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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념 부하 직원

[강부장 개조 프로젝트] 무개념 직원 어떻게 다룰까?

김현기 | 31호 (2009년 4월 Issue 2)
싸늘한 정적이 흐르고 있는 Y주식회사 영업부 사무실. 유부단 대리는 머리끝까지 치솟은 화를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는 나만희 과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우유부단하고 남의 눈치에 민감한 그는 화장실도 못 가고 계속 곁눈질 중이다. 그 와중에 강 부장은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나 과장이 자신에게 정식으로 문제 해결을 요청할까봐서다.
 
흠흠… 회사 일에 네 일 내 일이 어디 있나? 서로 도와가면서 하는 거지. 저어기 조아라 씨. 나 과장 지시에 따라서 다시 일 처리 하도록 해요.”
 
오늘의 주인공은 ‘조아라’ 사원. 매사에 위태위태하던 그녀가 드디어 사고를 쳤다. 나 과장이 맡긴 지난 분기 영업 실적 기초 자료 조사가 기대 이하였던 게 발단이었다.
 
조아라 씨, 무슨 일을 이렇게 건성으로 하는 거야? 영업 실적 분석에 지역별, 성별, 연령별 분석 자료는 하나도 없잖아.”
네? 무슨 말씀이세요? 전 시키시는 대로 했을 뿐인데요. 전 분기 매출 결과를 조사하라고 하셨지, 그런 식으로 세분화하라는 말씀은 안 하셨잖아요.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을 하시던가요.”
아라 씨, 입사한 지 벌써 1년이 가까워오는데 그동안 우리 부서 보고서 본 적도 없어? 우리 보고서 기본 양식이 있잖아. 그런 당연한 것까지 일일이 얘기를 해줘야 하나? 퇴근 전까지 다시 해와!”
그런데 저도 드릴 말씀이 있어요. 과장님은 왜 본인 일을 저한테 떠넘기시는 거죠?”
뭐라고?”
부장님이 과장님한테 시키신 일이잖아요. 제가 아니고요. 그런데 왜 저한테 시키시냐고요!”
조아라 씨, 여기는 회사야. 회사를 학교 동아리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고, 나이도 어린 친구가 윗사람한테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웠어?”
그만 됐습니다. 할게요. 과장님이 시키신 일, 하면 되잖아요. 할 테니깐 관련 자료나 좀 찾아주세요.”
 
이쯤 되자 할 말조차 잃은 나 과장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주체하지 못하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조아라 사원은 다른 직원들이 나 과장의 눈치를 살피는 동안 자리를 비웠다 잠시 전 들어왔다. 그녀는 퉁퉁 부은 눈으로 자신의 억울함과 분통함을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유 대리가 그녀에게 메신저로 말을 건다.
유부단 님의 말: 자료 찾는 거 혼자 하기 어려우면 내가 좀 도와줄까?
조아라 님의 말: 대리님이요? 풉
조아라 님의 말: 대리님 일이나 잘 챙기세요. 유 대리님이 다른 사람 걱정할 처지는 아니잖아요? 대체 누가 누굴 돕겠다는 건지∼∼
 
민망해하는 유 대리를 무신경하게 바라보던 그녀가 갑자기 밝은 얼굴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조아라 님의 말: 일 주임님 이번 주말에 뭐 하세요? 되게 재밌는 영화 개봉한다던데 *^^*
일만해 님의 말: 그래? 그럼 내가 예매할 테니 같이 볼까?
조아라 님의 말: 봐서요. ^^;; 그런데… 과장님이 시킨 일,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어요. ㅠㅠ 주임님이 쬐끔만 도와주심 안 될까염??
 
편집자주 기업의 성공을 위해 리더십만큼 중요한 요소가 바로 팔로어십(followership)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십도 리더를 따르는 훌륭한 팔로어들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강부장 개조 프로젝트’는 시리즈 진행 중 45회에 한 번씩 팔로어십에 관한 문제도 심층적으로 짚어볼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스토리 김연희 작가 samesamesame@empal.com/ 인터뷰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리뷰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hkkim@lgeri.com/ 자문 김용성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calvin.kim.2@hewit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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