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조너선 프랭클린 지음 · 강동혁 옮김
복복서가 · 2만5000원
연 매출 1조 원 규모의 글로벌 패션 제국을 일군 뒤 전기도, 수도도 없는 파타고니아 오지로 홀연히 떠난 이가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창업자 더글러스 톰킨스다. 스물한 살의 그는 산의 가장 거칠고 까다로운 등반 루트를 뜻하는 ‘노스페이스’라는 이름의 등산용품 브랜드를 창업했다. 노스페이스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혁신적인 장비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는 안정된 성공에 머무르지 않았다. 돌연 노스페이스를 매각한 뒤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를 비롯한 친구들과 함께 남미 파타고니아로 향했다.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산으로 꼽히는 피츠로이산 등반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경험한 극한의 자연은 이후 그의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원정을 마친 그는 아내와 함께 의류 브랜드 에스프리를 창업해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또 한 번의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산업이 환경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다. 결국 그는 약 1조 원 규모의 지분을 정리하고 파타고니아 오지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거기서 톰킨스는 거대한 생태 복원 프로젝트에 뛰어든다. 파타고니아 일대의 토지를 사들여 국립공원을 조성한 뒤 국가에 기증하는 전례 없는 계획을 추진했다.
경비행기를 직접 몰며 현장을 누볐고, 멸종위기 동물 복원과 생태계 회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칠레 정부와 지역 기득권층의 비난과 훼방 속에서도 계획을 밀어붙였다. 2015년 그는 칠레의 한 호수에서 카약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사후에 칠레 정부와의 국립공원 협약이 성사되며 약 2800만 에이커 규모의 ‘공원의 길(Route of Parks)’이 완성됐다. 이는 인류 역사상 한 개인이 국가에 가장 큰 규모로 토지를 기증한 사례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