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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그리고 마지막까지 잘하라

김찬배 | 14호 (2008년 8월 Issue 1)
지금부터 10여 년 전 경력(career) 연구의 권위자인 더글러스 홀(Douglas T. Hall)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경력은 죽었다(The career is dead)”고 선언했다. 한 직장에 머물며 평생 고용과 직업 안정성을 보장 받던 전통적인 경력의 시대가 가고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함축한 메시지이다.
 
프로틴 경력(protean career)’과 ‘무경계 경력(boundary -less career)’은 달라진 경력 패러다임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이다.
 
프로틴 경력은 그리스 신화에서 자유롭게 변신이 가능한 바다의 신 ‘프로테우스(Proteus)’에서 비롯된 것으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경력을 의미한다. 무경계 경력은 한 조직이나 한 명의 고용주에게 얽매이지 않고 조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선택하고 책임지는 독립적인 경력을 뜻한다.
 
이와 같이 경력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개인들은 현재보다 더 나은 조건의 직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 현재의 직장을 떠날 계획이 없다 하더라도 노동시장에 가끔 이력서를 내보는 것은 자신의 몸값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이곳저곳에서 관심을 보인다면 스스로 고용가능성(employability)을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이성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것처럼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직하는 과정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서 실직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마케팅 부서에 다니는 김익모 대리(가명·35)는 연말에 더 좋은 조건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으로의 이직이 확정됐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하게 될 생각에 들떠 있는데 합격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력사원 채용의 관행이 된 평판 조회(reference check)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평판 조회는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한 상사나 동료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로 전 직장에서의 업무 능력이나 태도가 어땠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다국적 리서치 회사인 에이퀀트(www.aquent.co.kr)에 따르면 평판 조회에서 탈락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져 약 10%에 이른다고 한다.
 
탈락자 원인의 대부분은 업무 능력보다 평상시의 인간관계와 태도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익모 대리는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생각에 업무도 대충 처리하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막판에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게 화근이었다.

평상시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친절과 호의는 언젠가 나를 변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까지 잘해야 한다. 평소에 아무리 잘한다 해도 마지막에 잘못하면 그 동안 좋았던 모든 기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다. 비록 마지막에 잘못한 것이 있어도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평소에 잘한 것과 마지막에 잘못한 것을 평균해서 그래도 ‘비교적 잘했다’고 평가해야 할 텐데, 마지막에 한 번 잘못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잘못했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인상을 결정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해서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라고 한다.
 
평소 적을 만들지 않고 상대방의 지위나 출신, 재산에 상관없이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 먼 훗날 현재의 직장은 나의 성장의 근원지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늘 감사하는 습관……. 당연하고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이 다음 경력에서 성공을 보장하는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결코 사소하지 않게 말이다.
 
필자는 기업 교육 전문가로서 성공 네트워킹의 실천적 개념인 NBO(Networking By Objective) 이론을 정립했다. 동기부여, 변화와 혁신 분야의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키맨 네트워크> <개인과 회사를 살리는 변화와 혁신의 원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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