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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아는 ‘못된’ 문화

긍정의 속삭임에 속지 마라

김영훈 | 397호 (2024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현실이 힘들수록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하곤 한다. 그런데 현실을 호도하는 긍정적인 사고는 노력할 필요를 없게 만들어 오히려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실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보는 사고방식도 마찬가지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인정해야 그에 필요한 노력을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어려움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현우야, 수학 시험 다 맞혔어? 틀린 문제 있어?”라고 집에 들어오는 현우에게 엄마가 물었다. 현우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엄마, 다 맞힌 것 같아!”라고 말했다. 현우 엄마는 현우의 말에 아주 흡족해했다. 곧이어 누나인 미정이가 울상으로 집에 들어왔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엄마가 물었다. “미정아, 수학 시험 잘 봤어? 몇 개 틀렸어?” 미정이는 울음을 참아가며 “엄마, 다 망친 것 같아”라고 말했다. 현우 엄마는 누나의 말에 화를 냈고, 미정이는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날 현우는 행복했고 미정이는 불행했다.

내 친구였던 현우와 (현우) 누나인 미정이의 중학교 시절 이야기이다. (신기한 것은) 현우는 항상 시험을 잘 봤다고 이야기했고, 미정은 항상 시험을 망쳤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2주 후에 진짜 성적이 나왔을 때였다. 다 맞혔다고 호언장담하던 현우의 얼굴은 실망과 낙담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망쳤다고 울었던 미정이의 얼굴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현우와 미정이는 똑같이 수학 문제 25개 중 23개를 맞혀 92점을 받았다. 다 맞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망친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왜 현우는 다 맞혔다고 생각했고, 미정이는 망쳤다고 생각했을까? 현우와 미정이의 계산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현우는 자기 생각에 25개 문제 중 22개는 확실히 맞혔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3문제 중 2문제는 50% 확률로 맞혔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한 문제는 전혀 몰라서 무작위로 찍었다.

이 상황에서 누가 “25개 수학 문제 중에서 몇 개 맞힌 것 같아?”라고 물으면 당신은 몇 개의 문제를 맞혔다고 이야기하겠는가? 아마도 23개가 가장 합리적인 숫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우는 그렇게 계산하지 않았다. 22개는 당연히 맞힌 것으로 계산했고, 50% 확률로 맞혔다고 생각한 두 문제도 맞힌 것으로 계산했다. 50% 정도의 확률이면 그건 현우에게 맞힌 것과 다름없었다. 무작위로 찍은 한 문제도 운이 좋으면 맞힐 수 있다고 현우는 생각했다. 그래서 현우는 적어도 24개는 맞혔고, 잘하면 25개 맞혔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당당히 다 맞혔다고 이야기했다. 현우 처지에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계산이었다.

미정이의 상황도 비슷했다. 22개는 맞혔다고 생각했고, 2문제는 50% 확률로 맞혔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한 문제는 전혀 몰라서 무작위로 찍었다. 현우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미정이는 5문제를 틀려서 20개 맞혔다고 생각했다. 50% 확률로 맞혔다고 생각한 두 문제는 당연히 틀린 문제로 계산했다. 50% 정도의 확률이면 그건 미정이에게 틀린 것과 다름없었다. 무작위로 찍은 한 문제는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맞혔다고 생각한 22개의 문제 중에서도 2문제는 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맞혔다고 생각했지만 답이 아닐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5개나 틀렸다고 생각했다. 미정이는 나름대로 상당히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계산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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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


현우와 미정이의 태도는 인생을 대하는 두 가지 방어기제를 나타낸다. 현우는 인생을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이미 끝난 시험을 부정적으로 봐서 뭐가 좋겠는가.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좋게 보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태도를 지녀야 오늘도 행복하고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태도가 방어기제인 이유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50%의 확률로 맞힐 수 있는 문제는 50%의 확률로 틀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것을 맞혔다고 볼지 아니면 틀렸다고 볼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현우는 과감히 맞혔다고 봤다. 무작위로 찍은 문제도 맞혔을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인생의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할 때 가능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태도이다. 이런 태도를 보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컵 안에 물이 50% 정도 남았을 때 이런 사람들은 “물이 50%나 남았네”라고 이야기한다. 충분한 물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상태가 아직 괜찮다는 말이다. 같은 것을 봐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이다. 우리는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야, 그 사람 정말 긍정적이야.” “참 괜찮은 사람이야.” “사람이 참 밝아.” 이런 말들을 하며 호감을 표한다. 아마도 우리가 긍정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미정이는 다르다. 미정이는 가능하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한다. 이런 태도 역시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50% 확률로 맞힐 수도 있지만 미정이는 50% 확률로 틀릴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한다. 자기방어를 위해서 취하는 심리적 전략이다.

현실보다 좀 더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해 놓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의도적으로 더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해 놓으면 실제로 나중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상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처받고 실망할 상황을 미리 염두에 두고 마음으로 준비해 놓는 전략이다. 혹시라도 예측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나쁠 게 전혀 없다. 겸손했던 모습으로 포장할 수 있고 좋은 성과는 더 돋보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훌륭한 전략이다.

이런 사람들은 컵에 물이 50% 정도 남았을 때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이야기한다. 물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상태가 위험하다는 말이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래의 나쁜 상황을 실제로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물이 부족할 거로 생각해 놓으면 물을 조금씩 아껴 마시면서 나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매사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감이 부족하다. 항상 다른 사람의 확인과 인정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을 보면 조금 안쓰럽기까지 하다. 괜찮은 실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이 성공할까?

그럼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더 높은 성과를 얻게 될까? 사람들을 세 부류로 분리해 보자. 첫 번째 부류는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고, 두 번째 부류는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며, 세 번째 부류는 자기 자신을 현실에 맞춰 보는 사람이다. 필자는 이 세 부류 중에서 누가 가장 높은 성과를 낼지를 실험으로 검증해보기 위해 미국 대학생 215명을 실험실로 불렀다. 그리고 10문제로 구성된 수학 시험을 10분간 치르게 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사람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첫 번째 질문은 “지금 치른 수학 시험에서 몇 개를 맞힌 것 같나요?”였고, 두 번째 질문은 “지금 학점이 어떻게 되나요?”였다. 두 질문에 답을 하고 실험 참여자들은 실험실을 떠났다.

수학 시험을 채점한 결과 시험을 아주 잘 본 사람도 많았고, 시험을 아주 못 본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필자의 관심사는 그들이 시험을 얼마나 잘 봤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의 실제 시험 성적과 사람들이 보고한 시험 성적과의 괴리였다. 이 괴리를 기초로 사람들을 (1)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 (2)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 (3) 자기 자신을 현실에 맞게 보는 사람으로 분류하고 싶었다. 그래서 필자는 각 학생이 보고한 성적에서 실제 성적을 뺐다.

각 사람이 보고한 성적에서 실제 성적을 뺐을 때 양의 숫자가 크면 클수록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시험을 잘 보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잘 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비현실적 긍정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각 사람이 보고한 성적에서 실제 성적을 뺐을 때 음의 숫자가 크면 클수록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뜻한다. 즉, 시험을 잘 봤는데도 불구하고 잘 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비현실적 부정성’을 가진 사람이다. 각 사람이 보고한 성적에서 실제 성적을 뺐을 때 0에 가까울수록 자기 자신을 현실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0에 대해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은 0은 ‘현실적 긍정성’과 ‘현실적 부정성’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험을 잘 봤을 때 잘 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현실적 긍정성’을 가진 사람이고, 시험을 잘 못 봤을 때 잘 못 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현실적 부정성’을 가진 사람이다. 하여튼 이 두 그룹 모두 ‘현실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긍정성이든 부정성이든 모두 현실성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설 검증을 위해서 괴리(각 사람이 보고한 성적에서 실제 성적을 뺀 값)를 X축에 두고 사람들이 보고한 대학교 학점을 Y에 놓았다. 비현실적 긍정성을 가진 학생, 비현실적 부정성을 가진 학생, 현실성을 가진 학생 중 누가 성적이 가장 높은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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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에서 실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1 X축에서 0을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비현실적 부정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도표를 보면 X축에서 음의 숫자가 커질수록 학점이 낮아지는 패턴을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면 볼수록, 즉 ‘비현실적 부정성’이 강할수록 성적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런 사람들은 닥친 과제를 열심히 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관한 생각과 믿음이 현실에 비해서 너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항상 우려와 걱정으로 자신감이 없다. 실력을 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기가 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도하지 않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포기라는 쉬운 길을 택해 버린다.

X축에서 0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은 ‘비현실적 긍정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도표를 보면 X축에서 양의 숫자가 커질수록 학점이 낮아지는 패턴을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면 볼수록, 즉 ‘비현실적 긍정성’이 강할수록 성적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이 없는데 실력이 있다고 믿으면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현실의 상태가 좋다고 믿기 때문에 노력할 필요가 없다. 좋지 않은 현실을 직시해야만 노력에 대한 명분과 동기가 생길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태도이다.

이런 ‘비현실적 긍정성’이 타인의 눈에는 좋게 보일 수 있다.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라는 사회적 평판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런 평판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수능, 취직, 면접, 사업 등을 준비하면서 이런 ‘비현실적 긍정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다 잘될 거라고 굳게 믿는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 만한 실력과 준비가 안 돼 있는데도 말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런 긍정적 태도를 칭찬한다. 하지만 ‘비현실적 긍정성’을 가진 사람들은 성공할 수 없다. 그런 태도가 노력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X축에서 0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현실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도표를 보면 X축에서 0에 가까울수록 학점이 높아지는 패턴을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현실적으로 지각할수록 성적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성적이 제일 좋은 사람은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는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의 성적이 제일 높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현실을 직시할 때 노력할 수 있게 되고 실제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상기해 봐야 할 사실은 X축의 0이 ‘현실적 긍정성’과 ‘현실적 부정성’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이다. 시험을 잘 봤을 때 잘 봤다고 인식한 사람도 포함하고 시험을 잘 못 봤을 때 잘 못 봤다고 인식한 사람도 포함한다. 즉, 자기의 장점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사람도 성적이 높고, 자기의 단점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사람도 성적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점이든 장점이든 정확하게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성공의 원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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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긍정성’과 ‘비현실적 부정성’의 문제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서점이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긍정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메시지들이 많다. 대상은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인들부터 CEO까지 모두 ‘긍정성’ 개발에 심취해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점을 보완하는 데 관심이 없고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현실 외면이고 현실 도피이다. 당장은 어려운 현실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결국 더 큰 실망과 낙담을 낳을 뿐이다. 필요한 준비와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현실적 부정성’도 방향성만 다를 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모두가 싫어한다. 매사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고 쉽게 포기한다는 점이다. 이런 태도는 결국 성과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현우도, 미정이도 삶에서 성공할 수 없다. 생존 전략으로 ‘비현실적 긍정성’과 ‘비현실적 부정성’을 취했지만 결과는 처참할 것이다. 어차피 두 개의 전략은 ‘노력하지 않음’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비현실적 긍정성’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에 안주하며 노력하지 않게 되고, ‘비현실적 부정성’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비관하며 노력하지 않게 된다. 결국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자기 자신을 현실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전략이 성취동기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으면 안 된다. 실제로는 장점이든 단점이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직시하는 사람이 높은 성과를 얻는다. 부족한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는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그래야만 필요한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세상에서는 이런 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런 태도를 가진 아이들과 사람들은 타박을 받을지도 모른다. “너무 현실적인 것 아냐?”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면서 말이다.


장밋빛 안경, 잿빛 안경, 투명 안경

사람들은 다양한 안경을 끼고 살아간다. 장밋빛 안경을 쓰기도 하고 잿빛 안경을 쓰기도 하며 투명 안경을 쓰기도 한다. 장밋빛 안경을 쓴 사람들은 자신과 세상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온통 장밋빛으로 자신과 세상을 물들인다. 장밋빛 안경을 통해 보는 세상은 밝고 아름답다. 장밋빛 안경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현실을 망각한 채로 살아가는 것이 어떻게 성공에 도움이 되겠는가. 잠시의 고통을 잊어보려는 수준 낮은 회피일 뿐이다. 장밋빛 안경의 더 큰 문제는 노력의 부재에 있다.

잿빛 안경을 쓴 사람들은 세상과 자신을 최대한 부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자신과 세상을 온통 잿빛으로 물들인다. 잿빛 안경을 통해 보는 세상은 우울하고 참담하다. 잿빛 안경을 쓴 사람들의 일상은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본인에 대한 태도도 상당히 (현실보다 더) 부정적이다. 겸손의 태도가 아니다. 하는 일마다 잘 안 될 거로 믿고, 시험을 보면 떨어질 거로 생각한다. 자신감이 없고 매사에 다른 사람의 인정과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서 어떻게 성공과 행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들에게 닥칠 실패와 불행을 그들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는 자들은 스스로 실패와 불행을 창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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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에는 투명 안경을 쓰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 장밋빛으로 보지도 않고 그렇다고 잿빛으로 보지도 않는다. 긍정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살짝 인간미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다. 더 불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조차 들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지양하고 싶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인식한다. 장점은 장점으로 인식하고, 단점은 단점으로 인식한다. 부족한 부분과 약점을 정확하게 인식한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과 약점을 인정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성공을 움켜쥐는 사람은 다름 아닌 투명 안경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성공에 필요한 노력과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자아로 성공했지만 현실적인 자아로 또한 불행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행복 역시 이런 자들의 것이다. 정신건강이 가장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긍정의 매력에 속지 마라

긍정의 속삭임에 절대 속으면 안 된다. 순간적으로 달콤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마약과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순간의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달콤함의 순간은 당신을 영원히 무너트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실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긍정의 속삭임은 더욱 달콤하게 들릴 수 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되면 더욱더 긍정적이기 쉽다. 하지만 현실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우리는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라는 말에 절대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자식을 무조건 긍정적인 사람으로 키우려고 노력해서도 안 된다. 실패와 불행을 선물하는 것과 같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 김영훈younghoonkim@yonsei.ac.kr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필자는 사회심리학자이자 문화심리학자이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에서 학사, 아이오와대에서 석사, 일리노이대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2013년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특훈교수’에 선정 및 임명됐고 2015년 아시아사회심리학회에서 ‘최고의 논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 걸 그랬습니다』 『노력의 배신』이 있다. 삼성, LG, 사법연수원, 초·중·고등학교 학부모 연수 등 각종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칭찬과 꾸중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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