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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

[강부장 개조 프로젝트] “영업은 감이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김현기 | 34호 (2009년 6월 Issue 1)
지난 몇 주간 Y주식회사에서는 대대적인 업무 개편이 있었다. 3년여에 걸쳐 개발해온 친환경 건강제품 브랜드의 시장 진출을 위해서였다.
 
회사는 천연 재료만을 이용한 건강식품과 생활용품 개발에 사운을 걸어왔다. 따라서 시장 진출 전략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 구성에는 사장이 직접 관여를 했다. TFT에는 영업과 기획, 개발, 생산, 마케팅 등 주요 부서에서 2명씩이 차출됐다.
 
영업부에서는 김기본 차장과 일만해 주임이 TFT로 배속됐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서에서는 부장과 실무자가 함께 TFT에 들어갔다는 사실이었다. 강 부장은 사장이 직접 챙기는 TFT에 자신만 빠진 게 은근히 신경 쓰이는 눈치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분주해진 강 부장. 하루에도 몇 번씩 회의를 소집하면서 영업부 직원들을 달달 볶는 것이 아무래도 좀 초조해 보인다.
 
유 대리, 가정의 달 행사 매출 집계는 나왔나?”
가정의 달 행사에서는 건강식품과 화장품, 녹차 세트 패키지를 판매했는데요.”
누가 그걸 몰라? 필요한 것만 보고하라고! 요점만 빨리빨리! 백화점 매출은?”
“(움찔) 아, 네. 건강식품과 녹차 세트는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20% 정도 더 높은….”
정도가 뭐야, 정도가? 정확한 수치를 말해야지!”
아, 네. 21.7%입니다. 그런데 화장품 세트는 좀 저조했습니다. 총 매출 10억 원으로 잔여 세트 소진을 위한 새로운 기획 행사를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날도 더워졌으니 여름 행사로 돌려.”
 
가만히 듣고 있던 나만희 과장이 나선다.
부장님, 중년 여성용으로 나온 패키지를 여름 행사용으로 판매한다는 건 좀….”
“(버럭) 아줌마들은 여름에 화장품 안 바르나?”
그래도 이건 좀….”
나 과장, 그렇게 안 봤는데 고집이 참 세네. 부장이 하라는데 왜 그리 말이 많아? 못 이기는 척 한번 들어주면 안 되나? 내가 뭘 좀 하자는 게 그렇게 싫어? 영업에서 중요한 건 감(感)과 경험이야. 나는 당신들이 중고등학생일 때부터 영업을 해온 사람이야. 예전에는 여름 행사에서 강아지 사료도 팔아봤어. ‘사랑하는 애견을 위한 여름철 보양식’이라고 포장을 바꾸니까 잘 팔리더구만. 좀더 창의적으로 생각해봐. 더 할 말 있어?”
“……”
그럼 내가 말한 대로 하면 되겠네? 그렇게 알고 일들 하라고.”
 
나 과장과 유 대리는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간다.
과장님, 그래도 우리 선에서 뭐라도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헛수고하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일이 잘못되면 부장이 책임지겠지.”
 
TFT 업무에도 훈수를 두고 싶어진 강 부장. 김 차장과 일 주임을 회의실로 불러 채근하기 시작한다.
신제품 영업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친환경 천연 원료라는 점을 살리기 위해 기존 제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브랜드로 백화점의 유기농 제품 전문 매장에 입점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기존의 우리 브랜드와 판매망은 어쩌고?”
이번 신제품은 소득과 학력 수준이 높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상품이라서요. TFT에서는 기존 브랜드 제품들과는 차별화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됐고. 이제 결정을 내리자고.”
네?? 결정은 TFT에서 내려야 하지 않습니까?”
“(아무 말도 못 들은 척) 기존 영업망을 통해 판매하자고 해. 그래야 우리 제품의 이미지도 더불어 좋아질 거 아냐?”
그렇게 되면 프리미엄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어렵지 않을까요? 마케팅팀에서 반발이 심할 텐데요.”
누가 당신들 부장이야, 엉? 자네들은 영업부 대표로 파견됐을 뿐이라고! 그런데 부장 말을 무시하나?”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자네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시던가! 그런데 오늘 점심에는 뭐 먹을까?”
저희들보고 정하라 하셔서 요 앞 냉면 집에 예약을 했습니다만….”
덥지도 않은데 웬 냉면이야? 그냥 시원한 냉콩국수나 한 사발 하자고.”
콩국수도 덥지 않은 날에는… 그리고 어제도…. 아, 아닙니다. 가시죠. ㅠㅠ”
 
스토리 김연희 작가 samesamesame@empal.com/ 인터뷰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리뷰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hkkim@lgeri.com/ 자문 김용성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calvin.kim.2@hewit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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