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과거 사회과학에서는 개별 주체들의 속성을 연구하면 행동이나 성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런 속성 중심 접근법은 개별 주체의 ‘연결 관계’가 미치는 구조적인 영향을 설명할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연결 패턴에 초점을 맞춘 관계적 접근법, 즉 네트워크 관점이 등장했다.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한 주체는 압도적 성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전략은 목표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복수의 집단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전략을 취하면 새로운 학습과 혁신에 유리하다. 실리콘밸리나 메디치가문은 여러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혁신에 성공했다. 반면 강력한 자원 동원과 실행이 필요하다면 신뢰와 강한 응집력을 확보하기 위한 네트워크 전략이 필요하다. 도요타는 부품 이름만 알려주면 납품업체가 가격 협상이나 계약서 작성 없이 바로 물건을 보내줄 만큼 강한 응집력을 가진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 기술과 상품 혁신의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비결은 무엇일까? 도요타의 JIT과 유연생산시스템이 20세기 초 포드가 주도했던 대량생산을 추월할 수 있었던 기반은 무엇일까? 에밀리아와 로마냐 등을 중심으로 한 제3 이탈리아 지역 경제가 대기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막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 미술, 문학, 무용 등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 예술사를 주도한 혁신들은 왜 15세기 피렌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파리, 20세기 중후반 이후 뉴욕 등 거의 유사한 시기에, 유사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등장할까? 보잘것없었던 상인집안 메디치가문이 300년 가까이 유럽을 지배하며 근대 서구사회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기반은 무엇일까? 최근 K팝의 막강한 글로벌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답은 모두 네트워크다.
21세기는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시대 기업 경영은 물론 사회문화, 정치경제, 과학기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21세기 초 글로벌 공동체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화두는 단연 네트워크, 즉 연결관계망이다. 21세기형 기업을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부르는 것은 이제 별로 낯설지 않다. 21세기형 기업경영의 최첨단 트렌드인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투과성 조직경계(permeable boundary), 제휴자본주의(alliance capitalism), 관계기반 경쟁우위(relational advantage), 지역기반 경쟁우위(regional advantage), 생태계 경쟁(eco-system competition), 플랫폼 리더십(platform leadership) 등은 모두 네트워크 개념을 바탕에 두고 있다. 페이스북을 필두로 거대한 글로벌 사업 분야로 대두한 SNS는 ‘사회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로 아예 네트워크를 직접 비즈니스화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도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통해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단숨에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초연결(hyper connectivity)’이라는 극단적으로 효율적인 네트워크다. 인문사회계와 이공계를 막론하고 지식과 학문의 세계에서도 네트워크가 21세기를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