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의 미학: 두려워 말고 맞서라

53호 (2010년 3월 Issue 2)

위급한 상황에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사정이 너무 급박해서 피해를 수습하는 데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아주 위급하고 위험한 상태라고 해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할 줄 안다면 훌륭하고 독창적인 해법을 만들 수 있다.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 좋은 사례들이 많다. 중국 한(漢)나라 때 명장 이광(李廣)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경제(景帝)가 즉위하자마자 북쪽의 흉노족이 쳐들어왔다. 이광은 선봉장에 서게 됐다. 전장에 도착한 그는 기병 100여 명만 데리고 순찰하다가 그만 코앞에서 수천 명이나 되는 흉노족 기병들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깜짝 놀란 부하들은 이광에게 속히 도망치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에 잠기던 이광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니다. 적들을 향해 말을 달려라!” 부하들은 이젠 죽었구나, 하며 벌벌 떨었지만 지엄한 명령인지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광의 부대는 적진 바로 앞까지 돌진해갔다.
 
그 다음에 나온 이광의 명령은 부하들을 더욱 공포스럽게 했다. “모두 말에서 내려라. 그리고 안장을 해체해서 바닥에 내려놓아라.” 부하들이 웅성거리며 주저했다. 하지만 이광은 “안심해라. 적들은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면 필시 무슨 계략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섣불리 달려들지 못할 게다. 우리가 자기들을 유인하는 줄 알 테니까 말이다”라고 다독였다.
 
이광의 예상은 적중했다. 흉노족 병사들은 엉거주춤하다가 말 머리를 돌려서 물러갔다. 당연히 이광의 부대는 안전하게 본진으로 돌아왔고 나중에 흉노족을 말끔히 소탕했다. 이광의 부대가 안장까지 땅에 내려놓으며 도망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자 흉노족 장군은 이광의 부대가 자기들을 매복 부대가 있는 곳까지 유인해서 기습하리라 짐작했었다.
 
이광의 지혜는 문제를 독창적으로 정의할 줄 아는 데에서 발휘됐다. 문제 정의는 기대하는 상태와 현재의 상태의 차이를 아는 데에서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문제 정의 = 기대하는 상태 - 현재의 상태’이다. 적과 마주쳤을 때 부하들은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정의하는 바람에 무조건 도망치는 게 최고의 해법이라고 생각했었다.
부하들이 정의한 문제 = 적으로부터 안전하게 달아난 상태 - 적의 코앞에서 위치가 발각된 상태
그러나, 적의 코앞에서 발각된 터라 도망을 쳐봤자 빠르기로 유명한 흉노족의 공격에서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렇게 정의된 문제에 갇히면 사고가 경직되어 도망밖에는 해법이 없다고 믿기 일쑤다.
이광이 정의한 문제 = 적이 우리의 의도를 오해하는 상태 - 적이 우리의 의도를 아는 상태
이광은 부하들과는 다르게 문제를 정의해 문제 해법의 한계를 극복했고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적에게서 달아나지 않으면서도 가까이 다가가 여유를 부리는 척하면 이광 부대의 의도가 무엇인지 헷갈리게 된다. 흉노족은 필시 매복병이 숨어 있으리라 잘못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손무(孫武)는 그가 쓴 <손자병법(孫子兵法)>의 ‘형(形)’ 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승리하는 군대는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조성해놓은 뒤 적과의 싸움을 추구한다. 패배하는 군대는 싸움을 먼저 걸어놓고 승리를 추구한다.”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손무의 말은 “유능한 문제 해결사는 해결하기 쉽게 문제를 잘 정의한 뒤 문제를 푼다. 무능한 문제 해결사는 문제를 정의조차 하지 않은 채 문제 해결에 덤벼든다”로 해석된다.
 
문제를 두려워하지 말라. 직면한 문제가 무엇이든 종이 위에 기대하는 상태와 현재의 상태를 기술하는 ‘문제 정의’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여기에 여러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면서 새롭게 정의할 가능성을 탐색하는 능력을 덧붙인다면, 문제 해결사가 지녀야 할 기초 체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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