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애자일 전환의 고통

259호 (2018년 10월 Issue 2)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되는 핵심 역량을 선뜻 공개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요타는 다릅니다. 실제 일본에서 도요타 관계자로부터 도요타생산방식(TPS)을 직접 배우고 온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도요타의 ‘선의(善意)’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한 경영 전문가는 도요타의 관행이 선의가 아니라고 분석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TPS 같은 새로운 경영 프랙티스를 도입하면 초기에 비용이 올라갑니다. 기존 관행과 맞지 않기 때문에 적응하기까지 많은 자원이 투입됩니다. 특히 TPS처럼 마인드의 변화를 수반하는 프랙티스의 경우 조직 내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10년 넘게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조직에서 이를 참아내지 못합니다. 단기간에 비용만 상승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급한 마음에 다른 경영 프랙티스로 갈아타곤 합니다. 결국,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비용이 늘어나고 조직의 경쟁력은 떨어집니다. 애초 도요타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적극적인 TPS 공개는 잠재 경쟁자들의 비용 상승만 가져올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도요타 입장에서 전혀 손해 볼 일이 아니라는 소위 ‘빅픽처’식 분석입니다.

이런 견해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견해 속에 경영 프랙티스 도입과 관련한 중요한 시사점이 들어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실제 많은 기업은 경영 프랙티스의 근본 취지와 작동 원리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결과물(제도, 운용 방식, 프로세스 등)에 더 큰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겉으로 드러난 프로세스만 도입하며 단기 성과를 기대합니다. 과거 마인드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 조직에 부담만 가중됩니다. 많은 경영 프랙티스가 유행처럼 퍼졌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이유입니다.

최근 경영계의 최대 관심사는 애자일(agile) 기법입니다. DBR은 이미 209호(2016년 9월2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애자일 전략의 개념과 사례, 도입 방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스타트업과 대기업들 사이에서 애자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현장의 니즈를 반영해 DBR은 이번 호에 애자일 확산에 초점을 맞춰 스페셜 리포트를 제작했습니다. 함정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프랙티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리포트 가운데 명함 관리 앱 리멤버로 유명한 드라마앤컴퍼니의 애자일 도입기가 흥미롭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위계적 조직문화에서 자유로운 상황이지만 2013년 창업 이후 기업 여건과 경영상 도전 과제에 부합하는 애자일 모델을 찾기 위해 5차례나 변신을 시도했다는 점이 큰 교훈을 줍니다. 스크럼, 칸반 등 애자일을 대표하는 기법을 단순히 따라 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위계적 구조를 갖춘 대기업 삼성SDS가 현명하게 애자일을 확산한 사례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제안으로 도입된 이후 경영진의 적극적인 관심과 인력 지원 등에 힘입어 다양한 영역으로 애자일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애자일에 적합한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성과 평가와 예산 계획 등 운영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야구에서 타자가 자세를 바꿀 때 큰 고통과 위험을 수반합니다. 새로운 프랙티스 도입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애자일은 조직원의 마인드를 변화시켜야 하는 지난한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변화에 따르는 고통과 위험을 현명하게 관리해 ▲시장의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조직과 예산, 전략을 수정하고 ▲누구나 마음속 이야기를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며 ▲조직원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하고 타인과 협력하는 ‘애자일 마인드’를 확산하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