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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간디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책

서진영 | 148호 (2014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기업이 거대해지고 복잡해질수록 CEO를 보좌해줄 최고경영진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집니다. 리더의 올바른 판단과 경영을 도와주고 때로는 직언도 서슴지 않는 2인자의 존재는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명재상들 역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서 군주를 보좌하며 나라를 이끌었습니다. 조선시대 왕과 재상들의 삶과 리더십에 정통한 김준태 작가가조선 명재상을 통해 본 2인자 경영학을 연재합니다.

 

불평등이 커야 부도 커진다

 

모든 사람은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바란다. ()는 부귀영화에서도 첫째로 등장하는 글자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또 계속 부자이고 싶은가? 부자가 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 ()는 불평등과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다. ‘부는 마치 전기와 성질이 유사해서 오직 불평등과 격차에 의해서만 발생한다.’ 내 주머니의 1원은 옆 사람의 주머니가 텅 비어 있을 때 비로소 위력을 발휘한다. 만약 옆 사람이 화폐를 필요하지 않는다면 내 주머니의 1원은 아무런 위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내가 가진 1원의 가치는 다른 사람의 절박한 필요에 비례해서 결정된다. 내가 부자가 되는 방법은 이웃을 가난한 상태에 묶어 두는 방법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셈이다. 이웃을 가난한 상태에 묶어둬야 자신이 부자가 되고 부자의 가치를 누리를 수 있다. 인간은 이런 격차와 불평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한다. 부의 이름 뒤에 감춰진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은 다름 아닌타인에 대한 지배력인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 부는 하인, 상인, 예술가의 노동력을 자신을 위해 이용하는 힘을 뜻한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국민의 노동력을 국가의 다양한 목적이라는 이름으로 부유층과 기득권의 의도에 따라 이용하는 힘을 뜻한다.

 

이런 이야기를 누가 했을까? 놀랍게도 현재 경제학자가 아니라 1800년대 영국의 사상가인 존 러스킨이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아인북스, 2013)>에서 기존 경제학을 비판한 내용이다. 19세기에도기존경제학은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기 위해 개인이절대적으로돈을 많이 버는 기술도 필요할 뿐 아니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상대적으로자신보다 돈을 적게 벌도록 조장하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가르쳤다. 그러므로기존경제학에서 제시하는 부자가 되는 기술을 집약하면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위치에 서서 불평등의 간격을 최대한 벌려라.” 불평등의 간격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자신은 부자가 되고 지배력은 강화된다. 러스킨은 이렇게 말한다. “무법이 횡행하는 국가에서는 서서히 가세가 기울어가는 자와 배반으로 가세를 일으켜 세우는 자가 합작해서 예속의 씨줄과 성공의 날줄로 짜인 시스템을 만든다. 이 시스템에서는 사회 구성원의 협력을 통한 조화로운 불공평 대신 죄악과 불행이 사람들을 폭압하는 악독한 불공평이 발생한다.” 이런 방법으로 부자가 되면 행복할까? 존경은커녕 미움의 대상이 될 뿐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부자가 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러스킨은 한 국가에서 이뤄지는 부의 유통은 인간의 신체에서 이뤄지는 혈액 순환과 유사하다고 했다. 들뜬 감정이나 격렬한 운동으로 혈액 순환이 빨라지기도 하지만 수치심과 발열에 따라 빨라지기도 한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서 온몸이 홍조를 띠기도 하지만 병원체에 감염된 부위가 벌겋게 부어올라 홍조를 띠기도 한다. 신체와 경제의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현상이 사실은 다른 원인에 따라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부의 유통과 혈액 순환에는 유사한 점이 더 있다. 병든 부위에 피가 고여 썩으면 몸 전체에 이상이 생기듯 부가 특정 소수에게 편중되면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된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쌓아라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합법적 방법정당한 방법중 어느 단어가 끝까지 경제학 사전에 남을 것인가? 이를 묻는 이유는 어떤 나라에서는, 혹은 어떤 통치자의 지배에서는, 또는 어떤 변호사들의 말장난으로는 정당하지 않으면서도 합법적으로 부자가 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정당한 방법이라는 단어가 경제학 사전에서 살아남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정당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 질문의 답은 놀랍게도 2500년 전 공자가 이미 했다. ‘일본 금융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는 저서 <논어와 주판(페이퍼로드, 2009)>에서도 공자가 말한 정당한 부를 소개하고 있다. 흔히 공자와 논어는 청빈(淸貧)을 강조해 부자가 되는 것을 꺼려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부귀한 자는 인의왕도의 마음이 없기 때문에 어진 사람이 되고 싶으면 반드시 부귀의 염을 버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어>를 샅샅이 뒤져 봐도 그런 뜻의 구절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공자는 부귀와 화식(貨殖·재물을 늘림)에 대해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공자가 이렇게 말한 적은 있다.

 

“부귀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부귀를 누리지 않아야 한다. 빈천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면 버리지 말아야 한다(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 貧與賤, 是人之所惡也, 不以其道得之, 不去也).” 이 말을 겉으로 보면 부귀를 가볍게 여기라고 하는 듯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부귀를 업신여기라는 뜻은 전혀 없다. 만약 공자가 부귀를 혐오했다고 단순하게 이해한다면 지나친 오독이다. 이 구절을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선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不以其道得之)’이라고 하는 부분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문구의 주지(主旨)는 부귀를 음흉하게 바라는 것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불평등의 간격을 늘려서 다른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것을 막으면서, 자신만 음흉하게 부자가 되는 방식을 택하지 말하는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부귀를 얻지 말고 정당한 인의도덕으로 부귀를 얻으라는 말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도리로 얻은 부귀가 아닐 바에야 오히려 빈천한 쪽이 낫지만 만약 올바른 도리를 다해서 얻은 부귀라면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단언컨대 공자는 부귀를 경시하고 빈천을 존중하지 않았다.

 

심지어 공자는재물을 구해 가져도 떳떳한 것이라면 비록 말채찍을 잡고 임금의 길을 트는 천직(賤職)이라도 내가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도(正道)와 인의로 부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임금의 길을 트는 낮은 벼슬아치인 집편지사(執鞭之士·마부)를 해도 좋다는 뜻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부는 집편지사가 돼도 좋기 때문에 부를 쌓아야 한다. 하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얻을 바에는 오히려 가난해도 좋다. 이 구절의 행간에는정당한 방법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공자가 말한 부는 절대적으로 정당한 부다. 만약 정당하지 않은 부와 이치에 맞지 않는 공명(功名)은 공자에게 뜬구름과 같다.

 

돈의 효용은 소유주에 따라 달라진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사마천은부는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라 배우지 않고도 누구나 얻고 싶어 한다(富者, 人之情性, 所不學而俱欲者也)”고 말했다. 시부사와 에이치는 학자가 학문을 쌓고, 종교가가 포교에 힘쓰고, 의사가 병을 낫게 하고,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공무원이 공무에 힘쓰고, 군인이 위험을 무릅쓰는 것도 모두 부를 얻어 의식주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학문에 매진해서 입신양명을 바라는 것도 모두 부를 얻기 위해서라고 얘기한다. 돈은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지만 사실 중립적인 매개체다. 돈이 선한 곳에 사용되고 악한 곳에 사용되는 것은 돈을 가진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결코 돈 자체가 선하거나 악한 것은 아니다. 돈 자체로는 선악을 판단할 수는 없다. 소유자의 인격에 따라 선악의 귀추가 결정될 뿐이다. 처신을 잘하려면 우선 돈을 어떻게 써야 올바른가에 대한 가치관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격언에 비춰서 돈의 효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돈을 지나치게 숭배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천시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 이야기는 정당한 부는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돈을 가진 사람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러스킨은 부를 이렇게 정의한다. “부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물건에 대한 소유 상태를 뜻한다.” 이 정의는 이전에 경제학자 밀(J.S. Mill)부유한 상태는 곧 쓸 만한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그 뜻이 더 명확해진다. 러스킨의 정의에서는가지고 있는 상태보다는사용할 수 있는 역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을 때 쓸모 있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가 없거나 잘못 사용될 때가 있다. 어떤 물건의 효용은 물건 자체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 물건을 다루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 어떤 물건이 쓸모가 있으려면 물건 자체의 유용한 기능뿐만 아니라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도 필요하다. 전문적으로 표현하면 유용성이란 역량 있는 사람에 따라 결정되는 가치인 셈이다. ()역량이 있는 사람의 손에 소유된 가치’다. 러스킨은 국력의 한 형태로 부를 평가할 때는 반드시 두 가지의 잣대를 공평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두 가지의 잣대는 바로소유 재산의 가치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국민들의 역량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쌓고 제대로 쓸 줄 알아야 존경받는 부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축적의 관점에서 부를 학문적으로 다룰 때는 물질의 축적만이 아니라 인간 역량의 축적도 생각해야 한다. 부의 광맥은 지하 암석이 아니라 인간의 몸에서 불그스름한 자줏빛을 발하며 흐른다고 밝혀질지 모른다. 그 광맥에서 올려진 부는 뜨거운 숨을 내쉬고 두 눈에는 생기가 발하며 가슴은 행복으로 부풀어 오르는 모습에서 최고의 정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될지도 모른다. 결국 누가 뭐라고 해도 인성을 갖춘 사람을 키우는 게 가장 전도유망한 것이 아닐까? 인간다운 인간이 부자가 되는 게 바로 정당한 사회가 아닐까? 1862년 출간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Unto This Last)>에서 러스킨이 주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에 대한합당한 정의와 정직의 회복과 유지. 부의 획득은 궁극적으로 한 사회가 어떤 수준 이상의 도덕적 조건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도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사회적 혼란을 평정하며 전진하는 경제의 궤도를 계속 유지하고 움직이는 추진력이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내 삶을 송두리째 뒤바꾼 책 한 권을 꼽으라면 바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그리고 간디는 이 책을 통해첫째, 개인의 이익이 모든 사람의 이익보다 우선될 수 없다. 둘째, 노동으로 생존권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변호사와 요리사의 직무는 가치가 동일하다. 셋째, 농부와 직공의 삶처럼 노동하는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삶이다는 것을 배웠다. 결론적으로 존경받는 부자는 러스킨과 공자가 함께 말하는 것처럼 정당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고 부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다. 존경받는 부자는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 적악지가(積惡之家) 필유여앙(必有餘殃)’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선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행복이 자손에게까지 미치고 악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자손에까지 미치기 마련이다. 2500년 전 공자의 지혜는 19세기 러스킨에게로 이어졌다. 그 지혜를 우리가 먼저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영국 옥스퍼드의 월튼가(Walton street)에 있다는 존 러스킨의 이름을 딴 러스킨대(Ruskin College)에 한번 가보고 싶다. 책 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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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영

    서진영sirh@centerworld.com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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