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아닌 가짜, 진실이 아니 거짓, 자연이 아닌 인공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상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 것처럼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개인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도 있다.
인기척을 흉내 내는 스마트 스피커 스위스의 스타트업인 미티피(Mitipi)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새로운 개념의 보안 스피커 케빈(Kevin)을 전시했다. 대다수의 절도 행위는 장기간 집을 비울 때 발생한다. 그래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거실 불을 켜 두거나 TV가 켜지도록 예약해놓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케빈은 스마트홈 제품들과 연동돼 자동으로 사람의 말소리를 재생하고 조명을 켜주며, 마치 실제로 사람이 있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해준다. 게다가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지역이나 시간대에 따라 시나리오를 적용한다. 아침에는 샤워 소리가, 저녁에는 TV 소리와 함께 음식을 만드는 소리가 나고, 도심이냐 외곽 지역이냐에 따라서 소리의 크기도 달라진다. 뒷면에는 LED 조명이 탑재돼 있어서 진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림자를 만들기도 한다. 도둑의 침입을 감지해서 알려주는 정직한 서비스도 좋지만 이러한 사후약방문 격의 조치보다 사람이 부재한 상황을 위장하는 눈속임으로 도둑을 예방하는 편이 훨씬 스마트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