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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너를 예술가로 인정해야 할까?

281호 (2019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는 인공지능 예술가가 등장하면서 예술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믿음이 처참히 무너지고 있다. 앞으로 인간의 역할은 작품의 창작이 아니라 기계의 인공신경망에 무엇을 학습할지 결정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구글의 딥드림, 트위터의 딥포저,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 페이스북의 CAN 등 수많은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기술의 진화에 한계가 없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고전 미술의 화풍과 표면 질감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은 물론, 기존 화풍을 거부하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이미지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모방과 창조가 모두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인공지능을 단순 업무 보조 도구로 남겨둬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창작자로 인정해야 할지 인간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최근 들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문화예술 분야에서 기계나 로봇 알고리즘에 의한 유사 창작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고흐나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비틀스 스타일의 음악을 작곡하는 인공지능(AI) 예술가도 등장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함께 예술 창작의 주체로 떠오른 것이다. 이렇게 사고력, 판단력, 학습 능력까지 갖춘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과연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가’ 또는 ‘예술 창작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믿어왔던 예술에서도 기존의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기계가 만든 예술과 인간이 만든 예술을 명확히 구분하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인간 예술가들은 그림에서 손을 떼야 하는 걸까?



인공지능이 그리는 몽환적인 추상화, 딥드림

오늘날 대표적인 인공지능 화가로는 구글이 탄생시킨 ‘딥드림(Deep Dream)’이 있다. 구글의 딥드림은 인간의 뇌에서 정보를 보내는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 신경망(neural network)’을 통해 수많은 이미지를 인식 및 저장하고, 이 이미지의 특징들을 추출해 시각화 1 한다. 그 결과물이 마치 꿈을 꾸는 듯 추상적이라고 해서 ‘딥드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인공지능 화가는 똑같은 형태가 패턴을 이루면서 끝없이 되풀이되는 ‘프랙탈(fractal)’ 구조를 활용해 그림을 그린다. 2 그리고 예술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지금까지 딥드림이 그린 작품 29점은 2016년 2월 샌프란시스코 미술 경매에서 총 9만7000달러(한화로 약 1억1000만 원)에 모두 팔렸다.

그렇다면 구글 딥드림은 과연 어떤 원리로 만들어진 걸까? 인공지능에 새의 이미지(그림1 맨 왼쪽)를 입력하면, 알고리즘을 거쳐 새로운 이미지(그림1 가운데, 오른쪽)가 나온다. 이 과정을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알고리즘은 먼저 이미지 속에 담긴 요소를 하나하나 쪼갠다. 그다음 어떤 물체인지 인식하기 위한 특정 패턴을 찾는다. 그다음 이미 알고 있는 패턴을 적용해 자신이 인식한 대로 결과가 나타나도록 이미지를 조작하고 왜곡한다. 이런 식의 변형은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을 거치면 기존의 단조로웠던 새의 이미지는 빈 공간을 원과 선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패턴의 이미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3



이 같은 인공지능 나름의 판단 과정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4 딥러닝이란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생각하는 원리를 모방해 수백만 개의 연습 샘플을 바탕으로 인공신경망을 훈련하고 사물을 분별할 수 있도록 만든다. 수많은 데이터에서 스스로 패턴을 발견하고 구분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5 인공지능은 이 과정을 통해 일상에서 보이는 모든 대상을 색채감 있고 추상적인 예술로 바꿔준다. 딥드림 소스 코드는 공개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알고리즘에 접근해 이미지를 생성할 수도 있다.



예술가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하다, 딥포저

딥드림의 원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도 있다. 바로 딥드림에서 이미지의 ‘질감’을 인식하도록 학습한 트위터의 ‘딥포저(Deep Forger)’다. 이 인공지능은 기존 이미지의 내용은 그대로 보존한 채 이미지의 질감만 변형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도록 알고리즘을 적용한다. 딥드림과 마찬가지로 신경망(Neural Networks)을 학습해 일반 사진을 예술가의 화풍으로 출력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트위터는 딥포저를 활용해 사용자가 사진을 올리면 피카소와 고흐 등 유명 화가의 화풍으로 변형시켜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게임 개발자 알렉스 샴팬다드(Alex J. Champandard)가 설계한 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단순 입출력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반복 학습 과정을 거쳐 이런 결과물을 선보인다.



이에 따라 누구든지 트위터상에서 사진을 @DeepForger 계정에 보내면 대기 순번에 따라 AI봇이 멋진 예술적 붓 터치로 변용한 자화상이나 풍경화를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6 태그와 명령어를 이용하면 보다 세련되고 정교한 결과를 받아 볼 수 있다. 특별한 명령어와 키워드를 사용하면 사진을 재해석해 새로운 추상화를 그리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sketch(스케치)’ 또는 ‘abstract(추상화)’ 같은 단어에 ‘Picasso(피카소풍으로)’, 또는 ‘Gogh(고흐풍으로)’같이 취향에 따른 그림을 요청할 수도 있는 것이다.

렘브란트의 부활, 넥스트 렘브란트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라는 AI 예술가는 네덜란드의 광고 회사 월터 톰슨(J. Walter Thompson)이 기획하고 ING, 마이크로소프트사 등이 공동으로 2년간 협업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연구진은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Rembrandt Van Rijn)의 작품 346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를 딥러닝 기법으로 학습시켰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연구진이 3D 스캐너를 이용해 물감이 만들어내는 요철까지 모두 데이터화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림 표면의 질감까지 완벽한 재현이 가능하다. 당시 개발팀은 학습을 마친 인공지능에 ‘모자를 쓰고 하얀 깃 장식과 검은색 옷을 착용한 30∼40대 백인 남성’을 렘브란트의 화풍으로 그리라고 명령했다. 이 같은 명령에 따라 3D프린터가 인쇄한 이 그림은 유화의 질감과 물감의 두께까지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했다. 출력된 최종 결과물은 1억48000만 픽셀 이상의 13개의 레이어로 구성된 작품으로 탄생했다.



새로운 스타일의 창작물 제시, CAN

일반적인 창작은 많은 예술 작품을 보고 따라 그려보는 데서 시작한다. 예술적 창조에 대해 연구한 미국의 신경심리학 교수 콜린 마틴데일(Colin Martindale)은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먼저, 인상주의, 입체파 등 기존에 존재하는 화풍들의 분류에 해당하는 것이 없어야 한다. 그다음으로 우리가 예술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페이스북의 AI팀은 이러한 이론에 착안해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CAN(Creative Adversarial Networks)’을 제안했다.

CAN은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을 기반으로 한 인공신경망 구조로 기존에 존재하는 그림들과 각 그림의 스타일 분류 정보를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다. 7

이 기술은 임의의 벡터로부터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기존 화풍을 학습하고, 이와는 구별되는 예술 스타일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페이스북의 CAN은 1119명의 화가가 그린 8만1449개 작품을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CAN은 다른 작품이 사용한 기법, 스타일 등을 똑같이 모방하지 않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이에 따라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낀 방식을 사용하고, 다른 어떤 유파에도 속하지 않은 독특한 그림을 그려 낸다. 페이스북 AI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던아트 그림과 인공지능이 생성한 그림을 구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아직 걸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기존 작가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창작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미술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 그림에 대한 가치 평가

지난해 10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인공지능이 창작한 그림이 사상 처음으로 경매에 나왔다. 이 그림은 고가에 낙찰돼 예술계를 놀라게 했다. 프랑스의 연구자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화가 ‘오비어스’가 그린 ‘에드몽 드 벨라미’란 제목의 초상화가 43만2500달러(한화 약 5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는 애초 1만 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던 낙찰가를 40배 넘어선 가격이었다. 오비어스는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서양화 1만5000여 작품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그 이미지를 분석해 초상화 구성요소를 학습한 뒤 작품을 창작했다.

이렇듯 인공지능의 미술 작품 창작 활동은 기존 미술품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인공지능 기술이 업그레이드될 경우 머지않아 기존의 작품보다 더 뛰어난 창작물을 만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기계에 예술 생산을 위임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은 분명하다. 인간 예술가들이 만들어내지 못했던 새로운 예술 형식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무한대의 실험을 해볼 수 있고, 기존 예술가들이 창작의 고통을 겪을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창작물을 인간의 예술작품과 동등하게 평가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과연 인공지능이 화가들이 귀중한 가치로 삼고 있는 영감(inspiration)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기계가 만든 이미지가 과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와 더불어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이를 둘러싼 저작권 논란도 유발하고 있다. 사람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창작물을 만들 경우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물을 만들 경우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나 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한다면 관련 법 체제를 마련하는 등 이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진행돼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프로그래밍하고 사람과 같은 자의식을 갖는 단계로 발전한다면 인류와 기계가 생존을 건 투쟁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보고, 공존을 위한 안전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과 예술의 미래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인공지능의 출현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고, 이런 시대에 ‘과연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 질문의 답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예술 감상’의 영역이다. 인간이 보기에 기계가 그린 그림이 피카소의 그림보다 더 아름답더라도 이런 감상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기계 입장에서는 인간이 왜 특정한 그림의 형식에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지 의아할 것이다. 이 때문에 기계에 의식이 생기기 전까지 기계는 어디까지나 도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여전히 인공지능은 단순 반복 작업을 돕는 도구일 뿐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현주소를 보면 미래의 인간 예술가가 어떤 일을 담당하게 될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아마도 인간 예술가들은 직접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인공신경망에 무엇을 학습하면 좋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것이다. 기계가 만든 창조물은 학습된 결과물이기 때문에 인간 예술가의 창조성이 더욱 부각되고 적나라하게 드러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재료를 찾아내거나 결과물을 엉뚱한 곳에 응용하면서 이를 창의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생산의 역할은 계속해서 기계에 위임될 것이고 가면 갈수록 인간의 역할은 ‘선택자’가 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그동안 우리가 선택한 것들의 합이다. 대량 생산된 변기가 예술품이 된 것도, 무엇을 그렸는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이 예술품이 된 것도 모두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그것을 예술이라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모든 선택이 모여 오늘날의 예술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처럼 인간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계 또한 현재 선택들의 합으로 구성될 것이다. 기계가 만든 작품도 예술로 인정할 것인지, 인간 예술가는 기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모두 우리들의 선택에 달렸다.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 선택의 합으로 만들어지게 될 예술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참고문헌
1. CAN: Creative Adversarial Networks Generating “Art” by Learning About Styles and Deviating from Style Norms, 2017.
2. 미술세계 美術世界 4월 호, VOL.377 미술생존을 위한 발언들, 2015.
3. 마쓰오 유타카, 인공지능과 딥러닝, MID 엠아이디, 2015.
4. 이재박, 다빈치가 된 알고리즘, 동아엠앤비, 2018.



필자소개 고해정 오픈갤러리 큐레이터 haejung.ko@opengalle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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