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문화, 비즈니스 각 분야에서 현자로 알려진 사람들이 어리석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수없이 많다. 특히 의사결정의 리스크가 클 때 오히려 형편없는 결정을 내릴 확률이 더 커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의 두뇌는 현명한 것 같지만 사실 복잡한 소프트웨어와 같다. 따라서 잘못된 소프트웨어가 주입되어 굳어지면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을 내리곤 한다. 더욱이 오늘날은 수많은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다.
그렇다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8가지 의사결정의 실수를 통해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방법을 알아보자.
첫 번째 실수는 ‘외부 관점을 무시하는 것’이다.이러한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그들 문제를 다른 사람의 경험과 관련지어 신중하게 고려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곧 내부 의견에만 귀를 기울이게 돼 결국 의사결정의 실패를 가져올 확률을 높인다. 모든 결정을 내릴 때는 외부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 같은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을 파악하고 그들이 했던 옳은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패로 끝난 인수합병(M&A)은 대부분 내부 관점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다른 기업이 자사에 유리한 인수 결정을 어떻게 내렸는지 살펴보고, 부적절한 낙관주의를 근거로 업무를 진행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두 번째 실수는 ‘모든 대안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터널 시야’를 가진다. 터널의 밝은 하나의 출구만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터널 시야 때문에 모든 대안을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하기도 한다. 따라서 다른 대안을 고려할 수 있게 의식적으로 반대자들에게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정신적인 닻(anchor)’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닻이란 자신이 기대하는 최종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첫 번째 근사치다. 하지만 미리 닻을 염두에 두면, 터널 시야 혹은 매우 편협한 초점에만 관심을 두게 된다. 가능한 모든 대안을 분명하게 리스트로 만들고, 반대 의견을 환영하라.
세 번째 실수는 ‘전문가를 과신하는 것’이다.사람들은 전문가에게 의존하려고 하며 실제로 그들이 매우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매우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전문가 의견을 아예 고려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핵심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하나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본다. 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활용해서 세상을 설명하려고 한다. 가끔은 이런 방식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도움이 안 된다. 수많은 다양성을 반영하면 결정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네 번째 실수는 ‘집단 사고를 따르는 것’이다.구성원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자주 잘못된 결정이 내려진다. 주변 사람들은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이런 식으로 해왔습니다’라는 사고나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조직의 규정은 그릇된 결정을 내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영향력에 대처하면서 보다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우선 자신의 상황 및 처한 여건을 더 예리하게 인식해야 한다. 다음에는 상황과 관련된 사람들을 고려하고, 워런 버핏이 언급한 ‘제도적 강박관념(Institutional Imperative·다른 경영자를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사고)’을 조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든 타성을 피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실수는 ‘시스템의 특정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이다.대체적으로 인간은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몰두한다. 그래서 가끔은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고 받아들이고 어느 순간 시스템의 특정 부분에만 몰두하려는 성향이 있다. 시스템의 전반적인 역학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복잡한 시스템의 한 부분에만 집중하면 그릇된 의사결정이 나올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선 시스템을 적절하게 만들어야 한다. 밀접하게 연결된 시스템을 경계하고, 시뮬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게 될 때 더욱 그래야 한다. 군 전술가와 전투기 조종사들이 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지를 생각해보라.
여섯 번째 실수는 ‘보편적인 이론이나 법칙에 몰두하는 것’이다.상황은 끊임없이 변하며, 모든 상황에서 항상 적용되는 보편 법칙이란 없다. 특히 비즈니스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공 요소’ 혹은 ‘승리 공식’이 존재한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는 단순하거나 확실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한 좋은 예로 차세대 대형 여객기 787 드림라이너를 선보인 보잉사를 들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은 공급망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아웃소싱을 강조했다. 보잉사는 보잉사가 제공하는 세밀한 계획에 따르면서 완벽한 비행기 부품을 제작할 공급업체들에게 모든 사내 업무를 넘기기로 했다. 이렇게 아웃소싱을 활용하면 전통적으로 자본 집약적이고 노동 집약적인 30일간의 최종 조립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3일로 단축할 거라고 기대했다. 이론상으로는 타당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실제로는 재앙이 되고 말았다. 공급업체가 세밀한 계획과 설계 명세서를 준수했는데도 보잉사는 공급업체들이 계획서를 미묘한 차이로 다르게 해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계획과 달리 각기 다른 공급업체들이 만든 부품은 각기 다른 모듈과 맞지 않았다. 보잉은 모든 사항을 적절하게 통합하기 위해 엄청난 재설계 작업을 해야 했다. 보잉은 그럴듯하게 여겨지지만 항공기처럼 복잡한 제품에는 맞지 않는 경영 전략을 채택한 결과 787 드림라이너 제작은 계획보다 2년 늦어졌고, 수십억 달러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됐다.
일곱 번째 실수는 ‘과거를 기준으로 미래를 추론하는 것’이다.물은 액체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빙점에 이르면 얼음이 된다. 단 1도 차이로 액체와 고체라는 질의 차이가 순식간에 일어난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온갖 복잡한 시스템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한 부분에서의 사소한 변화가 엄청난 국면 변화를 야기한다. 따라서 과거를 기준으로 미래를 추론할 때 실수가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국면 변화라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절대적인 보장은 없지만 시도해볼 만한 일은 있다. 우선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양상 변화를 찾아야 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 실수는 ‘실력과 운을 오해하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게 행운으로 인한 것이었으며 얼마나 많은 부분이 실력의 결과였는가? 인간은 이 두 가지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 결과,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또 데이터를 쉽사리 오해하며, 어떤 피드백이 가장 생산적인지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실력과 운을 오해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분석 과정에서 운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평가를 내려야 한다. 다음은 샘플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활용하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관련된 모든 사항을 더욱 잘 이해해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시스템의 변화를 조심해야 한다. 긴 호흡으로 보면 모든 시스템은 안정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이 변화할 때마다 실력과 운 역시 변한다.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반드시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와 함께 ‘후광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이었던 것을 모방해 자신의 문제에 대한 만족스러운 솔루션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여건과 상황에서 효과가 있음을 보장받는 단순한 해결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