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와 풍수
풍수는 기(氣)다
기업은 건물이든 토지든 어느 정도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거나 가지려고 한다. 기업과 관련된 부동산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손해를 보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각도로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 특히 풍수는 터 잡기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동산과 관련한 풍수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이에 관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 관련 서적을 찾아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관련 서적 중에는 초점이 맞지 않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 읽는 사람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기존의 풍수 관련 서적들은 풍수의 전통이론에 얽매어 그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느라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양택풍수’니 ‘부동산 풍수’니 하면서도 사실은 ‘묘지풍수’를 열거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풍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좌청룡 우백호’를 먼저 떠올리는데 사실 풍수의 요체는 ‘생기(生氣)’다. 어떻게 하면 생기가 있는 터를 찾고, 어떻게 하면 생기가 있는 집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풍수라는 것으로 집적(集積)됐다. 풍수에서 말하는 생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넓은 범위의 ‘기’부터 이해해야 한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기’를 세 가지 기운으로 구분하면 천기(天氣)·지기(地氣)·인기(人氣)가 된다. 생기는 이러한 삼재(三才: 천지인)의 기운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 내는 기운이다. 천기·지기·인기는 천문(天文)·지리(地理)·인사(人事)에 각각 관련이 돼 있고 시간·공간·인간과 관련돼 있다. 그래서 풍수는 천지인(天地人)의 기운(氣運)을 다루는 학문이다. 천기는 때를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고, 지기는 장소의 성격을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며, 인기는 사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풍수는 공간을 위주로 하고 시간을 부수적인 좌표로 해서 인간의 입장에서 분위기(雰圍氣)를 파악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氣)로 사물을 본다’는 것은 ‘기의 세계관(世界觀)’으로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기의 세계관은 세상의 모든 것이 ‘기’로 이뤄져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서양철학과 과학이 바탕인 초중고 정규 교과과정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동양철학자들은 기체를 모형으로 삼아 객관 존재를 표시하는 개념으로 삼았다. 먼저 기의 개념은 형질이 없으며 어떤 경우에는 형질이 있지만 매우 미세하다. 따라서 기는 어디로든 들어갈 수 있으며 없는 곳이 없다. 서양철학은 고체입자를 모델로 발전했으며 ‘절대적 진리’가 무엇이냐에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기체를 모델로 전개해온 동양철학은 ‘상대적 가치’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기(氣)라는 것은 기 자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의 변화’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기는 고정 불변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기 자체보다 변화하는 방향과 추이가 더 중요하다. 풍수학에서도 현재의 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제 땅을 투자 또는 개발하기 위해서 땅을 볼 때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용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흔히 대상지의 교통 편의성, 교육 여건, 자연환경 등을 포함하는 경제적, 사회적, 자연적 여건 등을 본다. 과거에는 풍수를 볼 때 좌청룡·우백호부터 따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좌청룡·우백호를 포함하는 용·혈·사·수·향 이론1 이 중요시됐다. 하지만 현대 도시에서는 좌청룡·우백호를 포함한 용·혈·사·수·향 이론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형국이 잘 갖춰진 땅을 찾는 경우라면 전통 풍수이론이 중요한 고려사항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관점을 달리해야 땅이 보인다.
과거에 야생(野生)의 기운이 충만하고 인간이 자연을 조절할 능력이 미미할 때는 소위 좌청룡ㆍ우백호를 포함한 사신사(四神砂)2 가 야생의 살기를 막아주는 일종의 차단 담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풍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사신사는 일종의 담장이며 울타리다. 담장이나 울타리가 외부의 해로운 기운의 침입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외부와의 에너지 교환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대에 따라 명당의 개념이 다르고 명당을 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다.
땅을 보는 법: 기의 강도와 흐름을 보라
1) 등고선을 통해서 지기를 읽어라.
땅을 볼 때 먼저 지기(地氣)를 살핀다. 지기의 강도와 지기의 흐름을 모두 살펴야 한다. 세상의 여러 기운의 흐름은 몇 가지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기운의 변화는 여러 형식의 무늬로 나타난다. 나뭇결, 돌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의 보통 시력으로는 구분되지 않지만 균질하게 보이는 유리면이나 철판도 무늬가 있으며 더욱이 화학적 공정에 의해서 공장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판도 기운의 흐름이 있고 무늬가 있다.
기운은 파동(波動)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기의 흐름은 파문(波紋)으로 표시될 수 있다. 파문의 대표적인 형식은 지형 높이의 변화를 표시한 등고선(等高線)과 같은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는 기압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등압선, 온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등온선 등이 있다. 사람의 지문(指紋)은 지형등고선과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는데 사람마다 타고난 에너지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그림 1) 지문은 태속의 아기가 13주에서 19주 정도에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금을 보고 사람의 적성과 소질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문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기운의 차이, 에너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지형도에 나타난 등고선을 가지고 어떻게 지기를 읽을 것인가? 등고선 읽기는 다소의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면 파문(波紋)이 일어나는데 가운데를 중심으로 균일한 동심원(同心圓)이 여러 개 생긴다. 연못의 물은 비교적 균질한 재질이기 때문에 돌이 떨어진 자리를 중심으로 일정한 간격의 동심원을 이루지만 복잡한 지질로 이뤄진 땅은 여러 불규칙한 곡선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동일 해발고도를 기준으로 선을 연결하면 여러 개의 폐곡선(閉曲線·등고선)이 나타나는 지도, 즉 지형도가 그려진다.(그림 2)
기의 세계관으로 볼 때 지형도에 나타난 불규칙한 곡선은 불규칙한 에너지 상태를 표현한다. 지형도에 나타난 등고선을 보고 에너지의 흐름 즉, 지기(地氣)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등고선이 조밀하게 돼 있는 지역은 독도법상(讀圖法上) 경사가 급한 곳이다. 하지만 풍수에서는 ‘기가 센 곳이다’라고 표현한다. 건축학이나 토목학의 관점에서 볼 때 등고선의 간격이 조밀한 곳은 경사가 심한 곳으로 공사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다. 풍수에서는 등고선의 간격이 조밀한 곳은 기가 센 곳으로 사찰이나 교회ㆍ성당 등 기도를 위한 종교용지로 소개할 만한 곳이다.
풍수학의 관점에서 지형도를 볼 때 주목하는 것은 등고선의 간격 외에 등고선의 굴곡 정도와 선형의 방향성이다. 등고선의 굴곡과 흐름은 곧 지기의 흐름, 에너지의 흐름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그 방향성이 중요시된다. 강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방향성이 있듯이 지기의 흐름도 지형에 따라 방향성이 있다. 풍수학에서 말하는 지기의 흐름은 강물과 같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산줄기능선을 따라 이동한다고 간주된다. 지형도를 보고 지기의 흐름을 따지는 것은 방향성에 순응(順應)하고 지기를 제대로 받기 위함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지세(地勢)에 따른다’이다.
지세에 순응한다는 것은 강물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한반도는 북반구에 속해 있으므로 건물 배치에 있어서 남향을 제일 선호하고 그 다음으로 동향을 선호한다. 지형의 경사에 따라 지세도 남향으로 펼쳐져 있다면 일단은 좋은 터라고 할 수 있다. 지세가 남향이 아닐 경우는 건물의 향을 무조건 남향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세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풍수의 입장이다. 일조의 문제는 건물의 창문 계획으로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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