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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역사

덩치 키우는 진짜 이유는 ‘효율성’

서광원 | 380호 (2023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사람들은 유명함이나 대단함 같은 개념을 무의식중에 ‘크다’라는 물리적 개념으로 바꿔 받아들인다. 유명하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은 당연히 덩치가 클 것이라고 예단하는 식이다. 크기가 우리 생각 이상으로 우리의 삶, 나아가 생명의 역사를 좌우해 왔기 때문이다. 크기에 대한 선호는 곤충부터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자연 전반에서 나타난다. 커질수록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몸집을 키우면 당장 에너지 효율이 크게 올라간다. 체온 유지는 쉬워지고, 더 적은 물이나 먹이를 먹고도 더 오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몸집이 두 배 차이가 나면 먹는 양도 두 배여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론 1.75배 정도면 된다. 25% 정도의 효율을 더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존 타일러 보너가 “크기야말로 모든 특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한 것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몸집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클수록 비용이 줄고 조직을 유지하고 생존하는 데 유리한 점이 생긴다. 무엇보다 덩치를 대폭 키워 최상위로 올라설 경우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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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관광을 처음 가는 이들이 필수 코스로 여기는 곳들이 있다.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또는 오줌싸는 소년의 동상)과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 등이다. 어린 시절 접했던 동화나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고향인 까닭인데 이런 마음을 품고 찾아간 이들이 대부분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뭘까?

감탄? 완전히 반대다. 실망한다. 아니, 실망하는 정도가 아니라 허탈해 한다. 그래서 유럽의 3대 허무 관광지로 꼽히기도 한다. 대체 왜 실망할까?

먼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부터 보자. 이 동상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이곳을 가 보지 않은 이들에게 물으면 약속이나 한 듯 “이 정도쯤?” 하면서 팔을 적잖게 벌린다. 동상의 주인공이 소년이니 그 정도쯤 되지 않겠냐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실제는 상상 이하다. 흔히 보이는 30㎝ 길이의 자 2개를 붙여 놓은 수준인 61㎝에 불과하다. 작아도 너무 작아 허탈하지 않기가 힘들 정도다.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 더 큰 80㎝이긴 하지만 거기서 거기다. 라인강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이 이곳에서 부르는 요정의 노래에 취해 배가 좌초되곤 했다는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도 뭔가 있지 않겠어?’ 하는 마음을 완전히 허물어뜨린다. 바위로 된 평범하기 그지없는 언덕인 까닭이다. 마치 백제의 삼천 궁녀가 뛰어내렸다는 충남 부여의 낙화암을 본 듯한 그런 표정이 저절로 지어진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화 ‘모나리자’를 본 이들도 비슷하다. 거의 매일 꽉 들어차는 인파를 뚫고 들어가 어렵사리 본 그 세계적인 명화가 너무 작아 실망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실망할까?

이유가 있다. 우리는 유명한 것, 대단한 것을 으레 크기와 연관시킨다. 유명할수록, 대단하다고 생각할수록 그만큼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으니 실망하는 것이다. 세계적 석학으로 불리는 로자베스 모스 캔터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는 자신을 처음 보는 사람 중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키가 더 크실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생각보다 작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제다이의 정신적 스승 요다가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크기는 중요하지 않아” “나를 크기로 판단할 거냐?”

하지만 (특히 처음 보는) 사람을 크기로 판단하는 성향은 생각 이상으로 뿌리가 깊다. 낯선 남녀가 어떤 기준으로 상대를 선택하는지 한 연구팀이 관찰했다. 무엇이었을까? 말이 잘 통하는 것? 외모?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따로 있었다. 여성은 몸매, 남자는 체격이었다. 키가 큰 남자들이 더 많은 자녀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성들이 이런 남자를 더 좋아해서다.

유명하거나 지위가 높은 이들을 실제보다 크게 여기는 성향은 왜 생겼을까?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이런 사람이 주로 리더 역할을 하는 등 잘나가다 보니 이제는 지위와 인지도로 으레 크기를 짐작해 버리는 것이다. 이성적임을 표방하는 회사 면접에서도 이런 성향은 어김없이 작동한다.


생명체는 왜 커지려 할까

크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삶을 좌우한다. 인류는 수렵 채집에서 농경 생활로 전환하면서 키가 작아졌지만 정착 생활이 안정화된 이후 계속 커지고 있다. 잘 먹어서 커지기도 하지만 선택을 잘 받는 까닭에 그렇다는 게 정설이다. 무슨 일로 어깨가 처진 아이들에게 “와~, 너 많이 컸구나?”라고 해보라. 표정이 달라진다. 아이들 기분 전환시키는 데 최고다. 커졌다는 말이 처진 기분까지 북돋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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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이 아니다. 크기에 대한 선호는 자연의 작은 곤충들부터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이라 해도 좋을 만한 현상이다. 생애 최대 프로젝트인 짝짓기에서, 암컷이 큰 덩치를 건강함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데다 덩치가 크면 다른 수컷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덩치가 곧 서열인데 수컷보다 덩치가 큰 하이에나 암컷과 햄스터 암컷은 무리에서의 서열 역시 높다. 커다란 덩치는 적대자와의 대결에서도 유리하다. 코끼리가 몸집을 키운 이유도 이래서였다. 원래 조상은 염소만 한 크기였지만 진화를 통해 계속 몸집을 키워 지금은 육지에서 천하의 사자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가장 덩치가 큰 주인공이 됐다.1 고래의 조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명의 역사에서 크기가 경쟁력이 된 건 오랜 기원을 가진다. 6억~7억여 년 전, 환형동물이나 절지동물 같은 작은 동물들이 본격적으로 생겨날 때까지도 크기 경쟁은 흔치 않았다. 경쟁이 시작된 건, 이전 회(DBR 376호)에서 다뤘던 것처럼 눈이 출현하면서부터였다. 언급했던 것처럼 이전까지 생존은 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작정 이리저리 다니면서 먹이를 찾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면서 가야 할 곳, 그러니까 삶에 방향이 생겨났다. 운이 아니라 능력으로 살아가게 되면서 더 나은 능력자들이 더 잘살게 됐고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덩치가 커질수록 속도 또한 빨라지는 효과가 있어 5억 년 전 중반 캄브리아 대폭발 시절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생겨나는 가운데 덩치 큰 동물들 역시 대거 출현했다. 크기가 최대 2m까지 됐던 아노말로카리스가 대표적이다. 덩치 선호의 기원이 동물의 기원 근처까지 갈 정도로 뿌리가 깊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기 중 산소가 풍부한 시절이 되면 거의 모든 동물이 덩치 키우기에 매진한 듯한 패턴이 생명의 역사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경기가 호황이면 기업들이 더 커지려 하듯 생명체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들이 생겨나 거대한 숲을 이뤘던 덕분에 산소 비율이 30% 정도(현재는 21%)가 됐던 석탄기(3억6000만 년~2억9900만 년)가 특히 그런데, 이때는 곤충들까지 거대함을 추구했다. 날개를 펴면 1~2m나 됐던 잠자리의 조상 메가네우라(이 정도면 독수리만 한 크기다), 역시 최대 3m까지 자랐던 지네의 조상 아르트로플레우라, 그리고 지금은 너무나 작은 하루살이의 조상 역시 이때는 참새보다 큰 30㎝나 됐다. 모든 것이 거대한 시절이었다. 나무들 역시 20~30m나 솟아올랐다.

이후 산소 비율이 낮아지면서 거대한 시절 역시 저무는 듯했지만 2억5000만여 년 전 페름기 대멸종 후 나타난 공룡들이 이 거대함을 살렸다. 예를 들어, 쥐라기(약 2억 년~1억4300만 년 전) 후기를 누볐던 목과 꼬리가 긴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몸길이는 무려 25m, 목 길이만 9m였다. 도심을 달리는 시내버스의 길이가 11m이니 버스 두 대보다 더 긴 덩치였고 목의 길이는 기린의 목(약 2m)보다 4배가 훨씬 넘었다. 이들이 이런 긴 목과 거대한 덩치를 가질 수 있었던 건 가볍고도 강한 뼈 덕분이었는데 현재 화석으로 출토된 가장 큰 공룡 중인 아르젠티노사우루스는 35m의 길이에 무게는 75t이었다. 공룡들의 시대인 중생대(약 2억5000만 년 전~6500만 년 전)는 이렇듯 거대함의 시절이기도 했다.

이 거대한 덩치들은 65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인한 백악기 대멸종으로 사라졌지만 크기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2000종이 넘었다는 공룡들이 차지했던 생태 공간이 텅 빈 채 신생대가 시작되자 새로운 거대한 덩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억 년 가까운 중생대 내내 공룡 치하에서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포유류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덩치를 키웠다. 지금은 사라진, 신생대에 등장했던 거대 덩치들은 의외로 많다. 현재 육상동물 중 가장 큰 덩치를 가진 코끼리보다 두세 배나 컸던 매머드, 7t이나 됐던 거대한 하마(현재는 3, 4t), 길이가 2.5m였고 몸무게는 200㎏이 넘어 거의 곰만 했던 비버(현재는 20~40㎏), 몸길이 7m에 무게가 3t이나 됐던, 거의 코끼리와 비슷했던 땅늘보(현재 나무늘보는 2~9㎏), 거대한 낙타 티타노틸로푸스와 메가틸로푸스는 키가 6m에 기린처럼 목이 길었다.

그뿐인가? 뿔의 폭이 2m가 넘었던 들소도 있었고, 고릴라만큼 큰 개코원숭이, 말을 잡아먹을 정도로 컸던 무시무시했던 거대한 새들도 있었다.2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축에 드는 육상 포유류는 파라케라테리움이란 일종의 코뿔소였는데 몸길이는 9m, 어깨높이 7m, 두개골 길이는 1.5m가 넘었다. 몸무게는 15~20t이나 됐다. 이에 비하면 오늘날의 아프리카코끼리는 아주 왜소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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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만이 아니다. 우리 역시 지금도 신체는 물론 조직이나 건물 등 크기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 생명체들은 왜 이렇게 커지는 걸 선호할까?

생명의 역사 내내 이런 지향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앞에서 말한, 눈에 보이는 이유 외에도 확실한 이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커질수록 생기는 분명한 이득

19세기 미국의 고생물학자 에드워드 드링커 코프는 생명체들의 크기에 관한 추이를 관찰한 후 시간이 지날수록 한 계통에 있는 동물들이 점점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코프의 법칙’을 내놓았다. 코끼리가 커졌듯이 ‘어떤 무리의 동물에게는 특정한 방향으로 진화하려는 성질이 본래부터 갖춰져 있다’는 정향진화설(orthogenesis)이었다. 현대의 진화론은 이를 수용하지 않지만 길게 보면 우상향하는 그래프에는 눈여겨볼 만한 부분적인 진실이 들어 있다. 크기를 지향하는 강한 성향이 분명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3 여기서 강한 성향이란 생존의 이점을 의미하는데 어떤 이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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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을 키우면 무엇보다 ‘비용 절감’ 혜택이 상당하다. 쉽게 말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동물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작용, 그러니까 대사 과정은 체온을 기반으로 한다. 어느 정도 체온이 있어야 대사 과정이 활발해지기 때문인데 클수록 대체로 체온 유지가 쉬워진다. 작은 돌멩이는 빨리 데워지기도 하지만 빨리 식는 반면 커다란 바위는 반대로 데워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잘 식지 않는 것과 같다. 크기가 커질수록 공기와 접촉하는 면이 작아져 열이 빠져나가는 표면적 역시 줄어들기 때문이다.4 열만 덜 잃는 게 아니라 수분 역시 덜 빼앗겨 물 없는 상황을 오래 견딜 수 있다. 더 나아가 커다란 덩치가 창고 역할을 해서 먹이가 풍부할 때 더 많이 먹을 수 있고, 먹이가 없을 때 더 먼 거리를 먹지 않고 이동할 수도 있다. 생존 반경이 넓어지는 것이다.

기업 조직에서 비용 절감이 연쇄적으로 선순환을 만들어내듯 생체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크기가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더 적은 에너지로도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유류 중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 설치류(쥐)는 몸무게가 대체로 몇백 g 수준이다. 반면 가장 큰 육상동물인 코끼리는 보통 4t 정도 된다. 설치류의 몸무게가 400g이라면 코끼리와는 1만 배 차이다. 그렇다면 코끼리는 설치류보다 1만 배나 많은 먹이를 먹을까?

그럴 것 같지만 아니다. 1만 배의 75% 정도만 먹는다. 크기가 커지면서 에너지 효율이 좋아져 이 정도만 먹어도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몸집이 두 배면 먹는 것도 두 배일 것 같지만 75%만 먹어도 되는 까닭에 25%를 아낄 수 있다. 생물학자 막스 클라이버가 1932년에 발견한 이 ‘클라이버 법칙’은 고래와 쥐, 인간과 코끼리처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도 규칙적으로 나타난다. 각기 다른 생명체가 동일한 법칙으로 살아간다는 얘기다. 다르게 말하면 생명력 자체를 뜻하는 에너지 소비, 그러니까 대사율이 다른 요인이 아닌 오로지 크기(몸집)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고 커질수록 효율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25%라는 수치는 설치류에게 별거 아니지만 하루에 100㎏이 넘는 먹이를 먹는 코끼리에게는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1000원에서 250원은 사소하지만 1억 원짜리 자동차를 2500만 원 덜 주고 살 수 있다면 어떨까? 누구나 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클수록 대량 구매 등을 비롯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작은 벌새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면서 먹이를 구해야 살 수 있지만 덩치 큰 사자는 한번 배부르게 먹으면 3~4일은 쉴 수 있다. 작은 동물은 에너지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기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자주 고영양 먹이를 먹어야 하지만 덩치가 크면 클수록 더 적게 먹어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저영양 먹이로도 살 수 있기에 생존력이 높아진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CEO가 대기업 CEO보다 바쁜 이유와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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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오래 사는 이유

25%의 효율성은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덩치가 큰 동물은 몸을 이루는 세포의 크기도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코끼리는 쥐보다 1만 배나 크지만 몸을 이루는 세포의 크기는 비슷하다. 세포의 크기를 늘린 게 아니라 세포의 수를 1만 배 늘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끼리의 세포들은 쥐의 세포보다 일을 덜 해도 된다. 일을 덜 해도 되니 세포 손상률이 줄어들고, 손상이 주니 자연스럽게 수명은 늘어난다. 이론물리학자이자 ‘복잡계 과학’의 대부로 통하는 미국의 제프리 웨스트에 의하면 체중이 2배로 증가하면 수명이 평균 25% 정도 늘어나고 심장박동 수 속도는 동일한 비율로 줄어든다.5 설치류는 2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지만 코끼리는 70년 정도를 사는 이유 중 하나다.

덩치가 커져 체온의 변화폭이 작아지고, 이 덕분에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면 또 다른 이점이 생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몸속 온도가 높아지면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이 빨라진다. 쉽게 말해, 우리가 먹은 각종 영양성분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간이 빨라지는 건데 이러면 필요한 성분을 빨리 만들 수 있어 근육을 비롯한 신체를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가동시킬 수 있다. 온도가 낮은 추운 겨울에는 몸이 얼어 빨리 움직이기도 힘들고 작은 물건을 집기도 어렵지만 날이 따뜻하거나 몸을 따뜻하게 하면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집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급박하게 닥치는 위기나 기회가 생겼을 때 신속,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크기가 커지면 움직임만 빨라지는 게 아니라 힘도 커지고 속도 또한 어느 정도까지 빨라진다. 연구에 의하면 이런 장점들 덕분에 너무 길지 않은 기후변화가 닥칠 때 덩치가 작은 동물보다 큰 동물이 더 잘 이겨낸다.

이렇듯 얼핏 생각해도 엄청난 장점들이 단순히 크기에 따라 결정되니 웬만큼 불리한 상황이 아니면 생명체는 커지려 한다. 『크기의 과학』을 쓴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존 타일러 보너가 “크기야말로 모든 특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한 것도 이래서다. 무엇보다 덩치를 대폭 키워 최상층에 오른 생명체들은 이 덩치 덕분에 어느 정도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이런 삶의 여유가 덩치를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세에서 벗어난 유럽이 근대로 달려갈 때, 맨 앞에 섰던 네덜란드가 결국 영국에 패권을 내준 이유 중 하나가 나라의 크기였다. 비슷한 환경에서는 크기가 경쟁력인 까닭이다. 한때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렸던 나라 중 한국이 유독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물론 크다고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무엇보다 커지는 과정이 쉽지 않다. 우리 삶의 사춘기가 그렇고, 조직의 성장통이 그렇듯 부작용과 후유증도 크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 서광원 |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
    araseo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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