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의 전신을 발명한 제록스는 왜 애플이 되지 못했을까? 제록스가 내부 기술과 내부 응용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반면 제록스를 떠난 창업가들은 회사가 개발한 신기술에 다른 기술 라이선스를 활용해 제품을 구현했다. 세상의 모든 기술을 백지에 이리저리 배치해보며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제록스는 똑같은 기술을 갖고 있었음에도 내부 기술에만 집착하는 조직문화가 혁신의 장애물이 됐다. IBM 역시 거의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부에서 발명된 기술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타사에 빌려주지도 않는 일명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반면 애플은 공동 투자, 위탁 생산, 특허 공유, 기업 인수 등 필요한 외부 자원을 있는 힘껏 끌어 쓰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든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애플 혁신의 원천인 셈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최초 한국인 종신교수인 저자는 35년간 경영학계와 실리콘밸리의 최전선에서 아마존, 구글, 애플, 코닥, 노키아 등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얻은 비즈니스 통찰을 공유한다. 그는 개인적인 일화를 소개하며 경영학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기초 학문 중 하나로 심리학을 꼽는다. 음식점들이 사용하는 식자재 주문 앱 비즈니스를 만든 창업가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미팅 자리였다. 저자는 “앱 사용료가 월 50달러로 왜 이렇게 저렴한가?”라고 물었다. 창업자는 이게 주 수입원이 아니라며 “이 주문 데이터를 수집,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식자재 도매업자에게 판매하는 게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라 사용료는 낮게 책정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앱을 공짜로 쓰게 하면 안 되냐고 묻자 창업자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공짜면 안 씁니다.” 고정비 50달러 정도는 지불하게 해야 돈이 아까워서라도 앱을 쓴다는 것이었다. 이는 경제학엔 없는 논리다. 저자는 경영학의 기반이 되는 경제학과 심리학은 ‘보완적 관계’라며 성공적인 제품과 서비스 출시를 위해서는 심리학을 통해 소비자 심리를 더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차별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벡터’에 비유한다. 벡터는 방향과 크기, 두 가지 속성으로 구성된다. 그는 무엇을 할지 올바르게 결정하고 잘해내면 스스로를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천재적 엔지니어도, 모범적 리더도, 기록에 남을 만한 전략가도 아니었다”며 단지 혁신적인 제품에 대한 열정을 따랐을 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 열정이 그의 비즈니스와 인생을 바꿨다며 우리 또한 저마다의 벡터값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