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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Manners

밤새 통음하고 부탁했더니 “다음에…”중국인과 서둘러 맺을 수 있는 관계는 없다

박영실 |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과학화된 최신 경영기법과 최첨단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지금 시대에도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는 건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요즘에는 각국과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비즈니스 매너를 연구하고 강의해 온 박영실 박사가 국가별 비즈니스 매너를 연재합니다.

 

 

사례  중국 비즈니스 파트너와 중요한 계약을 추진하던 박 모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분명 상대와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셨고 이 과정에서 계약조건을 들은 중국 거래처 직원이 분명좋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계약의 성사를 의심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본사에 관련 내용 보고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분명 계약사항에 대해좋다고 말했던 중국 파트너는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자고 나왔다. 어디서 문제가 꼬인 걸까.

 

서두르지 않는 중국인의 우회적인 비즈니스문화

‘두고 보자라는 뜻의칸칸看看은 호전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인은 오늘 협상하면 내일 계약하자고 달려든다. 중국에서는 어떤 화끈한 술자리에서 서로 다 합의한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되더라도 절대 계약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중국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인들은 어떤 분야에서든, 심지어 중요한 비즈니스 계약을 앞둔 상황에서도 일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던빨리빨리습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인들의 성급한 태도를 본 중국인 대다수는 처음에는 이를 매우 당혹스러워한다. 그리고 일부는 이러한 한국인의 조급성을 역이용하기도 한다. ‘협상의 달인인 이들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일을 처리한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답을 내놓으려는 우리나라 방식과는 다르다. 이들은 절대로 섣불리이번 건에 회사의 사활이 달려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조급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회적으로 구사하는 그들의 표현만 봐도 느긋함이 배어나온다. 예를 들어서좋다라는 말인하오()’도 때로는 그저 그 상황 자체가 좋은 것에 불과한 의미일 수 있고두고 보자라는 뜻의칸칸(看看)’은 두고 봐도 호전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쓰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나중에 다시 이야기합시다의 말로 쓰이는짜이숴(再說)’는 완곡한 거절의 표현인 경우가 많다. 절대로 방심할 수 없는 것이 중국인 파트너와의 비즈니스라는 얘기다.

 

일이 없을 때 밥을 먹고 일이 생기면 부탁하라

 

중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상대가 시간에 쫓길 때는 만만디(느리게), 자신이 유리할 때는 콰이콰이디(빠르게)의 비즈니스법칙을 따른다. 협상교과서에 나오는 당연한 전술이지만 이를 체질적으로 잘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서두르기보다는미리미리만사를 준비해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 파트너들에게 자신의 조급함을 드러내거나 한국식의 돌발 제안을 꺼내지 말아야 한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결정하는 중국 상인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그들보다 더한 느긋함이 필요하다.일이 없을 때 밥을 먹고 일이 생기면 부탁한다라는 중국속담은 즉흥적이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은근한 중국인의 청탁문화를 담고 있다. 즉 평상시에 자주 식사를 하면서 친분을 쌓아 놓아야 부탁할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중국인들은식사 초대자체가 친구가 되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식사 자리 한번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느긋해야 한다. 식사 초대를 받아 친구가 될 기회를 얻었다고 곧바로계약을 들이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음주문화를 이해하면중국의 관시(關係)’를 활용할 수 있다

평상시의 꾸준한 만남으로 신뢰의 통로를 연결하라

 

14억 인구의 중국에서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의 불꽃 튀는 비즈니스 경쟁이 한창이다. 한중 무역규모가 2000억 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의 성패는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됐다. 특히 인맥이라 할 수 있는 관시(關係)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을 처리할 때 가장 먼저 부딪치는 중국의 문화다. 중국어로 관()은 관문을, ()는 연결을 뜻한다. 이는 상호 의무에 따라 생성된 두 사람 사이의 통로가 연결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에서관시의 중요성은 더욱 심화된다. 평상시의 꾸준한 만남과 소통을 통해 그들의 체면을 지켜주고 위신과 존엄을 세워주는 것이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해주는 핵심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때 꼭 필요한 게 바로 식사와 음주다. 식사 매너는 지난 번1  아티클에서 이미 다룬 바 있으니 이번엔 중국 특유의 음주문화와 매너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주만다반(酒滿茶半)으로 회자되는 중국인의 음주문화

 

술의 품격을 논함에 있어 사용되는짙은 향, 온화함, 달콤함과 그 뒤의 여운(濃香, 醇和, 美甘, 回味長)’ 등의 기준을 사람의 됨됨이를 언급할 때도 사용하고 있을 만큼 술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곳이 중국이다. 중국의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주점이라는 간판을 단 곳은 술집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즐기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붙은 일반 음식점이기도 하고 호텔 역시주점이다. 중국인의 음주 문화는 한마디로 주만다반(酒滿茶半)으로 표현될 수 있다. ‘술은 잔에 가득 따르는 것을 존경하고, ()는 가득 따르는 것을 업신여긴다는 뜻의 말이다. 술이 없으면 예를 다하지 못한다(酒不成禮·주불성례)’는 말 역시 중국인의 술자리 문화를 잘 보여준다. 먼저, 음식이 나오면 한 점씩 먹은 다음 초청자 측 좌장이 건배를 제의하고 환영주는 적어도 석 잔이 기본이다. 그들의 대륙적 기질을 엿볼 수 있다. 건배를 할 때는펑주라는 표현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이는 술잔을 가볍게 부딪치는 것으로원샷을 의미한다.

 

주량이 약하면이차대주(以茶代酒)’를 기억하라

 

중국인들과 술을 하면 건배, 즉 무조건 한 번에 잔을 털어 마시는 것으로 오해하는 비즈니스맨이 적지 않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관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 등의 북방지역에서는 이른바원샷도 자주 목격되지만 상하이 중심의 남방지역에서는 자기 주량껏만 마시면 무방하다.

 

중국인들은 자존심이나 체면이 강해 술을 강권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차로 술을 대신한다는 관용구인이차대주(以茶代酒)’에서 엿볼 수 있듯이 술을 못한다면 술자리가 시작될 때 정중하고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닙니다라고 표현하면 중국인들은 이것을 그저 단순한 겸손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은 자신이 술을 제어할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술에 가치와 애정을 담아이나향긋한 이슬로 비유하는 그들에게 과음으로 인한 술주정이나 추태는 실패하는 비즈니스의 출발점임을 명심해야겠다. ‘술 마시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한국적 관용은 잘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중국 술자리에는 반드시 잔을 비워야 하는간베이도 있지만 자기 주량만큼 편하게 마시는쑤이이도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잔을 돌리지 않는 첨잔문화에 익숙해져라

 

술자리를 통해 서로 동등해지고 친밀감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의 음주문화 및 매너를 잘 이해한다면 술자리는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어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인들도 우리만큼 비즈니스 못지않게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중국인과의 술자리에서 특히 기억해야 할 건잔을 돌리지 않는 첨잔 문화라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상대의 술잔이 비워지기 전에 가득히 술을 채워야 한다. 이는 상대의 술잔이 비워져 있는 것을 무례로 보는 중국인의 관습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식으로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라며 자신의 빈 잔을 내미는 건 큰 결례다.중국에서는 절대 자신이 마신 잔을 상대에게 권하지 않는다. 첨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나 상대의 술잔 모두 술자리 내내 비워지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첫 번째 매너와 연결이 잘 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중국에서는 한 손으로 술을 따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국의 원래 주도는 우리와 같이 양손으로 공손히 따르는 것이므로 가능하면 양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성공 비즈니스의 한쪽 날개인 중국인의 음주문화에 대한 이해

 관시(關係)만으로는 2% 부족한 성공! 협상으로 승부하라

 

“술이 없으면 예를 다할 수 없다(無酒不成禮)”는 말이 아직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술과 지근거리에 있는 중국인의 일상을 잘 나타내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중국인에게 술은 의리를 상징하고, 건강을 상징한다. 중국인들이 술에 부여하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서로 술 석 잔을 연거푸 같이 나눈 사람들이 첫 대면에 호형호제를 하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인맥이라 할 수 있는 관시(關係)문화가 있는 중국에서쯔지런(自己人)’, 즉 친구인자기사람이 되면 상대의 감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킨 것으로 비즈니스에 한쪽 날개를 단 셈이 된다. 하지만 나머지 한쪽 날개는 비즈니스파트너의 실제적인 욕구를 우리 입장에 유리하게 협상하는 기술이다. 우리와 관계를 맺은 지 20여년이 되는 중국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감성적인 욕구, 즉 하나가 되는 음주문화를 통해 맺은 인간관계를 토대로 그들의 실제적인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충족시키고자 하는 협상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박영실 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osil0928@pspa.co.kr

필자는 연세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숙명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고객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매너 등이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지원실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호텔신라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직업과 능력개발멘토 교수 겸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 박영실 | - (현)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 (현)숙명여대 취업능력개발원 자문위원 및 멘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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