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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Biz

하루 다섯 끼 먹고, 저녁은 9시부터...
독특한 스페인 식사 문화의 비밀

Article at a Glance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독특한 식문화를 자랑한다. 특히 하루에 다섯 끼를 먹고 저녁 식사를 10시나 돼서 시작하는 이들의 식문화 패턴 때문에 스페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당혹스러울 수 있다. 스페인이 이렇게 독특한 식문화를 갖게 된 것은 국가 표준시로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서유럽 표준 시간을 쓰고 있기 때문. 경도상 영국보다도 서쪽에 위치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재자 훌리오 프랑코가 독일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 표준시를 그리니치 표준시(GMT+0)에서 서유럽 표준시(GMT+1)로 변경하면서 여름에는 밤 10시까지 해가 떠 있고, 겨울에는 오전 9시에나 해가 뜨게 됐다. 스페인의 식문화는 이 시간대에 맞춰 살기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면서 발전한 것이다.

비즈니스 갈라 미팅의 추억
수년 전 스페인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이다. 유통 표준 관련 국제회의였는데 장소는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 태양의 해변)로 유명한 스페인의 남부 해안 도시 말라가(Malaga)였다. 스페인의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은 필자가 처음 만나 본 새로운 하늘이었다.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을 위한 갈라 디너(Gala Dinner) 초청장이 모두에게 전달됐다. 의아했던 것은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다음 날 저녁 9시까지 갈라 디너 장소로 오라고 쓰여 있는 초대장을 보고, 필자는 혹시 19시의 잘못된 표기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기도 했다. 다음 날 저녁 8시가 되니 허기가 폭발하고 시차 때문에 졸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호텔에서 나가 갈라 디너 장소로 향했다. 8시40분쯤 도착했는데 야외 수영장이 있는 멋진 정원이었다. 그런데 정원에는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사람도 없었으며 조명도 켜져 있지 않았다. 거기에 있었던 사람은 나를 비롯한 한국인 교수 두 명과 일본인 한 명까지 셋뿐이었다. 9시가 가까워지자 외국인 몇몇이 등장했지만 주최 측 인사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9시가 돼서야 정원에 불이 켜지며 서빙 담당 직원들이 슬슬 준비를 한다. 이렇게 스페인에서의 희한한 식사 경험이 시작됐다.

9시15분쯤 되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직원들은 작은 접시에 담은 음식을 의미하는 다양한 타파스(Tapas)와 함께 스페인식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Cava)와 스페인 남부 맥주 ‘크루즈캄포(Cruzcampo)’를 아름다운 정원에서 서빙하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있는 스탠딩 테이블에 서서 그렇게 10시까지 식사를 마치고 이제 다시 호텔로 귀가하려는데 주최 측에서는 이제 식사를 시작하겠다며 다들 저택 안으로 이동하라고 한다. 지금까지 먹었던 것은 식사가 아니고 전식이었던 것인가? 이미 충분히 부른 배로 함께 저택으로 이동했더니 테이블에 식기류가 제대로 세팅돼 있다.

테이블에 앉고 얼마 후 전식은 카바와 함께 다시 제공됐고 그렇게 두 시간이 넘게 풀코스 요리가 서빙됐다. 자정이 좀 넘어 디저트가 나왔으며 옆 좌석의 스페인 비즈니스맨과 교수는 끊임없이 ‘살룻!’(¡Salud!)을 외치며 건배를 종용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과 중국 이외의 나라에서 이렇게 술을 권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즐거움의 연속이었으나 필자는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런데 스페인 친구들의 상태를 보아하니 이제 시작하는 듯한 분위기다. 자정을 넘어 12시 30분쯤 이제 2차를 가겠다고 한다. 물어봤더니 이런 식사 패턴이 일반적이란다. 스페인에서 클럽은 새벽 두 시쯤 사람들이 모이고 세 시가 돼야 피크 타임이다. 스페인에서 음주 단속은 주로 새벽 다섯 시 이후에 한다. 이처럼 스페인 사람들의 저녁 식사는 우리의 저녁 식사보다 한참 늦은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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