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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트렌드를 주목하라, 내 몸값이 올라간다

최효진 | 73호 (2011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는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 기업들도 시대의 트렌드를 읽어내지 못하면 휘청거리게 마련이다. 급속도로 대중화된 스마트폰에 큰 영향을 받은 휴대전화 제조사들을 살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저마다 우수한 기술력으로 휴대전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지만, 트렌드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스마트폰 시장에 재빨리 뛰어든 기업들은 고성장을 하면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반면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사업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매출 감소와 최고경영자(CEO) 사퇴와 같은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천으로부터 ‘지난 10년 최고의 CEO’로 선정된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출시해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휴대전화를 위탁제조하는 데 그쳤던 대만의 HTC도 스마트폰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스마트폰 시장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반면 전 세계 휴대전화 1위 업체인 노키아는 스마트폰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주가도 폭락했다. 결국 경영진이 전부 물갈이됐다.
 
새로운 흐름에 대한 대응력에 따라 엇갈리는 명암은 비단 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직장인들이 성공적으로 경력을 관리하려면 업무역량 및 성과, 전문성 등의 수직적인 노력 못지 않게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수평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여기서 수평적인 정보란 경영환경의 변화, 사회적 트렌드, 경제상황 등 시대의 흐름을 말한다. 시대의 흐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만 묵묵히 몰두하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경력에 큰 마이너스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 속해있는 산업분야에 대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입수하여 다가올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1990년대 후반, 국내 명문 공대를 졸업한 A씨는 당시 PC통신업계 선두기업이던 B사에 연구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만이 자신의 경쟁 무기라 생각하고 연구에 몰두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 통신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주변 직장동료들이 관련 분야로 이직을 하고 있을 때에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 하지만 시대 흐름은 인터넷 통신 쪽으로 돌아섰고, PC통신분야 사업은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A씨는 PC통신에 관해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었지만, 그를 원하는 기업은 이미 아무 곳에도 없었다. 현재 통신관련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A씨는 개발이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창업을 준비 하고 있다.
 
또 같은 조직 내에서도 부서별로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뜨는 부서가 있고, 지는 부서가 생기게 마련이다. 대기업 A건설사의 해외개발 담당이었던 K부장은 A건설사에서만 12년 동안 근무하면서 회사 발전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특히 해외 시장 상황과 지리·문화적 특성에 정통한 그는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그가 다니던 건설사는 경영환경 변화로 해외부문보다 국내부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K부장이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결국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헤드헌팅사를 통해 B건설사의 해외영업팀으로 이직하고 말았다.
 
반면 시대적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빠른 대응력을 보인다면 성공적인 경력 계발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에 재직 중인 P이사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평범한 중견기업의 재무담당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매일 똑같은 업무 속에서 매너리즘을 느껴가던 P이사는, 점차 자신의 비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컨설팅회사로 눈을 돌렸다. 그는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앞으로 컨설팅 산업이 활성화되고 회계사 출신의 컨설턴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년여를 주경야독 하며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획득한 그는 헤드헌터를 통해 컨설팅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다. P이사는 높아진 보수와 직급도 만족스럽지만 무엇보다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어서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외부환경은 항상 유동적이다. 외부환경은 새로운 일을 요구할 수도 있고,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로 일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내부조건도 외부환경의 변화에 언제든 대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준비해야 한다. 외부환경은 바뀌는데 과거의 것만 고집한다면 경력관리 측면에서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지도를 가지고 현재를 운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IMF 위기나 금융위기 등 국내외적인 경제상황변화에 사회적으로 소위 ‘엘리트’라 불리던 많은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또 많은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곤 한다. 예언가처럼 이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큰 변화들이 있을 때 어느 정도 미리 알고 준비한다면, 자신의 경력에 의도치 않은 위기가 찾아왔을 때 준비하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그 수렁을 훨씬 더 수월하게 빠져나올 수 있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개개인별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다르며, 이러한 차이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취업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다.이 단계에 속한 이들은 보통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구직자들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계획에 없던 경력공백이 갑자기 생긴 경력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의 고민보다는 취업 자체에 목적을 둔다. 또 자신의 역량이나 적성과는 상관없이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급급하다. 상당수는 성공적인 경력관리를 이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재취업을 준비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두 번째 단계는, 주어진 조건들 속에서 고민하는 경우다.이직을 준비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직을 하면 연봉과 직급은 얼마나 오를까?’ ‘어떤 회사가 근무환경이 편할까?’ 등의 조건을 갖고 이리저리 고민한다. 또 자신이 담당할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게 본다. 이 단계에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커리어 패스를 보기보다 당장 자신에게 돌아올 혜택들에 가중치를 두곤 한다.
 
세 번째 단계는, 거시적인 관점을 갖고 경력관리를 하는 경우다.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는 물론 자신이 속한 분야까지도 관심을 두고 있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이·전직을 준비할 경우에도 당장의 조건보다는 평생직업으로서의 지속가능한 자신의 경쟁력에 주안점을 둔다. ‘나는 평생 무엇을 할 것인가?’ ‘난 어떠한 분야에 전문가가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이 속한 분야의 지식, 동향을 파악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부류에 속하고 있을까? 상단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볼 필요가 있다.
 
나무보다 숲을 보라
성공적인 경력관리를 위해서는 자신이 속한 분야의 다양한 흐름들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맡은 업무를 수행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산업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갖기 어렵다. 또 동향을 파악하는 데도 어떤 루트로 정보를 입수해야 할지 어떤 정보가 믿을 만한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까?
 
첫째, 자신의 핵심역량이 기업이 요구하는 Job Description 에 맞는지를 수시로 진단·평가해봐야 한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역량은 본인만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 역량과 자신이 얼마나 부합하는지 끊임없이 체크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취업포털 사이트나 헤드헌팅 사이트를 본인이 이직을 결심하고 준비하는 시기에만 이용하고 있다. 이용을 할 때에도 자신이 원하는 업종과 직종에 관련된 채용정보만을 찾아보는 데 급급하다. 하지만 조금 더 시야를 넓혀서 자신의 산업분야나 혹은 향후 이직하고자 하는 분야의 채용정보를 전반적으로 살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채용정보 속에는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령, 외국계 기업에서 경력 10년 이상의 사업기획 팀장을 채용할 때는 어떠한 경력과 전문성을 우대하는지, IR분야에서는 최근 어떠한 기술을 요구하는지, 제조업체의 공장장 채용은 어떤 역량을 요구하는지, 대기업의 신규사업 매니저는 주로 어떤 산업에서 많이 채용하고, 어떤 분야가 해외 진출을 많이 하는지 등 채용정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자신이 속해있는 산업 분야의 최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장차 어떠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다.
 
둘째,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동종분야 종사자들의 경력관리 동향을 파악한다. 산업 동향을 파악할 때는 자신과 비슷한 업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변인들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주변의 선후배, 동료들이 이직하는 이유와 이직과정, 이직 후 성과들에 대한 성공/실패사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그들에게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전문가를 활용하라. 헤드헌터나 채용 컨설턴트들은 이직을 준비할 때만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채용 전문가들과의 주기적인 만남을 통해 자신의 경력관리에 대한 조언을 듣게 되면 올바른 경력목표를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넷째, 뉴스, 문화 등 트렌드를 유심히 관찰하라. 세상 물정을 모르면서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갈수록 매체들이 증가하고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정보지를 찾아보고 부지런히 모니터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업무 스타일, 자기계발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이런 준비를 하지 못했을 때, 외적 환경 변화요인으로 인해 위기가 찾아왔을 때, 혹은 위의 방법대로 평소 준비를 했음에도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감정적인 동요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나를 써줄 곳은 없구나’ ‘나는 이제 쓸모 없는 사람인가’하는 생각들로 자괴감에 빠져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 경우, 대부분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취업이나 창업을 택한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위기의 본질적인 팩트(Fact)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의 경력과 역량을 태스크(Task) 단위로 잘게 쪼개보고, 단위별로 새롭게 접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봐야 한다. 또 분야별로 어떻게 자신의 경력과 접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자신의 경력이 지속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넓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 헤드헌터와 같은 채용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도 도움되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신만의 확실한 커리어 플랜을 수립하라
사람들은 두 부류가 있다. 위기에 봉착한 뒤에야 이에 대비하는 사람과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하는 사람이다. 외환위기라는 시대적으로 큰 변화를 겪으면서 거대 기업도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 있고, 평생직장도 과거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제는 직장인들도 개개인의 경력을 쌓아가는 데 변화관리를 추가해야 한다. 더 나아가 변화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할 줄 아는 나름의 기법들을 터득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예측과 관리는 기업경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속에 속한 조직원 개개인이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갖출 때 그 기업의 발전은 물론 개인의 경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대는 변화하고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생존을 위해 변화에 적응하려고 한다. 인간이 자연환경의 변화 속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해온 것처럼 변화에 대한 대응은 의도와 관계없이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실시간으로 그리고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더욱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커리어 관리가 필요하다. 자신만의 확실한 커리어 플랜이 수립돼 있지 않다면 미래의 변화들을 예측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트렌드에 휩쓸리기 쉽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
황소영 HR코리아 이사 nana77@hrkorea.co.kr
 
최효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 사업 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시커>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삶을 움직이는 힘 코칭 핵심 70> 등이 있다.
 
황소영 이사는 이화여대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리크루트 인재연구소를 거쳐 현재 HR코리아의 기획 마케팅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전문 분야는 채용 컨설팅과 경력 코칭이며, 저서로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인맥지도를 그려라> <서른살에 다시 쓰는 성공 다이어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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