.
 
전 세계적으로 닌텐도 DS와 닌텐도 위는 각각 1억 대 이상 판매됐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닌텐도 위로 볼링 게임을 즐기고, 미국 공립학교에서 닌텐도 두뇌 게임을 활용해 교육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그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현재 닌텐도는 7조 엔의 현금 보유액을 자랑하며 수십 년간 수입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소(CenterWorld Corp.) 대표로 있으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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