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5. 커리어 피버팅 어떻게 해야 하나

N잡러-부캐 같은 방식으로 피버팅 첫발
직장과 나를 상하 아닌 ‘교환’ 관계로 봐야

313호 (2021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 이후 커리어 피버팅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커리어 피버팅은 중심축을 유지하면서 커리어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도가 높은 순으로 1) ‘커리어 사다리’가 아닌 ‘커리어 정글짐’의 옆으로 움직이는 방식 2) 기존 직장의 경험을 살려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략 3) 부캐 같은 사이드 프로젝트 방식으로 나눠볼 수 있다. 커리어 피버팅에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은 1) 직장과 자신의 관계를 상하가 아닌 교환으로 보고 2) 새로운 상황에서 장벽보다는 기회를 발견하고 3) 직업이 주는 소명을 중요시한다. 기업은 미래 기술 분야와 밀레니얼세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커리어 피버팅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 시대 이후 일자리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생각을 할 때 내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주말 예능 ‘놀면 뭐하니’의 유플래시 에피소드(2019년)다. 시작은 유재석이 갑작스럽게 배운 어설픈 드럼 비트이다. 이를 넘겨받은 유희열은 키보드로 기초를 만들고 베이스 기타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윤상에게 넘긴다. 윤상은 어쿠스틱 기타가 필요할 것 같아 이상순에게, 일렉트릭 기타는 적재에게, 그리고 다시 힙합 뮤지션 그레이와 다이나믹 듀오 등에게 릴레이 작업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유재석의 어설픈 드럼 비트는 기업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유희열은 프로젝트 리더를 상징한다. 이들은 이 과제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떠올리고, 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추천받아, 결국 하나의 노래라는 프로젝트를 완수한다. 이 에피소드가 더 의미 있는 것은 이들이 한곳에 모여 작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두 각자의 스튜디오에서 파일을 받아 작업을 하는데 이는 재택근무의 환경에 비유할 수 있다. 이들은 사람을 모아 팀을 만들어 놓고 일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과제나 기술을 생각한 다음, 그에 최적인 사람을 하나씩 선정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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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의 확산은 업무의 급속한 디지털화를 초래하고, 이는 전통적인 조직의 약화와 개인의 역량 중요성 강화로 이어진다. 코로나 이후 기업이 점차 과제를 중심으로 필요한 사람들을 선발해 쓰게 되면서 전통적인 직장인 모습도 바뀌게 될 것이다. 개인은 특정 직장에 소속되기보다는 단기적으로 특정 기업의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1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2020 세계경제포럼에서 AI 회사 코그니전트(Cognizant)의 일의 미래센터 매니저인 데스몬드 디커슨은 “당신 회사의 차기 최고운영자(COO)는 원격으로 일하면서 회사에 6개월간 재직할 것이며, 심지어 회사 e메일 주소도 갖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최고운영자를 고용한 것은 당신 회사가 지금까지 한 것 중 최고의 결정이 될 것이다” 2 라고 말했다. 이는 긱 경제(gig economy)의 진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인데 긱 경제란 재즈에서 최적의 연주자를 모아 임시 공연팀(gig)을 만드는 데서 나온 말로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기업은 필요에 따라 이들과 계약을 맺어 일을 맡기는 형태가 늘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겪은 경영자들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첫째, 영업사원이 고객을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매출은 줄지 않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경우이다. 둘째,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했는데 생각보다 회사 운영에 큰 차질 없이 잘 굴러가는 경우이다. 셋째, 회의의 빈도와 길이가 줄었는데, 업무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이다. 즉, “기업을 운영하는데 꼭 이렇게 많은 관리자나 대면 업무를 하는 직원, 넓은 사무실, 빈번한 회의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경영자들도 하기 시작했다.

향후 일자리 시장은 정규직을 늘리기보다 비정규직의 대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정규직 증가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사상 최대 재택근무 실험으로부터 기업은 장단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게 될 것이다. 2020년 6월,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발표한 것처럼 직원들이 집에서 가까운 ‘거점 오피스’로 출근하는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재택근무는 직원(통근 시간 절약), 기업(원거리 우수 인재 확보), 정부(여성 경제 참가율 증대 및 인구 분산) 입장 모두에서 공통의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이다. 3 마지막으로, 재택이 확산될수록 밤늦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충성도가 아니라 특정 과제를 해결하는 전문성이 중요해질 것이다. 동시에 별다른 전문성이 없는 관리직 수요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경영 관련 조사 및 자문 기관인 가트너는 코로나 이후 기업 내부에서 기존의 역할(예: 부서장)보다는 경쟁력 있는 기술이 중요해진다고 예측4 했고 경영학자인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중간관리자의 소멸’을 이야기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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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업무 형태 변화와 커리어 피버팅

이처럼 재택근무 확산은 업무 디지털화로, 불확실성 증가는 정규직 채용 감소로, 긱 경제는 개인 전문성 의존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소속된 ‘직장’이 중요하던 시절에서 자신이 보유한 전문성, 즉 ‘직업’이 중요해지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조직이 직장인들에게 안정감을 주던 시대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라도 시키는 일을 해왔지만 더 이상 소속된 조직이 아닌 자신의 전문성을 확실히 만드는 것이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대에는 자기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며,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직업을 찾아 전환을 시도하게 된다. 여기에서 커리어 피버팅(career pivoting)이 중요해진다.

커리어 피버팅이 무엇일까? 정의는 조금씩 다르다. 여기에서는 기존의 문헌들을 참고해 커리어 피버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의를 시도해보자. 피벗(pivot)은 축을 중심으로 방향을 회전시킨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에서 비즈니스 모델 가설을 세우고 나면, 이에 맞춰 최소 실행 가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들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시장성 실험을 한 뒤 피드백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제품에서는 어떤 부분을 유지하고, 변화(피벗)시킬지 결정하게 된다.6

세계경제포럼에서 일자리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피벗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job pivot, career pivot), 커리어 피벗을 정의할 때 핵심은 바꾸는 것의 대상이 직장이 아닌 직업이라는 점이다. 동시에 이전에 갖고 있던 경험을 일정 부분 살려서 직업을 바꾸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환자를 보던 의사가 의학이라는 전문 분야의 ‘축’은 유지하면서 언론사로 옮겨 의학 전문 기자가 되거나 제약회사로 옮겨 신약 개발 등을 담당하는 경우다. 또 같은 직장에서 업무를 바꾸는 경우도 피버팅에 해당될 수 있다. 마케팅 부서에서 소비자 대상 인센티브를 디자인하던 전문가가 인사부로 옮겨 새로운 시각에서 직원 대상 인센티브 업무를 접근하는 시도가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커리어 피버팅은 의도적이어야 한다. 7 회사에서 어느 직원을 전혀 경험이 없는 부서로 발령을 내는데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이는 커리어 피버팅이 아니다. 하지만 본인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 지원을 하거나 새로운 부서 발령 제안을 받아들이면 이는 커리어 피버팅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왜 커리어 피버팅이 중요해질까?

2012년, 혁신 이론가인 고(故)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전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서 “우리는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 일자리를 구한 다음 거기에 그냥 안주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라고 적었다. 과거 직장인들이 회사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시켜도 충실하게 다녔던 것은 직장이 자신의 재정적 어려움을 상당 기간 동안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에 대한 이런 기대는 사라지고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미래의 재정적 안정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면 직장인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의미라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즉, 돈을 주거나, 의미를 주거나, 혹은 두 가지 모두를 주는가를 따져본다. 직장에 오래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직장인 혹은 직장인이 되려는 입장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 전략을 고려하게 된다. 8

첫째, 연봉이 높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오래 돈을 벌 수 있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공무원 시험을 들 수 있다.

둘째, 전문적 직업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갖는 것이다. 의학 전문 대학원이나 로스쿨 등을 통해 의사, 변호사가 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전통적 커리어 개발, 예컨대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영업 담당 임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으로 흔히 ‘커리어 사다리(career ladder)’를 타고 올라가는 방식을 벗어나는 것이다. 전통적 커리어 사다리는 주식 투자로 말하면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다 담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2014년)에 따르면 대졸 신입 사원 1000명 중 7.4명만 임원 승진을 하며, 대기업은 4.7명이다. 모두 1%가 안 되는 수치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에서 정해준 커리어 사다리를 올라가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주도적으로 자기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다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전략 1), 로스쿨에 입학(전략 2)하는 것은 커리어를 바꾼 예이지만 엄밀한 뜻에서 커리어 피버팅은 아니다. 피버팅은 스타트업에서 초기 비즈니스 모델의 일정 부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 요소를 바꿔 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초기에 세운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버리는(perish) 것과는 구분된다. 9 즉, 앞의 두 가지 전략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간다는 점에서 피버팅이라기보다는 커리어 변화(career change)로 보는 것이 맞다. 모든 피버팅은 커리어 변화지만 모든 커리어 변화가 피버팅은 아니다. 농구에서 피벗이 한 발을 축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을 의미하듯 커리어 피버팅에서도 중심축을 유지하면서 방향 전환을 시도한다.

커리어 피버팅의 세 가지 방식

본 글에서는 세 번째 전략에 해당하는 커리어 피버팅의 세 가지 방식을 살펴보자. 여기에서 기준은 피버팅에 따르는 어느 정도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지 여부다.

첫 번째는 고위험 커리어 피버팅이다.10 2020년 11월 세계적인 제약사 중 하나인 MSD는 한국 지사 항암제 사업부를 맡던 최재연 전무를 대만 MSD 대표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독특한 커리어 피버팅을 반복적으로 시도해왔다. 이전 직장인 글로벌 제약사 릴리에서 그는 인사 담당 임원, 중국 지사 영업 매니저를 거쳐 마케팅 임원을 맡았다. 그러던 그가 2017년 직장과 직업을 동시에 방향 전환하는 모험을 하게 된다. 릴리에서 MSD로 이직하면서 대외협력 업무 담당 임원으로 오게 된 것이다. 당시 최 대표 주변에서는 너무 위험도가 크다고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최 대표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커리어를 ‘고위험 고수익’과 같은 구조로 본다고 했다. 앞서 커리어 피버팅에서는 중심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 대표의 그 축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경영자(General Manager)로 성장하고 싶은 열정이 있었고, 따라서 전통적인 커리어 사다리를 한 방향으로 올라가기보다는 인사나 대외협력업무로의 방향 전환을 제안받았을 때 ‘커리어 사다리’의 위가 아닌 ‘커리어 정글짐’의 옆으로 움직이면서 넓이와 깊이를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11 을 밟아왔다. 최 대표는 커리어에서 방향 전환을 할 때는 위험을 감수하되 자신의 열정(passion)이 있는 분야로 피버팅해야 함을 강조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열정이 없는 분야로 전환을 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실패 위험도 더 커진다는 뜻이다. 그는 인사 분야 경험을 통해 조직개발 전반의 노하우와 더불어 직원들과 어려운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대외협력 업무를 통해 고객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역할과 역학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됐는데 이는 최 대표의 커리어 개발에 독특하면서도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

두 번째는 중간 위험도를 가진 전략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략이다. 30대 중반의 조희연 씨는 학교 졸업 후 비서로 일을 시작했지만 평소 관심을 갖던 홍보일을 하고 싶어 홍보회사로 이직했다. 몇 년 후 기업 내부를 경험해보고 싶어 글로벌 기업 홍보팀으로 입사한다. 이곳에서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 관심을 갖고 비영리 기구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다가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임팩트(social impact)라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 분야를 보다 집중적으로 경험해보고 싶어 비영리 기구로 옮겨 2년을 일하게 된다. 당연히 기업에 비해 연봉이나 복지 혜택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했지만,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경험을 쌓는 데 더 큰 목적이 있었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최근 바이오 벤처기업의 지속가능성 매니저로 성공적인 커리어 피버팅을 했다. 조 매니저는 회사에서 정해주는 업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지면서 이전 직장에서 하던 경험을 살려서 조금씩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결과 지속가능성 전문가로 성장하게 됐다.

세 번째는 엄밀한 의미에서 그 자체로 커리어 피버팅이라 보기 힘들지만 향후 피버팅을 하려는 많은 사람이 시도할 것이기에 여기에 포함시켰다. 이는 최소한의 위험 부담을 갖고 피버팅 전 단계에 하는 것으로, 최근 많이 이야기되는 N잡러, 사이드잡, 부캐 등 12 과 관련된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 방식이다.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저자인 최재원 라이프쉐어 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지 않고 동시에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경험하는 것’을 사이드 프로젝트로 정의한다. 즉, 단순히 수입을 늘리기 위한 부업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회사 업무와는 별도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본업이라는 축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은 가장 낮다.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고, 저녁 회식 등이 줄어들고, 직장을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트레바리나 프립 등과 같은 소셜 커뮤니티의 확산으로 이러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확산될 것이며, 이로부터 성공적인 커리어 피버팅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더 나오게 될 것이다.

커리어 피버팅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가?

커리어 피버팅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아예 하던 일과 상관이 거의 없는 공무원이나 의사, 변호사 등 자격증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커리어 피버팅을 성공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첫째, 이들은 직장과 자신의 관계를 상하 수직적으로 보기보다는 교환(exchange)의 관계로 본다. 직장은 매달 급여를 줘 경제적 안정을 도와주고, 업무 경험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개인은 이런 직장에서 자신의 시간과 전문성을 살려 매출 증대나 신제품 개발, 팀원을 미래 인재로 개발하기 위한 코칭 등에 기여한다. 직장과 자신은 계약에 의해 서로 가치를 교환하는 수평적인 관계이며, 언제든 교환을 끝내고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와 같은 조직 충성도와는 거리가 있으며 공정한 가치 교환 관계를 중요하게 본다.

둘째, 이들은 어떤 새로운 상황으로부터 장벽(obstacles)보다는 기회(opportunities)를 보려는 성향이 높다. 다른 말로 하면 위험 감수(risk taking) 성향이 일반인들보다 높다. 조직 및 리더십 진단 기관인 팀 매니지먼트 시스템즈(Team Management Systems)는 기업 리더의 기회와 장벽에 대한 태도를 알아보는 진단을 할 때, 다섯 가지 측정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다경로(multi-pathways) 성향이다. 목적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장벽에 부딪혔을 때 과거에 하던 대로 열심히 계속하기보다는 다른 길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성향이다. 커리어 피버팅에 적극적이고 성공적인 사람들은 다경로 성향이 높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다. 이들은 커리어 목표에 도달하는 다양한 자기만의 경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셋째,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의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직업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시선에는 세 가지가 있다.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버는 수단(money maker), 개인의 성공을 만들어내는 수단(success maker), 그리고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수단(meaning maker)이다. 이를 각각 일자리(job), 커리어(career), 소명(calling)이라는 용어에 연결할 수 있다. 커리어 피버팅은 단순히 더 높은 연봉을 찾아 이직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들은 돈과 성공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때로는 연봉이나 직책을 낮추더라도 자기에게 의미가 있는 커리어를 스스로 만들어 가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길인 커리어 피버팅이라는 위험을 감수한다.

기업에 커리어 피버팅은 어떤 의미인가?

지금까지 주로 개인의 입장에서 왜 커리어 피버팅이 중요한지, 어떤 전략이 가능한지, 이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러한 트렌드가 기업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2020년 미래 일자리 리포트에 따르면 커리어 피버팅을 통해 인사 관련 분야(People and Culture)나 엔지니어링 분야에 들어가려 할 경우 이전 경력에서 습득한 기술과의 유사성이 모두 50%를 넘는 것으로 나와 비교적 진입 장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앞으로 수요가 많을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AI 분야는 모두 10% 미만으로 이전에 하던 일과의 기술적 유사성이 적은 사람들도 피버팅을 많이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AI나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래 기술 분야의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서 기업은 커리어 피버팅에 대해 보다 열린 정책을 펼쳐야 한다.

둘째, 글로벌 조사기관 갤럽은 리포트 ‘밀레니얼은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길 원하는가’13 에서 밀레니얼은 직장 생활 속에서 연봉보다는 의미를 찾으려 하고 직장에 대한 만족보다는 삶의 목적과 자기 계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기성세대에 비해 젊은 세대로 갈수록 커리어 피버팅이 활발해질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밀레니얼 인재 유지 전략에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된다. 직장 내에서 커리어 피버팅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인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현대카드/캐피탈의 커리어 마켓 제도는 회사가 직원들을 단순히 순환 보직시키거나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무 영역에서 일해보고 싶은 직원들은 자신을 사내 ‘오픈 커리어 존’에 등록해 마케팅하고, 각 부서는 ‘잡포스팅존’을 통해 자기 부서에 필요한 인재를 사내 공모하도록 해 사내에서 커리어 피버팅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하고 있다. 실제 이 회사에서는 일반적인 기업보다 부서 간 인재 이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직원 개발 방향의 변화이다. 향후 기업은 ‘관리자 대상 교육’과 같은 역할 중심의 교육보다는 기업이 코로나 이후 변화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직원들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14 이런 핵심 기술은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에서 쓸모가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이런 변화는 커리어 피버팅을 가속화하는 데 한몫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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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은 2025년에 중요한 15가지 기술(표 1)을 2020년에 발표하면서 과거에 없던 새로운 기술에 주목했다. 바로 1위인 분석적 사고와 혁신에 이어 2위로 꼽힌 능동적 학습과 학습 전략(Active learning and learning strategies)이다.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진 시대에 커리어 피버팅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시켜주는 강의만 들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의 강점과 직업적 욕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유플래쉬’에 선발된 뛰어난 가수와 연주자들은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음악 분야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배워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직장인들도 이제 커리어 개발을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바야흐로, 커리어 피버팅의 시대가 왔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hoh.kim@thelabh.com
필자는 리더십 및 조직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한국외대(불어와 철학)와 미국 마켓대(PR)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공개 사과에 대한 인지적 연구)를 받았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이며 글로벌 PR 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 법인 대표를 지냈다. 저서로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2020)』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2019)』, 역서로 『사람일까 상황일까(2019)』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6호 Responses to Climate Change 2021년 0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