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Manners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은 식사문화와 음주문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접시에 각각 덜어서 먹되 함께 먹는 음식에 자신의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대는 건 실례다. 같은 젓가락을 쓰지만 사용법이나 식탁 위 배치방법은 조금 다르므로 이 역시 신경 써야 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술에 관대한 편이지만 절대 강권해서는 안 된다. 계산 역시 한국식으로 ‘오늘은 내가 산다’는 개념은 부담을 줄 수 있어 좋지 않다. 서양의 더치페이와는 다르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균등하게 부담하는 ‘와리캉’ 문화에 토대를 두고 있으니 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
편집자주
과학화된 최신 경영기법과 최첨단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지금 시대에도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는 건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요즘에는 각국과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매너를 연구하고 강의해 온 박영실 박사가 국가별 비즈니스 매너를 연재합니다.
지금 김 과장의 모든 촉은 식사를 함께하고 있는 일본 바이어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 있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이번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아내에게조차 지금껏 한번도 해준 적이 없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름 아닌 ‘생선살 발라주기’다. 함께 먹는 생선에 예상치 못한 남의 젓가락이 침범하는 것을 본 일본 바이어는 당황스러워한다. 잠시 후 김 과장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채 비우지도 않은 소주잔에 상대 바이어가 소주를 따랐기 때문이다. 음식 값을 계산하려는 김 과장에게 일본 바이어는 손사래를 치며 자기도 부담하겠다고 난리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젓가락을 쓴다는 사실만 같다
한중일 3국은 모두 젓가락을 사용하는 식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사실만 빼고는 모든 것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편하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나 중국처럼 친한 사람끼리라도 음식을 집어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일본의 장례문화와 관련이 깊다.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대개 화장을 하는데 이때 두 사람이 죽은 사람의 뼈를 같이 젓가락으로 집어서 항아리에 넣는 풍습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주는 행위가 배려로 느껴지기보다는 화장을 연상케 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또한 멀리 있는 그릇을 젓가락으로 끌어당기거나 젓가락 대 젓가락으로 음식을 주고받는 것, 공동의 음식을 개인용 젓가락으로 덜어먹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혹시 공용 젓가락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개인용 젓가락을 뒤집어 음식을 덜어먹는 일본인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것 또한 위생적이지 않으니 참고는 하되 가급적이면 공용 젓가락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인들은 우리처럼 ‘Communal Eating(한 그릇의 음식을 함께 공유하는 식사)’을 하지 않는다. 일본 식사예절의 핵심은 ‘남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젓가락이 간 요리에 손이 가는 것은 금기다. 일본인들이 개인별로 덜어 먹는 접시인 ‘도리자라(とりざら)’를 사용하는 것만 봐도 그들의 위생관념과 의식구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한정식집에서 비즈니스 식사를 할 때 동치미가 하나밖에 없다면 하나 더 요청을 하든지 아니면 상대를 위해 양보를 하는 것이 낫고, 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 공용 스푼 대신 자신의 티스푼으로 설탕을 뜨는 행동 역시 절대 삼가야 한다.
일본에서는 식사할 때 국을 먹더라도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다. 속에 있는 건더기는 젓가락을 사용해 집어 먹고, 국물을 마실 때는 국그릇을 들고 입을 대고 마시는 것이 예의다.
숟가락은 죽이나 국밥, 계란찜처럼 젓가락으로 집을 수 없는 요리나 오므라이스, 카레 등을 먹을 때만 사용하고 국을 마실 때는 소리가 나도 상관없지만 밥을 국에 말아 먹으면 안 되니 이 점 또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일본의 식사문화와 음주문화
일식은 젓가락을 한 일(一)자로, 한식은 숫자 1자로 둔다. 일본의 젓가락 사용이 한식과 다른 점은 젓가락을 잡는 위치다. 우리는 젓가락의 상반부를 잡고 사용하는 반면 일본은 젓가락의 중앙 부분을 잡고 사용한다. 젓가락을 잡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테이블에 젓가락을 올려두는 위치도 달라진다. 한식은 테이블의 오른 편에 숫자 1과 같은 방향으로 두고, 일식은 식사하는 사람 바로 앞에 한 일(一)자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젓가락 받침 위에 올려놓아야 하며 젓가락질이 서툴다고 해서 포크처럼 음식을 찍어서 먹으면 안 된다. 젓가락질이 서툴다면 포크를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단 초밥의 경우에는 준비돼 있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손으로 집어먹어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일본인의 식사법 중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식사할 때 밥공기를 왼손에 들고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른들이 밥공기를 들고 먹으면 천박하다고 호통 치는 데 반해 일본에서는 왼손에 들고 먹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엄지손가락을 밥공기 가장자리에 고정시켜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고 나머지 손가락들은 가지런히 모아 펴서 한가운데 밥공기 바닥이 오도록 쥐는 것이 올바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술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한 분위기다. 한국과는 달리 술을 권할 때에는 한 손으로 따라도 되며 상대편이 마신 만큼 잔에 술을 채워 놓는다. 더 마시고 싶지 않다면 술잔을 그대로 두면 된다. 술을 권할 때 술잔을 돌리는 우리의 술 문화와는 달리 일본은 잔을 돌리지 않으며 상대방에게 술을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쌀로 빚은 일본의 전통술 사케(酒)는 흔히 정종이라 불리는 것으로 일반 주점에서는 병째 내지 않고 작은 도자기 술병에 넣어 술잔과 함께 술상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종은 차게 마시기도 하고 혹은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기도 하는데 일본 술은 부드러운 듯하지만 생각보다 도수가 높으므로 갑자기 취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양주를 마실 때 ‘미즈와리(みずわり)’라는 방식으로 유리컵에 위스키를 조금 따르고 얼음과 물에 희석해서 마신다. 쇼추(しょうちゅう)는 증류된 화주(火酒)로 고구마, 밀, 수수 등의 재료로 만들어지는 술로 보드카와 비슷하다. 우리는 작은 잔에 소주나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보통이지만 일본에서는 소주를 마시는 방식 또한 위스키와 같이 ‘미즈와리(みずわり)’로 마시거나 뜨거운 물을 섞어 마시기도 하는데 이것을 ‘오유와리(おゆわり)’라 한다. 여기에 매실 장아찌인 ‘우메보시(うめぼし)’를 넣어 마시기도 하고 얼음이나 물, 레몬 등을 섞어 마시는 미즈와리(みずわり) 문화도 있으니 이러한 음주 문화에 대해 물어가면서 마시면 분위기를 좋게 만들 수 있다.
일본의 와리캉(わりかん) 문화
일본은 오키나와에서 북방 섬까지 무려 3300㎞에 달하는 열도로 다양한 기후대가 존재한다. 그만큼 삶의 방식도 다양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다. 특히 ‘섬나라’라는 특수한 환경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까지 만들어냈다. 어떻게든 그 안에 살아야 하는 만큼 최대한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개의 일본인들은 자신이 먹은 것은 자신이 계산하는 것이 관습으로 굳어져 있다. 우리나라처럼 식사를 권한 쪽, 연장자가 요금을 지불하는 예는 드물다. 일본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술값이나 음식 값은 각자 먹은 값을 지불하거나 인원 수대로 나누는 와리캉(わりかん) 방법으로 계산한다. 그래서인지 와리캉(わりかん) 계산을 도와주는 스마트폰앱을 이용하는 비즈니스맨도 많은데 언뜻 보면 서양문화권의 더치페이와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그 메커니즘은 다르다. 더치페이는 ‘내 돈 놓고 내 술 먹기’식이지만 일본의 와리캉(わりかん)에는 상대방의 체면이나 권위를 해치지 않고 배려하기 위해 다양한 셈법이 존재한다. 일종의 사회적 직위에 따른 ‘공동 균등 부담’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대접을 하는 자리가 아닌 경우에 자신이 술이나 음식 값을 전부 계산하겠다는 우리나라의 ‘情문화 계산법’은 일본인 비즈니스맨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의 본질은 첫째는 이해고 둘째는 존중이다. 이처럼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표현으로 까다로운 예법이나 거창한 규범이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 불쾌할 행동을 삼가고 호감을 주는 것이 바로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다.
박영실 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osil0928@pspa.co.kr
필자는 연세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숙명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고객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매너 등이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지원실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호텔신라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숙명여대 취업능력개발원 자문위원 및 멘토 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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