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로 경쟁자를 제거한다

37호 (2009년 7월 Issue 2)

미국의 하이포인트대(HPU)는 명쾌한 콘셉트를 가진 대학교다. “HPU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보살핌을 받고, 더불어 유쾌한 환경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습니다.” 이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 대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몇 가지를 생각해냈다. 예를 들어 수업 중간에 대학 소유의 아이스크림 트럭이 와서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주고, 학생회관에는 일반 식당은 물론 스타벅스와 칙필라 치킨이 있다. 더불어 전교생에게 무료 모닝콜을 해주고, 드라이클리닝과 쇼핑을 처리해주며, 학생들이 영화 표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안내 직원도 두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HPU는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가 선정한 미국 최고 ‘유망’ 대학교 1위에 올랐다. HPU의 명쾌한 콘셉트와 그에 맞는 환경 조성, 그리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비즈니스 관점으로 보면 ‘차이 혹은 특성(distinction)’의 안착화가 가져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고객은 차이를 갈망한다
고객들에게 경쟁자와의 차이점에 대해 명쾌하게 말할 수 있는가?” 아마 이 질문에 당황하는 경영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오늘날 불황의 시대에 굳게 닫힌 고객의 마음을 여는 열쇠다. 사실 지난 수
십 년 동안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비즈니스의 화두는 동질화(혹은 표준화)의 달성이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는 누가 판매하든 비슷비슷하다고 여겨진다. 때문에 고객들은 만성적인 권태감에 시달리고 있다.
 
고객은 표준화 대신 차이를 갈망한다. 경제가 불황일수록 특히 더 그렇다. 실제로 차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불황이야말로 경쟁자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는 이상적이고 결정적인 시기다. 즉 경쟁자를 뛰어넘어 성공과 성장을 구가하고, 제품과 서비스는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그렇지만 차이를 효과적으로 일궈내는 일은 쉽지 않다. 오늘날 경쟁자는 현재의 히트 제품을 더욱 좋게 개선할 수 있고, 수많은 신생 기업들의 동일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으며, 고객들의 권태는 쉽게 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의 용이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 기업이 차별화하고 더 나은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경쟁자들은 재빨리 이를 모방한다.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사가 하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특정 기업이 새로운 특징을 부가할 때마다 이에 대적하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든다. 진정 획기적인 돌파 전략이 나오지 않으면, 고객의 니즈보다는 경쟁사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집중함으로써 결국 고객을 위한 게 아닌, 경쟁을 위한 경쟁만을 일삼는 덫에 빠져들고 만다. 불황일수록 이 덫은 더 강력해진다. 그렇다면 ‘단조로움(동질화)’을 벗어나 ‘도드라짐(차이)’의 단계에 도달하려면 어떤 전략적 접근을 시도해야 할까?
 
첫 번째 통로는 ‘좀더 우수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방법’이다. 하지만 곧 이를 모방하는 경쟁자들이 나타날 테고, 고객들이 보기에는 다른 경쟁자들과 구분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통로는 ‘남들보다 더 빠르고 값싸게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세상 어느 곳에서든 항상 더 저렴한 가격으로 현재의 가격 책정 구조를 약화시킬 수 있는 경쟁자가 있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이 방법도 장기적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세 번째 통로는 ‘더 뛰어난 서비스로 고객에게 응대해 좋은 경험을 마음에 깊이 각인시키는 것’이다. 사실 현실에서 효과를 보이는 유일한 전략은 이것뿐이다. ‘더 뛰어난’ 제품이란 사실 너무도 주관적이고, 최저가 전략은 늘 임시방편일 뿐이다. 차이를 이루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서비스’여야 한다. 즉 고객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대할 수 있다면 기업은 차이에 이를 수 있다.
 
질문 하나를 생각해보자. “지난해 고객을 대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매우 허심탄회하고 솔직하게 본다면, 아마 부가적인 개선을 이루는 데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경쟁자와 구분되지 않고 천편일률적 단계에 묶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차이를 만드는 4가지 기점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고객은 그들이 보기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선택들만 즐비할 때 구체적인 차이가 있는 제품, 서
비스, 방식 또는 경험을 좀더 우수하다고 인식한다. 즉 차이를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바꿔야 하고 경쟁자와 완전히 달라야 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고객 관점에서 볼 때 색다르고 중요한, 작지만 확고한 포인트를 만들 때 자연스럽게 차이가 생긴다. 고객이 무수히 많은 개성 없는 선택을 접한다면, 약간 색다른 것조차 신선하고 우월한 것이 된다. 따라서 차이를 이루기 위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뛰어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차이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를 이루는 4가지 기점을 고려해야 한다.(그림1)
 
첫 번째 기점은 명확성이다.당신들은 누구인가?” 고객은 궁금하다. 차이를 이루려면 정확히 무엇이 차이를 만들고 무엇이 독특한지 명확하게 짚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도미노피자는 “30분 내에 피자를 배달합니다”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독특한 하이테크 기기를 만듭니다”로 명확성을 확립했다. 설명하거나 정의할 수 없는 것은 차별화 대상이 될 수 없다.
 
두 번째 기점은 창의성이다. 명확성을 확보했다면 차이를 형성하기 위해 창의적 사고를 대입할 수 있다. 여기서 창의성은 ‘고정관념을 벗어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미 확보한 명확성의 타깃에 적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실행할 수 있고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잠재적 요소가 과도하게 복잡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차를 태워주는 일만큼 간단할 수도 있고, 재미를 교육적 경험에 투영하는 사소한 일일 수도 있으며, 계산대로 올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미소를 지어주는 서비스 직원을 둘 수도 있다.
 
세 번째 기점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새롭고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철저한 극비 사항으로 간직한다면, 이 세상 모든 창의성은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란 하나의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즉 매력적이고 새로운 차별화 요소를 만들었다면, 이를 스토리로 가공해 널리 퍼뜨릴 수 있다. 훌륭한 스토리는 기업과 고객 사이에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어준다. 애플을 보라. 애플 고객들은 실질적으로 애플의 영업팀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거의 모든 맥(Mac) 사용자가 애플 스토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테스트하고, 반응을 평가하고, 수정을 거친 스토리만이 최고의 영향력을 미치는 힘을 갖게 된다.
 
네 번째 기점은 고객 경험 포커스다. 즉 조직의 모든 초점을 고객 경험에 맞추는 일이다. 고객 경험은 어느 조직이든 차이를 이루는 토대가 되며,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의 주축이 돼야 한다. 단순히 ‘고객 중심 전략’을 보유하고 실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과 잠재 고객을 위해 주목할 만한 경험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때 비로소 차이가 생긴다. 궁극적인 고객 경험의 제공은 그저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는 다르다. 진정으로 고객과 교류하고 있다면, 부가가치란 모든 거래에서 제공해야 하는 일상적인 것일 뿐이지 추가 옵션이 결코 아니다.
 
이 책의 저자 스콧 매케인은 ‘전략적 차별화’라는 주제로 기업을 교육하는 컨설팅회사 매케인 퍼포먼스그룹의 회장이다. 또 상장기업 옵시디언 엔터프라이즈의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고객 유지 전략에 초점을 둔 싱크탱크인 밸류 애디드 인스티튜트의 소장이기도 하다. 저서로 <하이컨셉의 시대가 온다(All Business is Show Business)> <1등 마케터의 조건(What Customers Really Want)>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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