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부하직원 다루기

[강대리 팀장만들기] 요새 어린 것들 참 무섭네

강효석 | 18호 (2008년 10월 Issue 1)


지난번 신제품 가격전략 회의 때 15만 원 선에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이 과장님의 의견과 최소 50만 원은 받아야 한다는 내 의견 차이는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 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여 가격 결정을 위한 제반 요소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내 각 팀과 협력해 비슷한 상품군의 시장 점유 상황과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타깃 소비자의 규모와 제품 원가 인하 방안도 좀 더 찾아보기로 했다. 포커스그룹 인터뷰(FGI)도 다시 한 번 실시해 가격에 대한 얼리어댑터들의 의견도 구체적으로 들어보기로 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한 가지 문제가 생기고, 그것을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일이란 게 정말 쉽지가 않다는 것을 매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려고 하니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것도 많고 정신도 없다. 모든 것을 내가 다 관여해 일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FGI는 손대수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난번에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알아서 잘했으니 이 정도는 손대수가 잘하겠지?
 
며칠 동안 팀원 모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가 오랜만에 함께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팀장님께서 팀원들의 몸보신을 위해 특별히 삼계탕을 쏘기로 하셔서 오랜만에 화기애애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손대수와의 말다툼이 벌어질 줄이야.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선배로서 후배가 맡은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 시발점이었다.

“FGI
는 어떻게 됐어?”
곧 하려고요.”
언제?”
일정은 아직 안 잡았는데요.”
뭐야? 얘기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대로란 말이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혀서요.”
그래서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던 거야? 모르면 모른다고 진작 얘기했어야지!”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여쭤봤잖아요. 누군 태어날 때부터 다 알고 태어나느냐고 알아서 하라고 하실 땐 언제고!”
“(내가 그랬었나?) 이게 선배 알기를 뭐로 알고 어디다 대고 말대꾸야? 넌 어째 일을 시키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니?”
말씀이 좀 지나치신 것 아니에요? 네,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그 전에 선배한테 대드는 버릇이나 먼저 고쳐!”
어허, 강 대리. 다른 직원들도 있는데 그만하고, 손대수는 사무실 들어가면 내 자리로 자료 갖고 와. 내가 알려 줄 테니까.”
 
결국 이 과장님이 중재하여 그날의 싸움은 일단락되었다. 시키는 것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선배한테 말대답 꼬박꼬박 하는 것을 보면 요새 어린 것들 참 무섭다. 내가 저 나이 때에는 안 그랬는데….
 
그리고 며칠 뒤 이 과장님이 부르셔서 가보니 이 과장님은 깔끔하게 정리된 FGI 보고서를 들고 계셨다. 

“FGI
결과 공격적인 소비자들은 최대 30만 원 선의 가격까지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나왔어. 그런데 기존의 조명 기기나 집중력 강화 제품과 비교했을 때 고도의 기술력이나 프리미엄적인 특성에 대한 만족도는 별로 높은 것 같지 않거든. 고가 정책을 썼을 때는 오히려 가격 저항이 심해질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저, 그런데… 그 보고서는 뭔가요?”
이거? 손대수가 정리한 FGI 보고서잖아. 안 받았어?”

헉. 손대수 이 자식, 나한테 한소리 들었다고 나를 건너뛰고 바로 과장님한테 보고한 거야? 이게 어디서 위아래도 없이 제 멋대로야! 아
뒷골이야.
  • 강효석 강효석 | - (현) 골프존 상무
    - (현) 네이버 블로그 'MBA에서 못 다한 배움 이야기' 운영자
    - 삼성에버랜드 신사업추진팀
    - 삼성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 환경R&D센터 사업기획팀
    truefan@naver.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