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모형 스핑클 10
편집자주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놀라운 통찰로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10년간 통찰력 분야를 연구한 신병철 WIT 대표가 8000여 개의 사례를 분석해 체계화한 ‘스핑클’ 모형을 토대로 기업인들의 통찰력을 높이는 실전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생각을 모아놓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쩔쩔 매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좋은 것 같고 저것도 좋은 것 같아 쉽사리 선택을 못하는 것이다. 대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좋은 것을 모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무언가 마음에 들면 챙겨 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훌륭한 의사결정은 훌륭한 것들을 모으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것을 제거하는 데 있다. 중요하지 않은 순으로 제거하고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남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이전에 보지 못했던 통찰을 발견할 수 있고 소비자의 감동을 얻어낼 수 있다. 꼭 필요치 않다면 버리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샤넬을 보자. 샤넬은 불우한 어린시절을 딛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다. 프랑스 소뮈르 출생의 가브리엘 샤넬은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제 1차 세계대전 때인 1913년 프랑스 도빌에 첫 부티크를 열었다. 샤넬 패션은 당시 여성들에게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이유는 바로 당시 여성복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제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당시의 여성복은 여성미를 강조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지만 치마는 풍성하고 길이는 발끝까지 덮는 드레스가 대세였다. 샤넬은 이런 불필요한 디자인을 과감히 던져버렸다. 대신 슬림하고 간단한 직사각 형태의 옷을 만들었다. 발목 위로 올라가는 치마길이는 당시의 여성들 사이에서는 센세이셔널한 의상으로 각인됐다. 이와 함께 치렁치렁한 장식물을 모두 떼어버리고 직선으로 디자인함으로써 여성들의 생활을 혁신적으로 편리하게 해주었고 활동성을 이끌어냈다.
당시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남성들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디자인한 옷은 남자가 보기에 좋은 여성들 옷이었다. 반면 샤넬이 디자인한 옷은 여성이 입기에 편리했다. 이로 말미암아 샤넬 스타일이 만들어졌고 세계적 브랜드인 샤넬이 탄생했다.
샤넬이 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제거한 것이다. 물론 제거뿐 아니라 다양한 통찰이 동시에 적용됐지만 형태상 가장 큰 변화는 치렁치렁한 치마 장식을 없애고 간단한 스커트로 변신시킨 것이다. 이처럼 제거는 경우에 따라 놀라운 변신을 유도한다. 제거를 활용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더 살펴보자.
여성 전용 헬스클럽, 커브스: 시간없고 알뜰한 당신, 효율적으로 운동하세요
미국은 세계 최대 비만국가답게 개개인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로 비만 해결을 꼽는다. 이런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헬스클럽 브랜드가 있다. 바로 1995년 첫선을 보인 여성 전용 헬스클럽 ‘커브스(Curves)’다. 커브스가 시장에 진입할 때만 해도, 이미 헬스클럽은 포화상태였다. 어떻게 하면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마련할 수 있을까?
당시 도심에 있는 여타 헬스클럽은 남녀가 함께 이용하는 시설을 갖추고 각종 다양한 운동기구를 제공했다. 그렇지만 여성은 남성과는 다른 운동이 필요했다. 커브스는 바로 이 점에 착안, 쓸데없는 것을 제거하고 꼭 필요한 운동기구만 넣어 효율적인 운동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활동은 비단 운동기구에만 적용되지 않았다. 남자 트레이너도 없앴고 거울도 없앴다. 오직 10개 정도의 핵심 운동 기구만을 원형으로 배치했다. 이들 10개의 운동 기구를 한 바퀴 돌고 나면 하루의 운동이 끝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하루 운동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했다. 하루 커피 값 정도로 몸을 만들 수 있다는 커브스의 전략은 미국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불필요한 것의 제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월마트, 무재고 정책: Everyday Low Price
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많은 회사 중 하나가 월마트(Walmart)다. 비록 한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브랜드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서 월마트는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었을까? 바로 불필요한 재고비용을 제거하는 하나의 전략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약 14% 정도의 재고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쟁사가 모방하기 힘든 기업 경영의 방법, 고객관리 방법, 기반시설 구축 등을 핵심경쟁력으로 키우기로 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월마트는 세 가지 결정적인 변화를 줬다. 첫째 인공위성을 통한 재고 관리시스템을 도입했고, 둘째 운송회사를 사들여 크로스 도킹(cross docking·창고나 물류센터로 입고되는 제품을 창고에서 재고로 보관하는 게 아니라 즉시 다음 배송지로 운반하기 위해 재분류·적재해 배송하는 기능)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셋째 판매시점관리(POS·point of sales management) 시스템을 설치했다. 위 세 가지 내용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즉, 운송회사를 전방 통합해 물류기지를 없앰으로써 비용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트럭과 트럭에서 제품을 교환 배송해야 하는데 월마트는 이 과정을 인공위성을 통해 효과적으로 통제 관리했다. 또한 인공위성과의 교신으로 트럭의 배선 동선도 매우 효율적으로 가져갔고 POS 시스템을 통해 제조사와 긴밀한 물류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월마트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이때 경쟁사였던 시어스(Sears)나 K마트는 월마트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수수방관했다. 월마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정적인 핵심경쟁력을 갖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따돌릴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K마트는 도산했고 시어스는 백화점으로 업태를 바꿨다.
모토로라의 무선전화 발명: 유선전화의 선을 제거하다
통신의 발전은 문명 발전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무선전화의 발명은 참으로 놀랍다. 무선전화의 탄생은 아주 간단한 결핍의 발견에서 시작됐다. 전화는 항상 통신망에 유선으로 접속돼야 한다. 이것으로 아주 편리한 생활이 만들어지지만 유선으로 접속돼야 한다는 게 또 다른 불편함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매달렸는데, 이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모토로라의 마틴 쿠퍼 박사였다. 마틴 쿠퍼 박사는 사람들이 유선전화의 효용성에 열광하고 있을 때 그 불편함에 초점을 맞췄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선전화 개발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유선전화의 핵심 문제점은 바로 ‘선이 달려있다’는 점이다. 전화 자체는 엄청난 편리성을 누리게 해 주었지만 ‘유선’이라는 한계 때문에 전화의 편리성과 유용성 역시 같은 차원의 한계를 가진다고 가정한 것이다. 그 과정이야 기술적인 것이라 여기서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유선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선전화는 전화보다도 더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줬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전화, 유선전화의 선을 제거함으로써 놀라운 문명의 발전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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