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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경영 도서 소개

벽을 허문 명저들 사람냄새 나는 경영을 말한다

강경태 | 8호 (2008년 5월 Issue 1)
작년 방한한 ‘생각의 탄생’ 저자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건 주립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창조경영을 하려면 문학, 음악, 미술 등 인문학적 감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 대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우리의 상상력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눈부신 통찰을 보여주는 책으로,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창조의 본능을 발굴하고 일깨워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비즈니스 세계에서 필요한 ‘상상력, 통찰, 창조’와 같은 영감은 인문적 영역과 교감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다. 필자도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하기 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섭렵한 것이 비즈니스 내공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경영 영역에서 인문의 힘은 보조적 역할이 아니라, ‘기본과 본질’에 대한 근본을 성찰하게 해주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최근 대학에서 최고경영자 인문학 과정이 개설되면서 인문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책을 통한 인문과 경영의 만남도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인문적 시각을 통해 다양한 경영의 해석을 모색하는 도서를 소개한다.
 
한국에서 세계적 경영석학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창조적 상상력’ 결핍과 독창적 주장에 대한 도전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는 1980년대부터 10년 주기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경영학의 진리체계’(윤석철, 경문사)는 2001년 출간된 세 번째 10년 작이다. 그는 서문에서 경영자가 충분한 조건을 갖추려면 인문, 사회, 자연 등 다양한 계열의 지성과 학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상상력이 예술의 세계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 자체가 창조의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시, 음악, 철학, 과학’ 등이 경영과 두루 어우러진 한국의 대표 비즈니스 명저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제4의 10년 작 을 기대해본다.
 
몰입’으로 행복충전
클린턴, 토니 블레어 등 세계적 지도자들은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몰입(Flow)’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몰입의 경영’(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심현식 옮김, 황금가지)은 ‘삶과 직장에서의 몰입, 몰입을 통한 성장과 우량기업의 길’ 등을 제시하고 있다. 수십 년간의 조사에서 연령, 성별, 교육수준과는 무관하게 몰입을 통해 충만한 행복을 느끼고 ‘집중력 강화, 명확한 목표, 신속한 피드백’ 등을 얻을 수 있다. 또 쾌적한 업무 공간, 사내 보육센터, 구내식당 등 근로여건 개선이 직장 내 몰입의 중요한 토대를 구축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 몰입 경험은 좋은 책을 읽는 ‘독서삼매경’이라고 강조하며,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성공기업가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불교적 영성을 지니고 있는 그는 ‘카르마 경영’(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형철 옮김, 서돌)에서 ‘마음의 수양, 원칙, 이타심, 우주의 흐름’을 경영과 조화시켜 설명한다. 인생의 목적이란 선한 마음을 쌓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성공 요인을 설명한다면 ‘인간으로서 올바른 것을 추구한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지침이라고 언급한다. 또한 ‘사고방식×열의×능력’의 합산이 ‘일(인생)’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경영에서도 카르마(업)처럼 계획한 것이 원인이 되고, 그 결과가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즉 ‘강렬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로 구현되는 우주의 법칙’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조언한다.
 
기업컨설턴트인 안드레아스 드로스데크는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동양의 지도력과 정신세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철학자, 경영을 말하다’(안드레아스 드로스데크 지음, 인성기 옮김, 을유문화사)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공자, 니체 그리고 자크 데리다까지 세기의 지성이 전하는 경영의 법칙을 들려준다. 저자는 집필동기로 ‘철학은 삶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경제보다 더 큰 부분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피터 드러커 연구의 최고 권위자는 이재규 전 대구대학교 총장이다. 그가 1992년 피터 드러커 자택을 방문했을 때 책보다 클래식 음반이 더 많아 놀랐다고 전한다. ‘역사에서 경영을 만나다’(이재규 지음, 사과나무)는 고대 사회부터 21세기 지식사회에 이르기까지 경영의 역사, 의미를 서술함으로써 일반인이 알아야 할 경영의 교양을 집대성했다. 저자는 ‘문(文), 사(史), 철(哲)’로 대변되는 인문학 중에서 ‘역사’는 그 중심에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인간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주체는 기업이고,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은, 역사적으로 처음에는 약탈과 근면, 다음에는 자본, 그 다음에는 과학적 관리법에 의한 합리적 노동, 마지막에는 지식이라는 관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경영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는 드러커 박사의 경영관을 기저에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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