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꽈당 넘어지거나 운전하다 옆 차를 살짝 긁는 등 사고가 닥친 이들에게 “액땜했네”라는 말을 건넨다. 예상치 못한 사고나 손실을 더 큰 불행을 막는 ‘방어적 사건’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단순한 위로 혹은 미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말일 수 있으나 현재의 손실을 미래의 안전을 위한 투자로 재해석하는 사고방식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심리적 기술이다. 책은 ‘액땜’을 불가피한 손실을 받아들이되 그 경험을 통해 자신과 시스템의 결함을 되돌아보고 다음을 대비하는 선제적 대응의 심리적 구조라고 강조한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한 사람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중에 유통된 캡슐에 누군가 독극물을 고의로 주입한 것이다.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타이레놀을 판매하는 존슨앤드존슨은 3단계 대응 전략을 실행했다. 첫째, 1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고 전국에 유통된 제품 3100만 병을 전량 회수했다. 둘째, 사건에 관한 정보를 미디어를 통해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했고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은 어떤 이윤보다 우선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셋째, 세계 최초로 ‘3중 안정 포장’ 시스템을 도입해 유사한 사고의 재발 가능성을 방지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사건 두 달 만에 새 포장 제품을 출시했고 진정성 있는 신뢰 회복 캠페인을 통해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의도치 않고 예상치 못한 실패였지만 존슨앤드존슨은 이를 처리하면서 회복탄력성이라는 면역을 키웠다. 반면 BP(British Petroleum)의 딥워터 호라이즌 사태처럼 실패를 은폐하거나 축소한 사례는 사회적 신뢰를 잃고 기업의 존속마저 위협받는 결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