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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달로 쏘아 올린 혁신 본능

김현진 | 284호 (2019년 11월 Issue 1)
1971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4호의 선장, 앨런 셰퍼드는 우주선에 특별한 물건을 실었습니다. 암석 채집 집게와 연결해 골프채로 쓸 6번 아이언 헤드였습니다. 어렵사리 성사된 달 표면에서의 골프 세리머니는 당시 TV로 생중계돼 ‘역사적인 볼거리’를 지구인들에게 선사했습니다. 셰퍼드 선장의 자서전 『문샷(Moon Shot)』에 따르면 그는 불편한 우주복 탓에 한 손으로 어렵사리 골프채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설프게 친 골프공은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에단 시겔의 추정 결과, 이론상으로는 무려 최대2.5마일(4㎞)까지 날아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이 기록은 달의 중력이 지구 중력의 6분의 1에 지나지 않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은 달(Moon)에서 골프(Shot)를 칠 생각을 할 정도로 일견 치기 어리지만 인간의 진취성을 느끼게 하는 ‘혁신’과 ‘도전’이 대주제입니다. ‘문샷 싱킹’은 달을 멀리서 지켜보기 위해 계속 고성능 망원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직접 달에 가기로 마음먹는 도전 정신을 뜻합니다. 달에 로켓을 보내는 것처럼 새로운 문제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10%씩 점진적으로 개선하기보다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10배의 성장 효과를 내는 것. ‘문샷 싱킹’으로 접근하면 우주는 과학이 아닌, 비즈니스 혁신 전략이 됩니다.

하지만 달에, 그리고 우주에 접근하는 것은 부단한 희생과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지구에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극한 환경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미의 여신’인 비너스의 이름을 갖고 있는 금성은 미국 작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1930년 발표한 소설 『금성의 해적(Pirates of Venus)』에서 수풀이 우거진 아름답고 푸른 행성으로 묘사됩니다. 금성은 하지만 1961년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심각한 고온 상태’라는 과학적 진실을 밝히면서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우주라는 극한 환경을 버티기엔 인체의 신체와 정신이 아직 나약한 것도 사실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쓴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우주 공간에서 무중력 상태에 장시간 노출되면 뼈와 근육이 수축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러시아의 우주인 발레리 폴랴코프는 437일이라는 최장 우주 체류 기록을 세운 후 지구로 귀환했을 때 구조대의 도움을 받으며 캡슐에서 간신히 기어 나왔습니다. 무중력 상태가 시신경을 태운 탓에 많은 우주비행사가 우주 탐사 이후 시력이 크게 떨어지는 불행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우주를 향한 인류의 호기심과 관심은 지칠 줄 모르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실제 22세기 말에나 실현될 것으로 추정되는 테라포밍(terraforming, 행성의 조건을 인간이 살 만한 수준으로 바꾸는 것) 기술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그 여정에서 인류가 찾아낸 발견들은 지구에서의 삶도 이미 개선시키고 있습니다. 예컨대, 물이 귀한 우주선 안에서 폐기된 수분을 깨끗한 물로 정화시키는 물 회수 필터 기술은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 적용돼 이미 귀한 목숨들을 구해내고 있습니다.

인류의 달 탐사 50주년이자 블랙홀의 비밀이 밝혀진 올해는 특히 혁신적 기업인들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도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리처드 브랜슨과 같은 사업가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집필에 참여한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탁월한 재능과 함께 치명적인 취약점을 가진 ‘이중 특수성’ 집단에 속합니다. 재능과 결핍, 미래에 대한 전망의 기술이 묘하게 교차하면서 남들보다 더 우주에 집착하는 성향을 띤다는 분석입니다. ‘문샷 싱킹’을 이끄는 경영자의 역할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본성을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문샷’을 시도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우주로 도전해온 인간의 혁신 본능을 경영 현장에 담아내는 지혜를 발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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