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비자들은 체험 소비를 중시한다. 직접 겪어보고 느껴본 후에야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체험 경제를 견인하는 쌍두마차로 VR과 AR을 꼽을 수 있다. 생생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적 토대다. 고전 『장자』에도 직접 겪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언급된다. 장자는 책을 통해 습득한 지식은 죽은 지식이며 몸으로 체득하고 직접 겪어본 일이라야 살아 있는 지식으로 체득된다고 설파한다.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고, 또 하나는 상품 소비보다 체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체험 자체가 서비스의 일종이므로 두 현상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기업이 시장에 내놓는 상품을 무조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오감으로 직접 체험해 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이들은 가격 대비 성능과 심리적인 만족도를 꼼꼼하게 따져본 후 가성비와 가심비가 더 높은 제품 쪽으로 손을 뻗는다. 블로그에 소개된 맛집을 직접 찾아가서 시식해 보는 맛집 탐방이 관광 상품화하는 트렌드도 체험 경제의 확산과 관련 있다. 미 컬럼비아대 번트 슈밋 교수는 『체험 마케팅(Experience Marketing)』이라는 책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감각에 호소하고 가슴에 와 닿으며 자신의 정신을 자극하는 제품과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을 원한다”며 체험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체험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이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브랜드 가치 구축을 위해 광고에 큰 비용을 투자하는 대신 그 비용을 매장이나 사람에게 투자한다. 큰 비용이 투자된 매장의 분위기를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게 하고 그들의 입소문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체험 마케팅 전략을 통해 스타벅스는 세계 커피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산업이 한 단계 더 고도화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체험 경제가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체험 경제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술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다. 두 기술은 구현 방식과 응용 분야 등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가상과 현실의 혼합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인터페이스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기술이다. 영화를 예로 들면 ‘매트릭스’는 가상현실에 가깝고 ‘아이언맨’은 증강현실에 가깝다. ‘매트릭스’는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상상만으로 뇌를 조작해 배가 부르게 함으로써 현실과 100% 다른 가상세계를 창조하지만 ‘아이언맨’은 주인공이 껴입은 슈트가 신체의 힘을 더 강력하게 증강시키는 방식을 통해 현실과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박영규chamnet21@hanmail.net
인문학자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