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 희망찬 월요일. 하지만 이 희망찬 하루의 시작은 지하철 유실물 센터에서 시작됐다.
나의 회사생활 지론은 ‘주중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말에는 몸과 마음을 최대한 편하게 쉬어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래상품기획팀으로 오고 나서는 주말이 없어졌다.
지난 주말에도 남들 다 놀 때 열심히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겠다고 회사에 출근을 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진도가 나가는 듯 싶었으나, 결국엔 인터넷 서핑과 낮잠으로 이틀을 까먹고야 말았다.
그 후 맞이한 부담스러운 월요일.
어제 밤부터 몸살 기운이 살살 느껴지고 머리도 아프더니, 오늘 아침에는 몸살이 더 심해졌다. 게다가 지하철에 사람은 왜 그리 많은 건지…. 아픈 몸을 이끌고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새 내가 내릴 정류장이다. 급하게 내리다 보니, 아뿔싸!! 지하철 선반에 올려놓은 가방을 깜박 두고 내린 것이 아닌가!
다행히 가방은 무사히 찾을 수 있었지만, 회사에 도착하니 벌써 10시가 넘었다. 9시에 시작한 회의에 한 시간이나 늦은 것이다. 연구소에 있을 때는 단 한번도 이런 실수가 없었는데….
‘이번 한 주 액땜했다’ 생각하고 헐레벌떡 사무실로 들어섰는데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잔뜩 화가 난 박 차장님이 나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신다.
“강대리가 K물산 김 과장한테 전화 받았었나?”
“(헉!) 저… 지난 주 금요일에….”
“오늘 오전에 관계사 미팅 있다는 얘기 못 들었어? 왜 말을 안 해 줘서 낭패 보게 만들어?”
“그때 자리에 안 계셔서 들어오시면 알려드린다는 것이 그만….”
“내가 자리에 없었으면 메모라도 해 뒀어야지!”
“죄송합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라도 부지런해야지. 기억을 믿지 말고, 기록을 믿으란 말이야!”
“죄송합니다.”
“회의나 계속하지. 이 과장, 지난 주 시장조사 결과 분석이 어떻게 나왔다고?”
액땜의 연속인가? 아니면 내가 벌써 초심을 잃은 건가? 그래, 뭐든지 꼼꼼하게 하자. 꼼꼼하고 정확한 것은 아무리 지나쳐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 마음을 다잡고 수첩을 꺼내 이과장님의 말씀을 옮겨 적기 시작했다. 꼼꼼하게, 아주 꼼꼼하게.
“기술적인 면에서는 스피드와 간편함을 강조한 제품이 여전히 대세였습니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제품이 시장에서도 먹혔던 거죠. 실제로 취사 시간과 예열 시간을 9분대로 단축시킨 L사의 압력밥솥이 출시된 지 4개월 만에 기존 제품보다 2배 이상 많이 팔렸으니까요. 여전히 프리미엄 제품이 선호되고 있는 가운데….”
“저, 과장님. 잠시만요. 좀 전에 뭐라고 하셨죠? ‘프리미엄 제품이 선호되고 있다’ 그 바로 전이요.”
“얘기 안 듣고 뭐하고 있는 거야?”
“그게 아니고요. 과장님 말씀을 적고 있는데, 앞부분을 놓쳐서요.”
“내 얘길 다 받아 적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걸 적느라고 얘길 듣지도 못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