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슈터는 연습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끝없는 반복 연습만이 슛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신준섭은 하루 500개의 슈팅연습을 거른 적이 없다.”
농구팬 가운데서 이 대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제법 있을 것이다. 현재 30대 후반 40대 남성들이라면 안 본 사람이 없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던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대사다. 방탕한 천재 정대만과 연습벌레 신준섭 중에 누가 더 뛰어난 슈터인지를 놓고 도내 최강 해남고교 남진모 감독이 내린 평가다. 혹시 시간이 나면 운동 삼아 중거리 슛 50개만 연속으로 해보시라. 다음 날 오랜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것처럼 팔다리가 뻐근함을 느낄 것이다. 기초체력이 있는 20대 아마추어 선수들도 100개 정도 하면 다음 날 팔다리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 그런데 슈팅 500개를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매일 500개씩 고등학생이 해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만화에나 나오는, 일반인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힘든 일이다. 즉 정말 죽지는 않을 정도까지 열심히 해야만 ‘진정한’ 슈터가 될 수 있고 그런 노력을 한 자기 팀 선수가 최고 슈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슬램덩크’ 해남고교 슈터 신준섭
사실 만화 속 고교 최강팀을 이끄는 남진모 감독의 이런 견해는 실제 스포츠 분야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노력과 성과에 대한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스포츠 분야만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야도 많이 없는 것 같다. 성공한 운동선수들은 예외 없이 자신이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재능의 중요성에 대해서 부정하진 않지만 비슷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결국 자신이 그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 원인이라고 믿는다. 재능 등의 다른 조건이 같다면 노력을 많이 하면 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스포츠 분야에서 굳게 믿고 따라야 할 불변의 진리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운동선수와 감독은 “성공하려면 죽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성공하지 못하면 노력이 부족한 자신 탓이다”라고 끊임없이 서로를 몰아붙이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이처럼 노력과 성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노력의 가치를 일깨워주며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성취동기를 높이는 등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 분야에서 노력과 성과의 관계에 대한 신념은 노력의 절대량만 강조하고 노력의 질과 분배에 대한 이해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단순히 좋은 시설과 운동프로그램을 사용해 질을 높이고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노력을 하는데 그 많은 노력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가장 성과가 클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구 슈팅연습을 예로 들어보자.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슈터인 정대만과 신준섭이 둘 다 비슷한 수준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두 선수 모두 전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최대노력을 투입할 것이다. 둘의 최대노력량은 같다. 즉, 졸업할 때까지 같은 개수의 슛을 연습할 것이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나 감독들의 고정관념에 의하면 이런 경우, 두 선수가 비슷한 성과를 거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재능이나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변수인 노력량(즉, 슈팅 개수)이 같기 때문이다.
노력의 좋고 나쁨을 양으로만 따지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총노력의 효율적인 분배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5만 개 슈팅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슈팅횟수를 분배하는 방법은 매일 똑같이 하루에 500개씩 던지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는 200개 던지고 그다음 날 800개 던지는 패턴을 반복할 수도 있고, 5일 연속으로 400개씩 던지다가 6일째에 1000개를 던질 수도 있다. 어떻게 하든 두 선수 모두 어마어마한 양의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이러한 노력 투자량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일까? 실제 세계에서 제일 뛰어난 NBA 일급 슈터들도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한 듯하다. NBA 역사상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는 시즌 중에는 경기가 없는 날 250개, 비시즌 중에는 매일 500개 목표 숫자를 정해놓고 던진다고 한다. 대부분의 베스트 NBA 슈터들도 총횟수의 차이는 있지만 일일 목표 횟수를 채우는 연습 방법을 택하고 있다.
김유겸ykim22@snu.ac.kr
-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
-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
- 플로리다주립대 7년간 재직, 종신교수직(tenure)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 80여 편의 논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