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일본의 장수기업

“노화는 없다” 일본 기업은 회춘 중

245호 (2018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일본은 기업이 지역 경제에 특화된 기술과 비즈니스를 확보해 장수하는 시스템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선진화된 기술을 국산화해 원천기술로 만들고 활용 분야를 넓혀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탁월하다. 새로운 니즈와 트렌드에 발맞춰 신속히 제품을 혁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전환하는 결단력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장수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평생교육을 강화하며 평생 현역 시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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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장수 국가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7년 발표에 따르면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2015년 기준 남성이 80.75세, 여성은 86.99세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기준으로 27.3%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 사람뿐 아니라 기업도 장수한다. 2016년 일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의 조사1 에 따르면 1867년 메이지유신 이전에 설립된 기업은 3343개사나 되는데 그중 역사가 500년이 넘는 기업은 41개사에 달한다.

인간이나 기업이나 고령화되면 활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기업의 경우 30년 수명, 50년 수명설이 나오기도 한다. 창업과 성장기를 거친 후 조직이 점차 경직되고 내부 논리가 우선시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해 결국 쇠퇴하는 기업들이 많다. 수백 년을 존속하는 일본 기업의 경우 이 같은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노화하지 않으면서 활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중소 토착 비즈니스에 특화된 일본 기업

먼저 일본의 장수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인지 살펴보자. 데이코쿠 데이터뱅크 조사2 에 따르면 1916년 이전에 창업한 2만8972개사 중에서 제조업, 도소매업이 주류를 이루는데, 세부 업종으로 보면 일본 전통주인 사케, 된장, 간장 등 전통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각 지방의 전통 식품 기업이 단기적 이익보다 가업을 지키겠다는 의식이 강하고 글로벌 경쟁의 영향도 제한적으로 받아 장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규모별로는 중소형 기업이 장수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본금 규모는 1000만 엔에서 5000만 엔 미만인 기업이 전체 장수기업의 53.1%에 달하고 있다. 일본에는 중소기업이라도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자랑하며 안정성이 뛰어난 회사들이 많다. 일본 대학생들도 취업 재수생이 되는 것을 꺼려 졸업 후 바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는 1912년 이전에 창업한 장수기업 4000개사를 대상으로 ‘장수기업이 고집 있게 지키고 있는 말’에 대한 앙케트3 실시했다. ‘장수기업으로서 소중히 여기는 것을 한자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신(信)’이란 한자를 꼽은 기업이 197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68개사가 ‘성(誠)이라는 한자를 꼽았다. 신용과 정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보여준다.

각 지방에 토착한 장수기업은 오너 경영이 많고 고객과 종업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해 창업 당시의 경영이념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업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보지 않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면서 장기적으로 번영하는 데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주물가공 기술이나 일본 전통 과자 기술, 문화재 건축 기술, 다도 관련 도구 제조 기술 등을 가업으로 계승하면서 장수하는 기업들이 많다.

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은 이유로는 다음 요인들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일본이 섬나라로 외세의 침략 위협이 적었던 덕분에 각 지역의 토착 비즈니스를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전통문화나 기술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강해졌다.

예를 들면 일본의 대표적인 신궁인 이세신궁에서는 20년마다 신궁의 구조물을 재건축하면서 소장품이나 옷들을 제작하는 행사인 ‘시키넨센구(式年遷宮)’가 1300년 동안 계속돼왔다. 이 행사에는 품질이 좋은 노송나무 1만 개가 필요하며, 소장품 준비를 위해 각종 섬유, 금속가공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적극적 참여를 바탕으로 일본 전국에서 좋은 물건을 미리 준비해서 헌납하는 문화를 통해 고대로부터 전통 기술이 유지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일본은 특유의 공동체 의식이 강한데 기업에서도 단기적 이익보다 공동체와의 공존공영을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런 특성은 일본 기업의 장기적 경영으로 이어졌다. 기술적 강점을 가진 일본 중소기업 중에는 외국 기업들이 거액에 기업을 매각하라고 제안해도 지역사회에서의 명성, 가업을 차세대에 계승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개인적인 이익을 희생하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가문’은 우리와 유사하게 혈통을 중시하지만 사위의 성을 바꾸거나 양자를 후계자로 삼는 경우도 있다. 즉, 가문 자체의 이름이나 명성이 혈통보다 중시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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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일본 기업은 공동체의 전통을 지키는 한편 시대의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성향 또한 강하다. 전통 기술, 전통 기업이 많은 교토를 보면 해외 문물을 어느 지방보다도 먼저 도입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예를 들면 1600년대의 전국시대 말기에 일본 다도 문화가 정착하면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장수기업으로 성장했는데, 그 원류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자기 기술이 기초가 됐다. 일본은 고대국가 수립 과정에서부터 한반도 등으로부터 선진기술을 전수받고 이를 소중히 지키자는 의식이 강했다. 6세기(578년)에 설립돼 세계 최장수 기업으로 알려진 콘고구미(金剛組)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백제인이 창업했으며, 사찰 등의 건축과 관련한 전통 기술을 지키고 고도화해 왔다.

선진기술 강점으로 부가가치 창출

전통적인 강점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아무리 장수기업이라도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언제든 몰락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20년간 퇴출된 100년 넘은 일본 장수기업은 무려 6793개사에 달한다.4 지방 토착 유통업체 등이 디지털 혁명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운 기업에 밀려 도태되는 현상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변화 요구에 대응한 대기업들은 100년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메이지유신 이후 경제근대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 부흥과 고도 경제성장, 1970년대 이후의 이노베이션 주도 성장, 1990년대 이후의 버블 붕괴 및 저출산, 인구 고령화 극복 등 일본 경제의 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1915년에 창업한 섬유회사 데이진이 대표적인 예다. 데이진은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경제근대화 과정에서 해외 선진국으로부터 신기술, 신사업을 도입하고 국산화에 성공해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 데이진은 창업 당시 신기술이었던 레이온(인견)의 개발과 자체생산에 주력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고도 경제성장기에는 영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폴리에스터를 생산함으로써 의류용 합성섬유 회사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섬유기술에 투자하면서 탄소섬유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에 성공하는 한편 헬스케어 등 신규 사업을 개척해 나갔다. 신흥국들이 합성섬유 분야에서 일본 기업을 추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데이진은 자사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응용 분야를 확대해나간 것이다. 데이진은 섬유기술을 초미세 가공기술 차원에서 심화하면 의료나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이 장수하기 위해서는 데이진과 같이 자사의 강점 기술을 발전시키는 한편 이를 시대의 변화 트렌드에 맞게 활용 범위를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기술의 다양한 활용과 융합을 위해서는 자사에 없는 경영 자원과 기술을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들은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M&A에 주력해 기업 체제의 글로벌화에 나서는 한편 기술융합의 효과를 거뒀다.

데이진의 경우 자사 강점인 탄소섬유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용 부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자동차용 부품 소형기업인 CSP사를 2017년 인수했다. CSP사는 유리와 합성섬유를 혼합한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기술을 활용해 각종 자동차 부품을 성형하는 기업이다. 데이진은 자사의 탄소섬유를 혼합한 플라스틱 소재를 자동차회사에 공급할 뿐만 아니라 이를 CSP사의 유리 강화 플라스틱 기술로 성형한 자동차 부품으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본 대기업들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뿐 아니라 경제 및 금융 환경의 변화에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일본 기업들은 은행 융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자본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기업들도 종업원, 고객을 강조하는 기본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시장을 중시하고 주주를 배려한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 기업은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외국인을 포함한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를 발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영을 집행하는 임원진과 경영을 감독하는 이사진을 인적으로 분리해 독립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기관투자가가 투자한 회사의 주주총회에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가를 정한 행동 원칙)를 통한 경영 시스템의 개선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기관투자가의 감시를 통해 기업들이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이익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장기적 시야에서 행동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의 기업은 종업원, 지역사회, 주주 등 이해당사자들을 배려하는 동시에 주식시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 이해당사자 간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다.

끊임없는 제품 혁신이 ‘롱셀러’ 만들어

세대를 초월해 장수한 일본 기업 중에는 소비재 시장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은 롱셀러 상품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눈에 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고객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하는 니즈를 스스로 새로운 로직을 갖고 발명함으로써 강력한 롱셀러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고객이 의식하지 못한 니즈를 발명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신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고객의 생활 속에 제품을 깊숙이 각인시켜 어떤 경제 상황이 닥쳐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1948년 창업한 닛신식품의 경우 1958년에 즉석 라면을 발명한 데 이어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도약한 컵라면을 1971년에 개발하면서 ‘컵누들’이라는 브랜드를 롱셀러 제품으로 도약시키는 데 성공했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쉽게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컵라면은 세계 각국의 식생활을 혁신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시대의 변화, 고객의 취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낙후되기 쉽다. 그러나 닛신식품의 컵라면은 지금까지도 혁신적인 제품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컵누들이라는 브랜드의 제품 카테고리에 시대의 변화에 맞게 다양한 맛의 제품을 추가하고 있다.5 이를 위해 닛신은 1990년 일본 식품업계에서 선두적으로 브랜드 매니저 제도를 도입해 담당자에게 권한을 집중시키고 개발 속도를 높였다. 또 2013년에는 각 부문에 3개월 이내 신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에 투입해야 한다는 규칙을 도입해 미달인 경우 담당자를 감봉하는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브랜드 매니저가 신제품을 제안해도 생산, 기술 부문이 보수적 자세를 취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는 일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생산, 유통 효율을 고려했을 때 쓸데없이 신제품을 남발하는 것은 기업의 자원을 낭비하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고객이 롱셀러 제품에 대해 갖는 전통적 이미지나 기대를 배신하지 않으면서 디자인, 기능(맛 등)을 조금씩 개선함으로써 소비자도 모르는 사이에 수년 전과 비교해 제품을 현격히 혁신하는 방식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롱셀러 제품이 낙후한 브랜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항상 시대의 변화를 읽고,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서 히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기업 체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제품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결정도 필요하다. 예컨대 1878년에 창업한 일본의 대표적인 생활화학 기업인 카오의 경우 지난 2013년 30년간 판매해 왔던 부엌용 세제, 패밀리 플레시의 판매를 종료했다. 농축세제가 대세가 되면서 큰 용기를 사용한 패밀리 플레시를 퇴출시킨 것이다. 그 후 카오는 새로운 농축세제 브랜드 개발에 집중해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장수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과감한 철수 결정으로 과거의 경영 결정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다.

업종 축소, 심지어 소멸에 맞서는 경영 전환

때로는 업종 자체를 소멸시킬 수 있는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장수기업이 되려면 자사가 속한 업종이 없어지거나 크게 바뀌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일본의 백화점 J프런트 리테일링은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장기 불황 속에서 백화점 비즈니스가 크게 위축되는 가운데 변신을 시도했다. 이 회사는 1611년에 창업한 마쓰자카야와 1717년에 창업한 다이마루가 2007년에 통합해 만든 기업이다. 장기 불황 속에서 백화점의 고가 제품을 기피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이에 회사는 유니클로나 H&M, 도큐한즈(잡화 체인점) 등 중저가 매장을 확대하는 한편 젊은 여성을 겨냥한 패션 매장도 확충했다. 특히 도쿄 상업의 중심지인 긴자에 개설한 ‘긴자 식스’는 미술관 같은 문화 공간과 대규모 옥상 공원도 갖춰 젊은 층뿐만 아니라 관광객까지 흡수하면서 가성비 높은 패션 의류와 잡화를 판매하는 유통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1934년에 설립한 후지필름은 본업이었던 사진 필름 시장이 사라지는 충격을 극복한 기업이다. 후지는 자사의 본업을 도태시킨 IT 혁명을 피하는 대신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1990년대 사진 기술에서 축적한 미세가공 기술을 LCD 필름 개발에 활용한 것이다. 또 자사의 필름 기술에서 축적한 미립자 가공 기술을 이용해서 헬스케어 분야까지 개척했다. 미세 가공기술을 통해 축적한 콜라겐 가공 능력, 필름의 품질 악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물질 가공 능력, 나노 레벨의 피부 침투 능력 등의 기술을 발전시켜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화장품을 개발했다.

후지필름과 같이 IT 혁명이나 고령화 등 기술 및 사회 트렌드의 의미를 자사의 기존 사업과 연계해 분석, 기존 강점 기술을 심화시키는 한편 부족한 기술은 M&A로 보완해 독보적인 강점사업으로 육성하는 식의 경영 전환의 성공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생교육으로 장수 사회 대비

일본의 장수기업은 각종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생존하고 있다. 장수 자체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축복이다.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과 기업 모두 활력 제고에 실패한다면 장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일본에는 현재 10세 인구 중 50%가 107세까지 살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20세 인구는 100세, 40세는 95세, 60세도 90세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이 5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6 이 인구가 경제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고 도태된다면 개인과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장수 현상에 대한 총체적인 위기의식을 갖고 2017년 총리실 직할로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를 창설해 12월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새로운 인생 모델의 설계 필요성을 강조한다. 수명이 100세까지 연장되면서 기존 인생 모델, 즉 학생 시절에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취업하고, 결혼, 자녀 양육, 노후생활이라는 단선적인 라이프 스타일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는 70, 80세까지도 일하게 만들면서 연금에 의존하는 인구 비중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생교육 기반이 확충돼야 한다. 대학을 마치고 취업한 후에도 계속 학습을 하고 창업을 하거나 다른 전문 직종으로 취업이나 시민단체 활동가로의 변신을 모색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복선적인 인생 설계가 가능한 사회를 지향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근로자가 취업한 이후에도 쉽게 대학에서 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저렴한 온라인 교육 환경을 정비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대학 등 전문 교육 기관으로 하여금 산업의 현실에 맞게 변화하면서 실무 차원에서도 우수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재교육을 유도할 생각이다. 예컨대 인공지능(AI) 분야 등의 경우 인재의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에서 전문 교육을 받고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인재가 배출된다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고령화와 AI 확산 등으로 많은 업무가 자동화하면서 단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대신 창조성을 요구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들의 취업 기회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과 더불어 근로자의 교육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제고하기 위한 재정적, 금융적 지원책도 모색하고 있다.

평생 현역 시대에 기업 수명이 30년에 그친다면 근로자들이 축적한 각종 노하우,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질 확률이 높다. 일본 기업이 정부와 협력해 고령 인구가 건강하게 현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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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하는 일본 기업

최근 회춘에 성공한 일본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노화를 억제하고 성장성을 높여 성장기의 젊음을 되찾은 기업들이 일본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기업의 노화 정도는 현금 흐름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현금 흐름은 ▲본업에서 현금을 창출하는 영업 현금 흐름 ▲설비투자나 기업 매수 등에 투입되는 투자 현금 흐름 ▲차입금이나 주주 환원의 동향을 나타내는 재무 현금 흐름의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현금 흐름을 비교함으로써 기업의 성숙도와 노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예컨대 영업 현금 유입액에 비해 투자 현금 지출액이 큰 기업은 장래의 도약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창업기나 성장기의 젊은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투자 현금 지출이 크지 않고 재무 현금 유출이 큰 기업은 성숙기에 있는 고령화 진행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은 투자를 억제하면서 차입금을 변제하거나 배당 등으로 주주들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데 주력한다. 반면 노쇠기에 접어든 기업은 불필요한 설비 등을 매각하기 때문에 투자 현금 흐름이 플러스로 전환한다.i 닛케이신문ii 은 이 같은 분류 기준에 따라 최근 일본에서 회춘하고 있는 기업으로 3월 100주년을 맞이하는 파나소닉을 꼽았다. 파나소닉은 최근 리튬이온전지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한편 차량용 전자 제품에 주력하면서 B2B 시장을 적극 개척해 10년 전보다 성장 활력을 높이고 있다.

본업의 수익 창출력을 제고해 회춘하는 데 성공한 기업으로는 후루카와전기공업이 꼽힌다. 이 기업은 광파이버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면서 생산 확충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주택 건설 부문의 세키스이화학은 건설뿐 아니라 임대 관리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단독주택의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사업구조를 재조정한 기업도 회춘 효과를 보고 있다. 담배 제조회사인 JT는 채산성이 떨어진 음료 사업에서 철수하고 전자담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성장활력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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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plee@lgeri.com

필자는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 호세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1988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자문 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남북·대외협력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자원부 제조업 공동화 대책회의 위원, 미래부 미래성장동력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한·일 재계회의 등 각종 세미나에서 다수의 발표 및 자문 활동을 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LG경제연구원에 근무, 경제연구 부문 수석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일본식 파워 경영』 『일본형 자본주의』 『일본에서는 일본식으로』 『미래경영 글로벌경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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