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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Biz Books

필패 신드롬 外

이규열 | 338호 (2022년 0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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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장 프랑수아 만초니 교수와 장 루이 바르수 교수는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다 흥미로운 현상을 포착한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부하 직원이라도 상사로부터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무능해진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이 현상을 ‘필패 신드롬(The set-up-to fail syndrome)’이라 명명했고 1998년 3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동명의 아티클을 기고하며 세상에 처음 알렸다. 이내 필패 신드롬은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HBR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아티클이 됐다. 실제 리더들이 필패 신드롬을 자주 목격하고 그 중요성에 크게 공감한다는 것이다. 이후 둘은 15년간 현장 리더 3000여 명을 연구하며 필패 신드롬의 역학 관계를 더 명백히 밝혀 책으로 펴냈다.

개인과 조직이 필패 신드롬에 빠지는 까닭은 실력 없는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특정 대상을 범주화하는 것은 석기시대부터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향상시켜주는 능력 중 하나다. 관리자 입장에서 부하 직원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일은 불확실하고 정보가 넘치는 경영 환경에서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들이 부하 직원을 평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면 6개월, 짧으면 고작 10분. 이 속도가 빠를수록 유능한 직원이 무능한 직원으로 더 쉽게 낙인찍힌다. 상사들은 한 번 꼬리표를 붙인 부하 직원에게는 기대치가 낮아져 애초에 높은 성과를 요구하지 않거나 반대로 더 엄한 감독의 잣대를 들이밀어 부하 직원의 의욕과 자존심을 갉는다. 부하 직원들은 상사가 무심코 남긴 꼬리표를 과잉 해석하기도 한다. 상사가 실제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지며 심사숙고 끝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하 직원이 나서서 꼬리표를 떼기 힘든 이유다.

한 사람의 섣부른 확신에서 시작되는 필패 신드롬은 두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조직 전체를 무기력에 빠뜨리고 조직 성과를 떨어뜨린다. 필패 신드롬은 회사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 코치와 선수, 심지어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필패 신드롬이 암약한다. 다행인 점은 필패 신드롬은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사든 부하 직원이든 스스로 자신이 추측하고 확신하는 생각이 맞는지 의문을 던지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상사라면 부하 직원의 인격과 관련된 피드백은 삼가고 부하 직원이 낮은 성과에 대해 스스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부하 직원 역시 상사가 부정적인 결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신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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