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으로 꽉 찬 옥스퍼드의 1년

43호 (2009년 10월 Issue 2)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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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첫 주에 개학하는 옥스퍼드 MBA는 총 3학기(Michaelmas Term, Hillary Term, Trinity Term)로 이뤄진 1년 과정이다. 이 과정을 마치면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두 달간 전략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논문을 제출함으로써 졸업 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서머 인턴십(Summer Internship)이나 학문적인 연구를 추가로 원한다면 15개월로 연장할 수도 있다.
 
이렇듯 옥스퍼드 MBA의 가장 큰 특징, 특히 미국 MBA스쿨과의 차이점은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다. 커리어의 공백이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옥스퍼드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옥스퍼드 MBA에는 직장 경력이 긴 학생들이 많다. 각 분야에서 이미 전문가인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나누는 토론의 주제와 내용도 매우 심도 깊고 구체적이어서 놀랄 때가 많다.
 
하지만 기회비용이 적은 대신 옥스퍼드가 주는 다양한 기회를 누릴 시간이 짧고, 구직(job searching)을 위한 시간이 촉박해 한꺼번에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한 교수도 “옥스퍼드 MBA가 1년 과정인 것은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옥스퍼드 MBA 과정은 시작하자마자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올해 옥스퍼드 MBA에는 세계 48개국에서 온 총 244명의 학생이 있다. 학교는 이들을 3개 학급(stream)으로 나눈 후 다시 5, 6명으로 구성된 소그룹으로 묶는다. 각 소그룹은 전문 분야, 경력, 성별, 국적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만들어지며, 팀 프로젝트 수행 등을 통해 첫 학기 운명을 같이한다. 필자의 팀에는 미국,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에서 온 학생들이 있다. 각각 컨설팅, 마케팅, 사모펀드 및 가업(Family Business)을 수행한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는 필자가 옥스퍼드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 치중돼왔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 다양성을 경험하고 싶다면 옥스퍼드만큼 매력적인 공간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전체 244명 중 여학생의 비중도 30%가 넘는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날로 입지를 확대하는 글로벌 여성 인력의 현실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WIB(Women in Business)라는 여성 커뮤니티 또한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옥스퍼드대의 역사는 800년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옥스퍼드 MBA는 불과 14년 전에 만들어졌다. 옥스퍼드대의 운영 방식은 그 오랜 역사만큼 체계가 잘 잡혀 있지만, MBA스쿨은 아직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이를 달리 보면, 학생 개개인의 의지에 따라 MBA 프로그램 구성에 직접 참여하고 다양한 의견도 개진할 수 있음을 뜻한다.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든 말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하라.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한다. 역사가 길고 체계화된 MBA 프로그램을 기대한 학생은 옥스퍼드 MBA에 다소 실망할 수 있지만, 도전을 즐기는 학생이라면 옥스퍼드 MBA에서 훨씬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옥스퍼드 MBA
옥스퍼드 MBA에서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매우 강조한다. 기업가 정신 및 혁신 센터(Centre for 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 사회적 기업가 정신 센터(Skoll Center for Social Entrepreneurship)라는 전담 조직이 있고, 학과 과목에도 기업가 정신에 관한 과목이 많다. 2주간의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나흘을 두 센터의 활동을 소개하는 데 썼을 정도다. 다양한 분야에서 회사를 설립한 옥스퍼드 MBA 동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재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권장하는 시간이다. 옥스퍼드 MBA의 가장 큰 모토 중 하나가 ‘We are a young and entrepreneurial business school’이다.
 
언뜻 생각하면 ‘졸업 후 창업을 할 학생들에게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닌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은 경영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오늘날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점이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책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의 경영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옥스퍼드 MBA의 사회적 기업가 정신에 관한 과정들은 세계 MBA스쿨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정부기구(NGO)나 사회적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들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일반 기업과 이들의 협력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옥스퍼드 네트워크의 힘
옥스퍼드 MBA 학생들은 옥스퍼드대, MBA스쿨(Saïd Business School·SBS), 칼리지라는 3가지 조직에 모두 소속돼 있다. 옥스퍼드대는 38개의 칼리지로 이뤄져 있다. 모든 학생들은 옥스퍼드대에 입학했으면서, 하나의 칼리지에도 동시에 입학한 셈이다. 칼리지마다 다양한 전공의 교수와 학생들이 있고, 각각 다양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즉 옥스퍼드대는 38개의 칼리지가 모인 추상적 집합체다. 개별 칼리지들은 학생 개개인의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학습 지도뿐 아니라 기숙사나 다양한 사회 활동 기회를 제공한다.
 
설립된 지 14년밖에 안 된 옥스퍼드 MBA 자체의 네트워크는 그리 대단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38개 칼리지의 졸업생, 즉 옥스퍼드대 전체 졸업생들로 구성된 ‘옥스퍼드 비즈니스 동문 네트워크(Oxford Business Alumni Net-work·OBA)’와 개별 칼리지가 가진 네트워크의 힘은 엄청나다. 이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옥스퍼드 MBA만의 특권이다. 특히 OBA는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한 선배들과의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당연히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네트워크의 활용 범위 또한 크게 달라진다. 도전을 즐기는 학생일수록 옥스퍼드 MBA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워낙 네트워크 파워가 센 탓인지 옥스퍼드로 온 후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 “1년 동안 네가 할 일의 우선 순위가 공부와 네트워킹 중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이다. 모든 학생들은 이 두 축 중 각자가 추구하는 전략과 목표를 어디에 둘지를 찾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필자 역시 최적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합니다.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스탠퍼드 경영대학원과 영국 옥스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인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의 명 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옥스퍼드대 새드(Sa ïd) 경영대학원은 1996년 설립됐다. 1년 과정의 MBA, 21개월 과정의 Executive MBA, 박사 학위 과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미국 외 MBA스쿨 랭킹에서 10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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