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통신

직관,생각보다 위험하다

147호 (2014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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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튼스쿨은 전통적으로 재무 분야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마케팅, 경영관리 및 창업 분야에서도 훌륭한 수업을 제공한다. 필자는 인기 수업 중 하나인 관리자 의사결정(Managerial Decision Making)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수업을 가르치는 조 시몬스(Joe Simmons) 교수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실수를 하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하면 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러 재미있는 사례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도록 했다. 시몬스 교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람들이 저지르는 대표적인 인식의 함정을 소개했다.

 

1.운은 생각보다 덜 랜덤하게 찾아온다

 

매주 두 번, 한 시간 반씩 진행되는 시몬스 교수의 수업에 들어갈 때는 항상 긴장되곤 한다. 수업 때마다 무려 6∼30페이지 분량의 신문기사, 책 또는 학술지 기고문을 읽어오라고 하고 가끔 예고 없이 퀴즈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퀴즈를 볼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시몬스 교수는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45%의 확률로 즉석에서 랜덤 함수를 돌린다. 퀴즈를 보지 않는다고 엑셀 결과값이 나오면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를 지른다.

 

한 번은 세 번 연속으로 퀴즈를 보는 날이 이어졌다. 다음 번 수업에는 학생들이설마 이번까지 퀴즈를 보진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교재를 읽어오지 않았다. 액셀의 랜덤 함수에서 시험을 보라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45%밖에 안 되는데 지금까지 3번이나 연속으로 걸렸으니 4번째도 걸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도 엑셀은 퀴즈를 보라는 결과를 토해냈다. 학생들은 신음소리를 냈다.

 

시몬스 교수는 “Chance is streakier than you think(운은 생각보다 줄줄이 지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운이 지속적으로 나쁘거나 지속적으로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운이 지속적으로 좋거나 나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교수는 이 개념을 보충 설명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실험을 했다. 동전을 10회 던지는 실험을 가상하고 앞이나 뒤가 연속으로 몇 번이나 나올지 예측하라 했다. 그리고 실제로 동전을 던진 결과와 비교했다. 학생들의 예측값과 실제 결과의 통계치는 확연히 달랐다. 대부분 학생들이 앞이나 뒤가 3번 이상 연속으로 나올 확률은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동전을 던져보니 특정 면이 3, 4, 심지어 5번 이상 연속으로 나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애초에 시몬스 교수가 엑셀의 랜덤 함수로 퀴즈를 볼 지 말지 정한 이유도 이런 의도였다. 학생들은 45%라는 확률만을 보고 퀴즈를 보는 횟수와 보지 않는 횟수가 비슷하게 나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몬스 교수는 연이어서 퀴즈를 보게 되는 경우나 연이어서 퀴즈를 보지 않게 될 경우가 학기 중에 분명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거다. 그리고 그의 의도대로 학생들은 방심하고 있다가 큰 코를 다쳤다.

 

운의 연속성과 관련해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명한 일화가 있다. 잡스가 음악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만들며 셔플링 기능(무작위로 음악을 선곡해 틀어주는 기능)을 넣었더니 많은 사용자들이같은 노래가 너무 자주 나온다며 애플에 항의했다. 셔플링 기능은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완벽하게 무작위로 음악을 선곡하지만 수천 곡이 들어 있는 아이팟이라 해도 같은 노래가 연이어서, 혹은 몇 번 안에 다시 선곡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긴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어떻게 무작위로 선곡하는데 같은 노래가 자꾸 또 나올 수 있지라며 자신의 아이팟이 고장 난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잡스는 결국스마트 셔플링이라는 기능을 추가해 사람들에게 셔플링이 더 무작위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바꿨다. 즉 같은 음악이 몇 회 안에 반복될 수 있는 확률을 크게 낮췄다. 그러자 사용자들의 불평이 줄었다. 이에 대해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We are making it less random to make it feel more random.”

 

(우리는 이 기능이 더 랜덤하게 느껴지게 하기 위해 덜 랜덤하게 만듭니다.)

 

2. 직관은 우리 생각보다 멍청하다

 

2012년 뉴욕의 퀸즈 지역에서 연속 살인 사건이 났다. 민심이 흉흉해졌다. 퀸즈 주민들은 저녁에 가급적 외출을 꺼렸다. 어느 날 불량하게 생긴 한 흑인 청년이 거리를 배회하는 걸 보고 경찰은 이 청년을직관적으로 의심스럽게 여기며 그를 쫓아갔다. 청년은 영문을 모른 채 쫓아오는 경찰들을 피해 달아났다. 경찰이 “Freeze(꼼짝마)”라고 말하자 흑인 청년은 신분증을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를 본 경찰은 그가 총을 꺼내려는 것인지 오해하고 총을 수십 발 쏘았다. 이는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우리의 뇌는 사물을 바라볼 때 2가지 방법으로 작동한다. 하나는 직관(intuitive system)이고 하나는 사고(deliberative system). 전자가 빠르고 경험에 의존한다면 후자는 추상적이고 지식 및 의식에 의존한다. 직관은 사고보다 더 빨리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일을 직관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우리는 심심찮게 직관으로 성공한 비즈니스 사례들을 듣곤 한다. 하지만 과연 직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옳을까?

 

시몬스 교수는 직관을 이용한 의사결정은 2가지 경우에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첫째는 상대로부터 완벽에 가까운, 그리고 치우치지 않은 피드백을 제공받을 수 있을 때다. 둘째는 이 의사결정으로 인해 큰 결과가 초래하지 않을 때다. 흑인 청년이 직관적으로 범인이라고 느껴졌더라도 경찰이 그에게 총을 쏘는 것은 너무 큰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아무리 강한 확신이 들더라도 직관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이 옳지 않다.

 

기업에서 개인의 직관에 따른 의사결정이 가장 많이 내려지는 부분은 아마도 채용 부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채용은 서류전형 후 인사담당자와 경영진의 면접으로 확정된다. 면접이 채용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과연 인터뷰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옳은가? 시몬스 교수는 “No”라고 말한다.

 

보통 채용 면접은 면접관과 구직자가 11 20∼30분간 만나게 된다. 이런 일회성 만남에서는 사고보다 직관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첫 인상이 어떤지, 과연 이 사람이 이 직업에 적합한 옷차림을 입고 면접에 임했는지, 키가 큰지 작은지, 얼굴이 잘 생겼는지 등이 평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만약 첫 인상이 마음에 들었다면 면접관은 구직자가 하는 말을 믿고 싶다는 동기를 가지고 남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면접관은 남은 시간 동안 구직자가 하는 말에 대해서 꼬투리를 잡고 싶어 할 것이다. 따라서 채용은 담당자 개인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와 판단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이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의사결정이란?

 

시몬스 교수는 사람들은 운에 의해 일어진 사건을 마치 특별한 법칙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잘못된 직관에 의해 의사결정을 해놓고도 이성적 사고에 의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기업 경영자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과거에 비슷한 다른 사례가 있었는지, 그 규칙이 다른 상황, 다른 데이터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법칙을 미래 사건에 적용해 미리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또 본인의 개인적인 동기에 의해 사고해 편향된 의견을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의사결정 상황의 모호성을 줄이고 개인의 욕구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럴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 통계적 모델이다.

 

사람의 뇌는 생각처럼 이성적이지 않다. 사람의 머릿속에서 내려지는 의사결정은 신뢰하기 어렵다. 우선 컨디션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곤한 상태라면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다. 또 사람은 최근에 본 것, 그리고 많이 본 것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다.

 

물론 이런 인식의 오류들이 벌어질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서 항상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실수는 저지를 수 있다. 실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서 인식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관리자들에게는 중요하다고 시몬스 교수는 말했다.

 

원유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wonyoojin86@gmail.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산업은행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했다. 현재 와튼스쿨 MBA과정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와튼스쿨(The Wharton School)은 아이비리그(Ivy League)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에 속해 있는 세계 최초 비즈니스 스쿨이다. MBA, 경영학 학부, 경영학 박사 과정 및 여러 가지 최고지도자 과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150여 개 국에 9만 명 이상의 MBA 동문이 기업, 비영리단체, 정부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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