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며 얻는 지혜

43호 (2009년 10월 Issue 2)

지식의 습득과 깨달음은 꼭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때로 생활 속의 작은 것들로부터 가르침을 얻습니다. 저는 취미인 원예에서 가끔씩 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계기를 찾습니다. 식물을 기르는 행위는 특히 사람을 키우는 것과 아주 비슷하더군요.
 
껍질을 벗지 못하는 새싹들
화분에 씨앗을 뿌리면 새싹이 돋습니다. 새싹은 씨껍질을 벗어버리고 떡잎을 내밀지요. 그런데 가끔 씨껍질을 벗지 못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사진). 가만히 놔두면 싹이 죽어버립니다. 잎을 통해 광합성을 하지 못하니까요. 문제는 사람이 씨껍질을 벗겨주기가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잘못하다가는 새싹이 똑 부러져 버리니까요. 결국 씨껍질을 벗는 것은 새싹의 의지와 힘에 달려 있습니다.
 
직장 선배의 충고에 눈과 귀를 막아버리고 자기 고집대로만 하는 후배들이 가끔 있습니다. 선배는 후배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혹시라도 자기 때문에 후배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회사를 그만두게 될까봐 걱정합니다. 그래서 일정 시기가 지나면 더 이상 충고를 하지 않습니다. 후배가 스스로 문제를 깨달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직장인으로서의 생명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묘목들의 경쟁
사람이든 식물이든 적절한 경쟁은 약이 됩니다. 저는 올봄에 열대식물 구아바 씨앗 여러 개를 한 화분에 심어 묘목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곳에 모아 경쟁을 시키니 별도의 화분에 하나씩 심어놓은 녀석들보다 훨씬 크게 잘 자랐습니다. 가장 큰 녀석은 개별 화분에 심은 묘목보다 2배 정도 키가 컸습니다.
 
좋은 상대와 벌이는 건전한 경쟁은 당사자에게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구불구불하게 넝쿨로 자라는 식물도 대나무 옆에 심으면 곧게 자랄 정도입니다.
 
혼자서도 잘 클 수 있을까?
묘목의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서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작은 화분 안에 빽빽이 심어진 묘목들을 그대로 방치한 채 “나는 혼자 알아서 잘 크는 놈이 좋아”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키 작은 나머지는 왜소하게 자라거나 말라 죽고 말 것입니다.
 
훌륭한 리더들은 일 잘하는 부하만을 편애하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합니다. 이들은 부하 직원들에게 더 큰 ‘활동 무대’를 제공하고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식물을 키울 때도 어느 정도 자란 묘목은 별도의 화분에 옮겨 심고 충분한 물과 비료를 주며 햇볕을 쪼여줘야 합니다. 원래 화분에서 ‘열등생’으로 자라던 녀석들을 다른 화분에 옮겨 심고 비료를 주면 원래 화분의 ‘우등생’들보다 훨씬 더 잘 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상으로 식물을 키우면서 느낀 개인적 소회를 정리해 봤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얼마나 공감이 되셨는지요? 조만간 구아바 묘목들을 새집으로 옮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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