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네트워크 이론 종합

단순한 얽힘 아닌 효율적인 연결
관계 중심 사고로 전환하는 게 경쟁력

255호 (2018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과거 사회과학에서는 개별 주체들의 속성을 연구하면 행동이나 성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런 속성 중심 접근법은 개별 주체의 ‘연결 관계’가 미치는 구조적인 영향을 설명할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연결 패턴에 초점을 맞춘 관계적 접근법, 즉 네트워크 관점이 등장했다.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한 주체는 압도적 성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전략은 목표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복수의 집단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전략을 취하면 새로운 학습과 혁신에 유리하다. 실리콘밸리나 메디치가문은 여러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혁신에 성공했다. 반면 강력한 자원 동원과 실행이 필요하다면 신뢰와 강한 응집력을 확보하기 위한 네트워크 전략이 필요하다. 도요타는 부품 이름만 알려주면 납품업체가 가격 협상이나 계약서 작성 없이 바로 물건을 보내줄 만큼 강한 응집력을 가진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 기술과 상품 혁신의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비결은 무엇일까? 도요타의 JIT과 유연생산시스템이 20세기 초 포드가 주도했던 대량생산을 추월할 수 있었던 기반은 무엇일까? 에밀리아와 로마냐 등을 중심으로 한 제3 이탈리아 지역 경제가 대기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막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 미술, 문학, 무용 등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 예술사를 주도한 혁신들은 왜 15세기 피렌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파리, 20세기 중후반 이후 뉴욕 등 거의 유사한 시기에, 유사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등장할까? 보잘것없었던 상인집안 메디치가문이 300년 가까이 유럽을 지배하며 근대 서구사회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기반은 무엇일까? 최근 K팝의 막강한 글로벌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답은 모두 네트워크다.

21세기는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시대
기업 경영은 물론 사회문화, 정치경제, 과학기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21세기 초 글로벌 공동체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화두는 단연 네트워크, 즉 연결관계망이다. 21세기형 기업을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부르는 것은 이제 별로 낯설지 않다. 21세기형 기업경영의 최첨단 트렌드인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투과성 조직경계(permeable boundary), 제휴자본주의(alliance capitalism), 관계기반 경쟁우위(relational advantage), 지역기반 경쟁우위(regional advantage), 생태계 경쟁(eco-system competition), 플랫폼 리더십(platform leadership) 등은 모두 네트워크 개념을 바탕에 두고 있다. 페이스북을 필두로 거대한 글로벌 사업 분야로 대두한 SNS는 ‘사회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로 아예 네트워크를 직접 비즈니스화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도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통해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단숨에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초연결(hyper connectivity)’이라는 극단적으로 효율적인 네트워크다. 인문사회계와 이공계를 막론하고 지식과 학문의 세계에서도 네트워크가 21세기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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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네트워크 관점의 핵심 개념과 이론들을 이미 1960년대와 70년대에 체계화해서 정립한 것은 바로 필자가 전공한 조직이론이다. 21세기가 막 시작된 2000년대 초 한국을 대표하는 한 물리학자는 필자에게 물리학 학술 세미나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직이론을 중심으로 경영학과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 정치학 등 사회과학을 주로 공부해온 필자와 자연과학계를 대표하는 물리학자들이 도대체 무슨 세미나를 같이할 수 있을지 의아해서 가보기로 했다. 30대 중후반의 저명 물리학자 20여 명과 함께 필자와 가까운 경영학자와 사회학자 대여섯 명이 와 있었는데 이들을 보는 순간 즉시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물리학자들이 필자를 비롯한 사회과학자들과 토론하고 싶었던 주제는 네트워크였고 그날 모인 사회과학자들은 모두 경영학이나 사회학에서 네트워크를 연구해온 학자들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물리학의 최첨단 주제인 복잡계이론(complexity theory)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사람이나 사물들 간 연결관계망인 네트워크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미 1960년대에 조직이론과 사회학에서 네트워크를 깊이 연구해왔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그 무렵부터 물리학자들은 네트워크 관점을 물리와 자연현상에 적극 적용하며 물리학의 지평을 넓혔고 이제는 생물학이나 공학, 경제학 등에도 네트워크 연구가 확산됐다. 대표적 결과가 복잡계 물리학의 거장 바라바시(A.L. Barabasi)가 2002년에 출간한 『링크(The 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다. 이 책을 보면 그라노베터(M. Granovetter), 프리먼(L. Freeman), 밀그램(S. Milgram) 등의 연구가 집중적으로 인용되는데 이들 모두 필자처럼 네트워크를 연구한 사회과학자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관점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며, 어떻게 발전해왔고, 네트워크 관점에서 생각하면 기업 경영은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까.

네트워크 관점이란 무엇인가?
네트워크란 경영 현상이나 사회 현상, 경제 현상, 정치 현상, 물리 현상을 막론하고 어떤 대상을 구성단위들 간 연결 관계에 초점을 맞춰 파악하는 접근법을 말한다. 이때 각 구성단위는 ‘노드(node)’로 부르며 이 노드들 간 연결을 ‘타이(tie)’로 부른다. 즉 네트워크는 복수의 노드들과 이들 간 타이들로 관심 대상의 구조를 파악하는 단순한 접근법이다.

예를 들면, 각 개인을 노드로 보고 이들 간의 친소 관계 타이에 초점을 맞추면 ‘대인관계 네트워크(interpersonal network)’가 되고, 각 기업을 노드로 보고 이들 간 협력관계 타이를 분석하면 ‘기업 간 제휴 네트워크(interfirm alliance network)’가 된다. 노드를 각 컴퓨터로 보고 이들 간 연결 관계를 분석하면 컴퓨터 네트워크가 되며, 컴퓨터 네트워크들 간 글로벌 연결 관계 타이를 분석하면 ‘네트워크들 간 네트워크(inter-networks network)’, 즉 ‘인터넷’이 된다. 네트워크는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구성단위와 이들 간 연결 관계로 파악할 수만 있으면 그 적용 범위가 무한대에 가깝다. 네트워크를 전공한 물리학자들이 뇌과학을 연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연구자들은 신경세포를 노드로 보고 이들 간 연결 관계를 네트워크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사회 현상이나 자연 현상을 네트워크 관점에서 접근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각 노드, 즉 구성단위는 내용물, 즉 자원이나 정보, 특성, 자질 등 독특한 속성(attributes)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을 노드로 보면 각자는 지식, 자원, 역량, 가치관 등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기업을 노드로 보면 정보, 기술, 노하우, 핵심 역량, 자본, 조직 시스템 등의 속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A라는 사람이 B라는 다른 사람과 연결 관계, 즉 네트워크 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B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이 네트워크 타이를 통해 A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A의 행동이나 성과, 경쟁력을 A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속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반드시 네트워크 타이를 통해 B로부터 유입된 것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설사 A가 개인적으로 가진 속성들이 적거나 약하더라도 B와의 네트워크 관계를 기반으로 높은 성과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관계 기반 경쟁 우위다.

네트워크 관점은 어디에서 왔나?
20세기 현대 산업사회와 함께 발전해온 기존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에서는 개별 구성단위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더 세밀하게 이해할수록 그 대상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계속해서 구성단위를 작게 쪼개기 시작했다. 즉 자연과학에서 물체를 그 구성단위인 분자로, 그리고 분자를 원자로 쪼개는 식이었다. 사회과학에서 이런 자연과학적 접근의 영향을 받아 경제학을 필두로 사회를 이해하려면 그 구성단위인 개인을 이해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이 유행했는데, 이런 접근은 전체 시스템을 미시적 구성단위로 환원한다는 의미에서 ‘환원주의(reductionism)’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적의 경제 시스템은 개별 경제행위자가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때 달성된다고 보는 경제학의 합리적 선택 모형이 대표적 예다. 이런 전통적 접근법을 개별 노드의 속성(attribute)들로 각 노드의 행동이나 성과를 설명한다는 의미에서 ‘속성중심 접근법(attributive approach)’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 속성 중심 접근법은 실제 설명력과 예측력에서 심각한 한계를 가졌는데 그 이유는 노드 간 연결 관계가 미치는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영향력을 간과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반성으로 하위 구성단위로 쪼개는 전통적 접근에서 근본적으로 탈피해 이들 간 연결 관계 패턴에 초점을 맞추는 ‘관계적 접근(relational approach)’이 1960년대에 조직이론가들을 중심으로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네트워크 관점이다. 연결 관계의 패턴은 곧 구조를 말하므로 네트워크 관점은 대표적인 ‘구조주의적 접근(structural approach)’이기도 하다.

사회 현상에 대한 이런 관계적 접근법의 단초는 19세기 말 독일의 사회학자 짐멜(G. Simmel)에게서 발견된다. 네트워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짐멜은 사회의 가장 원초적 구성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3자 간 관계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 후 1930년대의 사회심리학자인 모레노(J.L. Moreno)가 집단 구성원들 간 응집력을 평가하기 위해 오늘날 네트워크 분석과 유사한 소시오메트리(sociometry)를 제안했고, 1940년대와 50년대에 반즈(J.A. Barnes), 미첼(J.C. Mitchell), 네이들(C.F. Nadel) 등 영국의 구조주의 인류학자들이 아프리카 등지에서의 친족네트워크(kinship network)를 연구하면서 네트워크 형태의 그래프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의 네트워크 관점이 정립된 결정적 계기는 1960년대와 70년대에 현대 조직이론의 대표적 거장인 사회학자 화이트(H.C. White)와 그 제자들에 의한 일련의 연구였다.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에서 그라노베터(M. Granovetter), 디마지오(P.J. DiMaggio), 라우만(E. Laumann), 부어만(S. Boorman), 브라이거(R. Breiger), 웰만(B. Wellman), 칼리(K. Carley), 유심(M. Useem), 슈워츠(M. Schwartz), 라크만(R. Lachmann), 그리스월드(W. Griswold) 등 기라성 같은 조직이론과 네트워크의 대가들을 길러낸 화이트는 1960년대부터 네트워크 관점에서 조직과 사회, 경제,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획기적 연구들을 진행했다. 즉 기존에 속성중심적 관점이나 문화적 관점에서 설명됐던 광범위한 사회 현상을 네트워크라는 연결 관계 구조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재해석하는 획기적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다. 화이트와 그 제자들 이외에도 또 다른 거장 사회학자인 콜만(J. Coleman), 사회심리학자 밀그램 등이 1960∼1970년대에 각자 독창적인 네트워크 연구를 시작했고,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버트(R. Burt), 프리먼, 보나치치(P. Bonacich), 포돌니(J. Podolny) 등이 가세해 네트워크 관점은 조직이론과 사회학의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로 정착됐다.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사회적 자본
그렇다면 과연 네트워크는 학문 연구의 영역을 넘어서 실세계에서도 기업이나 개인의 성과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네트워크가 가지는 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준 최초의 연구 중 하나는 권위에 대한 순응이론으로 잘 알려진 예일대의 거장 사회심리학자 밀그램이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집중적으로 연구한 ‘작은 세상 네트워크(small world network)’다. 밀그램은 미국과 같이 거대한 국토에 인구가 광범위하게 흩어져 살고, 또한 이민자들과 그 후손들로 구성된 국가에서는 사회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반적 고정관념이 정확한지 여부를 네트워크 관점에서 연구하는 획기적 시도를 했다. 그는 미국 대륙의 동서부에 살고, 서로 만난 적도 없고, 앞으로 만날 가능성도 없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선발해 우편물을 공식 우편 시스템을 통하지 말고 지인들에게 부탁해 손에서 손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해보라고 요청했다. 거의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 달리 대부분이 성공적으로 전달됐는데 6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만 매개자로 개입되면 거의 대부분의 미국 인구가 서로 연결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이 현상을 ‘6단계의 분리(six degrees of separ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네트워크의 원리와 힘을 알기만 하면 미국과 같이 넓고 거대한 나라도 결국은 ‘작은 세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사회학자가 밀그램과 유사한 연구를 시도해봤는데 미국보다 훨씬 짧은 3단계만에 거의 대부분이 연결됐다.

따라서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압도적 성과와 경쟁력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네트워크가 개인이나 기업에 자금과 같은 경제적 자본(economic capital)이나 지식기술과 같은 인적자본(human capital) 못지않은 중요한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다른 노드들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즉, 각 개인이나 기업은 누구와 어떻게 연결돼 있으며 전체 네트워크 구조에서 어떤 위치에 자리매김하고 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사회적 자본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네트워크가 바람직할까?

혁신과 학습, 권력을 위한 전략적 네트워킹
네트워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서로 정반대의 네트워킹전략을 요구한다. 즉, 특정 전략이 항상 바람직한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사고는 네트워킹에서도 부정확할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접근법이다.

네트워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유형의 경쟁우위는 혁신과 학습, 권력이다. 사회과학뿐 아니라 물리학 등 자연과학계에도 널리 알려진 그라노베터의 ‘약한 타이의 강점(strength of weak tie)’이나 버트의 ‘구조적 틈새(structural hole)’, 다양한 네트워크 ‘중심성(centrality)’ 지표들은 네트워크가 어떻게 혁신과 학습, 권력에 기여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모형이 바로 그라노베터의 ‘약한 타이의 강점’이다. 네트워크는 친밀하고 응집력 있으며 신뢰에 기반한 끈끈하고 강한 타이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1973년에 출간된 논문에서 그라노베터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다. 약한 타이가 오히려 강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라노베터는 1970년대 초에 미국 취직 메커니즘을 연구했는데 미국도 다수의 구직자가 시장 메커니즘보다는 지인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소개를 받아 직장을 구한다는 게 밝혀졌다. 그렇다면 어떤 네트워크가 취직에 도움이 될까? 상식적으로 직장을 구해준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일생에 매우 중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가까운 친지와 같이 구직자와 자주 접촉하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진 ‘강한 타이(strong tie)’를 통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강한 타이를 가진 가까운 친지들은 직장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은 강하나 실제로 직장을 구해줄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왜냐하면 강한 타이를 통해 자주 접촉하다 보면 서로가 가진 정보가 유사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즉 강한 타이를 가진 친지가 보유한 새로운 직장에 대한 정보는 구직자도 이미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강한 타이는 서로 연결된 노드 간에 정보의 중복을 초래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신이 개인적으로 가진 정보만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기 정보와 중복성이 낮은 정보를 가진 노드와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서로 접촉 빈도가 낮은 약한 타이 중심의 네트워킹으로만 가능하다. 따라서 구직뿐 아니라 혁신이나 학습 등 참신하고 새로운 정보가 필요할 때는 약한 타이가 강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라노베터의 약한 타이 이론을 전체 네트워크의 구조에 초점을 맞춰 명확하게 재정립한 것이 바로 버트의 ‘구조적 틈새’ 이론이다. 버트는 타이의 강약이 문제가 아니라 강한 타이들로 연결된 응집력 강한 집단인 파당들(cliques) 간에 연결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서 서로 분리돼 있는 구조적 틈새가 존재하는 경우 이들 복수의 파당을 연결하는 유일한 구조적 위치를 점유하는 노드는 혁신과 권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혁신과 학습을 통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서로 연결되지 않았던 다양하고 이질적인 정보와 역량을 가진 파당들을 연결하는 구조적 틈새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파당들 간의 구조적 틈새를 서로 연결하는 유일한 위치를 점유하는 이들은 매개와 중재를 통해 강력한 권력도 가지게 된다.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전공과 배경, 기술 분야, 사업영역 등이 서로 다른 다양한 전문가들과 기업들이 개방적으로 접촉하고 연결되는 독특한 네트워크구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 문화예술사를 바꾼 결정적 시기의 피렌체, 파리, 뉴욕의 공통점은 분야와 장르, 출신국가 등이 서로 다른 예술가들이 경계를 넘어 활발하게 교류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의 경쟁력도 음악가, 음반사, 팬층 등이 서로 완전히 달랐던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참신하게 연결했을 뿐 아니라 작곡과 작사, 공연, 제작, 안무 등을 국내에서 모두 담당하지 않고 전 세계의 다양한 집단들을 총동원해서 연결했기 때문이다. 또한 메디치가문이 유럽의 지배자가 된 것은 중세 봉건사회의 쇠퇴와 함께 사회가 서로 갈등하는 귀족, 교회, 상인, 농민, 지식인, 장인 등으로 파편화됐을 때 이들을 서로 연결 조정하고 교류시킬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공격적 수직계열화를 통해 모든 것을 기업 내부에 보유하려고 시도하던 20세기적 트렌드와 정반대로, 현재 전 세계 선도기업들이 과감하게 기업 경계를 허물고,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며, 플랫폼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바로 약한 타이와 구조적 틈새를 활용해 서로 분리돼 있던 다양하고 참신한 정보와 지식, 역량들을 연결하려는 네트워킹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한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은 서로 분리돼 있던 기술, 자본, 경영 역량, 시장 등을 서로 연결해줘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약한 타이와 구조적 틈새 전략을 실천하는 네트워킹의 리더들이다.

신뢰와 응집력, 효율성의 네트워킹 전략
그렇다면 우리에게 친숙하던 신뢰에 기반한 강한 타이로 연결된 끈끈한 네트워크는 아무런 가치창출을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비록 강한 타이가 혁신과 학습에는 약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다른 기여를 한다. 바로 신뢰와 응집력의 네트워크다. 서로 긴밀하고 빈번하게 접촉하는 강한 타이로 연결된 집단은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과 친밀한 관계이므로 기회주의적 배신이 없고 서로 믿고 신뢰하며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그라노베터의 네트워크 ‘배태(embeddedness)’나 콜만의 ‘네트워크 완결성(network closure)’ 등은 바로 이런 강한 타이로 연결된 집단인 파당(clique)의 장점을 강조한다. 약한 타이로 연결된 양자 간 거래에서는 한편이 기회주의적으로 배신을 해도 당사자로부터만 보복을 받게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강한 타이로 연결된 집단에서는 한 사람이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게 되면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으로부터 응징받기 때문에 배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강한 타이와 배태, 네트워크 완결성, 파당 등은 바로 이런 신뢰와 응집력의 네트워크 전략을 지칭한다.

이런 네트워킹 전략에서 나오는 신뢰와 응집력은 중요한 경쟁우위를 제공하는데 바로 신속한 자원 동원과 효율적 상호작용이다. 잠재적 위험이 큰 자원의 동원이 필요한 경우 약한 타이나 구조적 틈새 전략으로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반드시 서로에게 깊은 신뢰를 가진 응집력 강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생사를 같이하는 정치적 결사체들을 보면 대부분 학연, 지연, 혈연 등이 2중, 3중으로 얽힌 강한 타이로 연결된 파당들이다. 또한 강한 타이로 배태된 집단들 간 상호작용은 서로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 배신에 대한 방어나 경계가 필요 없으므로 극도로 효율적이고 신속하다.

대표적 예가 바로 도요타의 납품 네트워크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대표적 제도인 ‘즉시생산조달(Just In Time, JIT)’ 시스템은 도요타의 독특한 납품업체 네트워크에서 나오는 강력한 상호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촌각을 다투는 시장 경쟁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JIT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도요타는 납품업체들의 생산설비를 도요타 조립공장 옆에 건설하게 하고,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흥정이나 납품계약서 작성 없이 서로 믿고 거래한다. JIT의 일본 원어인 ‘간판’시스템의 유래를 보면 상호 신뢰가 얼마나 강하게 작용했는지 알 수 있다. JIT 시스템 도입 초기에 도요타가 특정 부품이 급히 필요하면 단순히 빈 수레에 필요한 부품의 명칭을 적은 간판을 부착해서 구내 철로로 보내면 납품업체는 가격이나 수량, 기간 등의 흥정 없이 즉시 신속하게 그 부품을 채워서 보내줬다. 여기서 간판 시스템이란 말이 나왔다. 만약 상호 신뢰가 없다면 기회주의적 배신과 법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은 정착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요타는 극도로 강한 신뢰와 응집력을 가진 납품업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전통적으로 1차 납품업체도 매년 가격 경쟁을 통해 2, 3년마다 교체하던 서구의 자동차업체들과 달리 도요타는 소수의 납품업체와 최소한 10년이 넘는 장기 협력관계를 유지했고, 이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지원해줬으며, 도요타의 엔지니어들을 납품업체에 파견해 이들의 기술역량 발전을 적극적으로 돕는 강한 타이 네트워킹 전략을 사용했다. 그 결과 도요타는 극도로 효율적이고 유연한 납품업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계 자동차업계를 선도했다.

대기업 없이도 이탈리아 전체 평균의 3배가 넘는 소득 수준과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에밀리아나 로마냐 지역의 제3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같은 지역에서 오랜 기간 같이 생활하며 지연과 혈연으로 끈끈하게 연결된 작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브랜드와 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 채널을 공유하며 세계적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있다. 그 힘은 바로 상호신뢰에 기반한 강한 타이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퍼로(C. Perrow)는 이런 제3 이탈리아식의 생산방식을 ‘소기업 네트워크(small firm network)’로 부르며 소수 거대 기업들이 지배해온 20세기형 경제의 대안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강한 타이, 배태, 네트워크 완결성, 파당 등의 네트워킹 전략도 기업 경쟁우위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단 혁신과 학습이 어렵다. 그 때문에 혁신을 위해선 다른 네트워킹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즉, 모든 상황에서 다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베스트 프랙티스 네트워킹 전략은 없다. 추구하는 목적에 적합한 네트워킹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관계 중심 사고로의 전환이 네트워크의 출발점이다
전략적 네트워킹을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미시적이고 근시안적으로 각 구성단위, 즉 노드의 속성에 집착하던 20세기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이들 간의 연결 관계에 거시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사고의 전환이다. 즉 큰 구조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관점은 대인관계에도 적용되지만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이나 부서나 집단 간 관계에도 적용되며, 거시적으로 기업 간 관계나 산업 간 관계, 국가 간 관계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한 가지 수준의 네트워킹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다양한 수준을 넘나드는 사고와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서 살펴보았듯이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네트워킹 전략을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넷과 4차 산업혁명으로 네트워킹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21세기 현대사회에서 네트워킹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네트워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압도적 경쟁우위를 가지게 될 것이다. 21세기는 네트워크의 시대다.

필자소개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shin@yonsei.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이론과 인문예술 분야 학술지 등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 조직위원장과 한국인사조직학회장을 역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