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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피터 드러커의 『경영의 실제』

경영자는 단순한 관리자와 달라 조직에 활력 불어넣는 생명의 원천돼야

송경모 | 244호 (2018년 3월 Issue 1호)
Article at a Glance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쓴 여러 경영학 고전 중 첫손에 꼽히는 책인 『경영의 실제』는 발간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현대 경영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 책은 파편적으로 존재하던 ‘경영’이라는 분야를 하나의 전체적 관점에서 조망한 최초의 책으로 경영의 개념과 경영자의 자세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이 MBO(Management By Objectives)라는 개념이나 ‘사업이란 고객을 창조해내는 것’이라는 정의 등은 이 책을 통해 최초 소개된 개념이다. 피터 드러커는 이 책을 통해 경영을 단순히 관리(Management)적 측면에서만 설명하지 않고 기업가정신, 조직행동론, 경영전략 등 경영학의 세부 사항들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동시에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경영자가 ‘모든 종류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명의 원천’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경영의 실제』가 경영 사상에서 지니는 의의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는 1954년 세상에 발간된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 책은 드러커가 남긴 39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 목록 중 『기업의 개념(Concept of the Corporation, 1946)』 『창조하는 경영자(Managing for Results, 1964)』 『자기경영노트(the Effective Executive, 1966)』 『매니지먼트(Management: Tasks, Responsibilities, Practices, 1973/1974)』 『미래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정신(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1985)』과 더불어 경영을 주제로 하는 5대 명저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피터 드러커 경영 사상의 원형이 처음 종합적으로 정립됐고 훗날에 그가 쓴 저서들도 이 책에서 주장한 다양한 주제를 확대 또는 세분화해 탄생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피터 드러커 경영 사상의 근본이 된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도 ‘경영’을 다룬 책들은 있었다. 체스터 버나드의 『경영자의 기능(The Functions of the Executive)』이나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 프레더릭 허즈버그의 『직무동기이론(Motivation to Work)』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책들은 경영의 단적인 측면을 다루는 데 그쳤을 뿐 경영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지는 않았다. 또 이런 책들은 기업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방법들을 다뤘을 뿐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발간 당시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이자 고전으로서 부동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을 감안하면 이 책을 감히 드러커의 대표작이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각종 매체에서 드러커를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드러커가 1950년대 이후 세계 유수의 경영자들에게 끼친 정신적 영향이 그만큼 지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오늘날 대학교 경영학과 커리큘럼에서 드러커의 사상은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그의 글은 상아탑에서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오직 현장 경영자가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철학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인 이 책의 공헌은 드러커가 어떤 기발한 학설을 주창해서가 아니다. 대신에 19세기 후반 이래 따로따로 존재하던 제반 지식들, 1950년대 당시까지만 해도 아직 경영학이라는 큰 우산 아래 들어오지 않았던 유통, 생산관리, 회계, 기업재무, 광고와 마케팅, 전략, 리더십, 산업심리, 조직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한 지식들의 의미를 경영의 목적(purpose)이라는 일관된 세계관 아래 통합한 데 있다.1

이 일관된 통합의 위력은 막강했다. 특히 현장 경영자들에게 그랬다. 그동안 여러 이론가들이 제각각 내세웠던 형식적·기계적 경영 이론의 파편성과 비현실성에 불만을 느끼고 인간 중시 경영론자들의 막연한 낙관 또는 비관론에서 해답을 찾지 못하던 경영자들에게 드러커의 메시지는 처음으로 전체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 잭 웰치나 빌 게이츠를 비롯한 수많은 위대한 경영자가 드러커를 멘토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그만큼 현장 경영자가 봉착하는 수많은 애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경영자의 역할을 종래와 같이 단순히 경영을 잘해서 돈을 잘 번다는 기능 차원에서 탈피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책은 경영자가 사회를 구성하는 한 기능인 집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가장 막강한 권력이며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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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학의 출발선이자 교과서 『경영의 실제』

1부 주요 내용

이 책의 첫 3장은 각각 경영자의 역할(1장), 경영자의 과업(2장), 경영자에게 주어진 도전 과제(3장)를 설명하고 있다.

책은 20세기 서구 경제사상의 핵심적 변화가 고전파 경제학에서 주장했던 ‘자본’과 ‘노동’에사 ‘경영’과 ‘노동’으로 대체됐다는 것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기업 활동에서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주장이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드러커의 이 선언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당시 기업 활동이 기계적, 과학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조류, 즉 기업 활동을 물질의 투입과 산출로 보는 견해에 대한 반론이다. 이 주장은 현대 기업과 자유시장경제에서 경영자(manager)로 분류되는 특수한 사람들의 지식, 의지, 역량이 그 어떤 기계적, 물질적, 수량적 수단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있다.

드러커가 책 전반에서 언급하는 경영자의 의미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드러커는 이 단어를 비단 최고경영자라는 의미로 한정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경영 마인드를 보유한 모든 직위의 노동자들은 다 경영자라고 봤다. 그는 최고경영자나 경영진을 언급할 때는 톱 매니지먼트(top management)나 매니지먼트팀(management team)과 같은 표현을 썼다. 그는 중간관리자나 하급 실무자를 막론하고 경영 마인드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이 책은 바로 모든 계층의 경영자가 알아야 할 지식, 즉 경영 마인드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2장에서 드러커는 경영의 일차적 기능은 ‘경제적 성과(economic performance)’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즉 경영은 화폐로 계측되는 매출과 이익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드러커가 이익을 경시한 것이 결코 아니다. 경제적 성과 창출은 최우선의 필수 기능이지만 경영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3대 과업(jobs)과 이들의 통합적(integrated) 본질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봤다. 3대 과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업을 경영하는 것(Managing a Business)이다. 그러나 결코 과학이 아니라 실행(Practice)으로서 경제 환경을 능동적으로 창출하기 위한 일이어야 한다.

둘째, 경영자들을 경영하는 것(Managing Managers)이다. 자신이 담당한 특정 기능에만 갇혀 있지 않고 조직의 전체상 속에서 자신의 일을 바라볼 수 있는 인적 자원을 곳곳에 양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셋째, 노동자와 그의 일을 경영하는 것(Managing Worker and Work)이다. 기계가 아니라 인간 존재가 수행하는 작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조직화해야 한다.

3장에서는 2차 대전을 전후해 진행된 공장 자동화 현상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자동화란 개념상으로는 스스로 작동하는 통제기구(self-activating governor of the process)를 의미한다. 하지만 자동화의 도래와 관련해 경영자들은 몇 가지 편견을 지니고 있다. 자동화는 인간의 노동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증가시킨다는 것이 드러커의 생각이었다. 기계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숙련되고 훈련받은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기존의 관리자들은 물론이고 기술자들조차도 ‘경영의 관점에서 보고 생각(see and think managerially)’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여기에서 드러커가 강조하는 경영이란 상부의 일방적인 관리가 아니다. 조직을 중앙집중화, 계획화함으로써 일사불란하게 돌아가게 하려는 모든 시도는 무효하다고 봤다. 후술하겠지만 조직 내의 계층/부문별 또는 개별 노동자별로 전체 목표 아래 자신의 목표를 인식하면서 자율과 책임 아래 과업을 수행하고 주기적 피드백을 통해 목표를 개선하거나 폐기하면서 성과를 달성해가는 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경영 개념이었다.

본론은 총 5개 부로 구성돼 있다. 전술한 경영의 3대 과업을 1부(Managing a Business, 4∼9장), 2부(Managing Managers, 10∼15장), 4부(The Management of Worker and Work, 19∼26장)에서 각각 상세히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 각 부를 여는 장을 각각 시어스백화점(4장), 포드자동차(10장), IBM(19장) 이야기로 시작해서 현장감을 더하고 있다.

3부(The Structure of Management, 16∼18장)와 5부(What It Means To Be a Manager, 27∼29장)는 각각 ‘조직구조’와 ‘경영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다른 부에 비해 분량은 적지만 이 두 주제에 대해 기존 경영학계의 기능적, 기계적인 관점을 극복하려 하는 그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특히 5부에서는 의사결정의 원리와 경영자가 갖춰야 할 인문학적, 통합적 자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결론 부분은 드러커 사상의 평생을 관통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경영자의 ‘책임’에 대한 서술이다.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의 조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그의 독특한 견해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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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주요 내용

2부의 첫 장은 고객의 ‘가치’를 실현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던 시어스(Sear, Roebuck)백화점 이야기다. 핵심은 단순히 상품을 늘어놓고 오는 고객들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 즉 농부들이 원하는 제품(가격, 품질)을 적극적으로 파악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줬다는 것이다. 농부들이 직접 대도시 매장에 오게 하지 않고 우편 주문 카탈로그로 처리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또한 구입한 상품에 불만이 있을 경우 환불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이를 위해서 대량 주문을 처리하는 시스템과 조직을 구축했다.

드러커는 바로 이것이 장사와 사업의 차이라고 했다. 창업자(Richard Sears)는 단순히 장사(trading, speculation)로 돈을 번 것이지만 후대의 경영자들인 로젠월드(Julius Rosenwald)나 우드(Richard Wood) 등은 이를 사업(business)으로 변모시켰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고객의 지식과 구매력 증가, 도심과 교외의 구분, 자동차의 등장, 우편 시스템의 변화 등 경제적 환경이 빠르게 변했다. 시어스는 경영자 역시 변화한 환경에서 고객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보여준 사례였다.

5장(What is a business?)에서는 드러커의 이익관이 제기된다. 이익은 사업의 목적(purpose, cause)이 아니라 사업의 결과(result) 또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요조건(necessity)이라는 것이다. 사업의 궁극적 목적은 바로 ‘고객 창조(to create a customer)’라는 드러커의 유명한 명제가 바로 이 장에 등장한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이 궁극 목적에 봉사하고 이 목적에 의해 규정된다. 당연히 기업의 존재 이유는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 고객은 기업 외부에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드러커의 이 생각은 기존 기업 이론가들이 기업 내부의 조직과 생산 활동에 초점을 뒀던 것으로부터 일대 전환이었다. 실제로 드러커는 이 책은 물론이고 여러 저술에서 노동자들이 내부의 일과 관행에 함몰돼 경영의 목적을 망각하는 현상을 항상 경계했다.

드러커는 사업의 이런 목적에 비춰봤을 때 기업가(entrepreneur)의 2대 기능은 결국 마케팅과 혁신임을 강조한다.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판매한다는 신사업 기회는 음식을 적절한 상온에서 보관하고자 하는 에스키모의 숨은 욕구를 발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기업 내부에서 투입하는 모든 노력은 이 외부의 필요와 가치를 북극성으로 해서 조합돼야 한다. 인당 또는 시간당 생산성 지표에 대한 집착, 간접비 투입이 비생산적이라고 보는 통상적인 선입견은 경영자들이 외부의 목적을 잊고 내부의 현상에만 함몰될 때 일어나는 일이다.

6장(What is our business-and what should it be?)에서 드러커는 “우리의 비즈니스는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은 제품(product)이 아니라 고객(customer)에게 있다고 말한다. 백화점에 오는 고객은 무엇을 구매하러 오는가? 그냥 핸드백 하나 또는 옷 한 벌을 사러 오는 것인가? 실패하는 기업의 제1 원인은 이 질문의 해답을 혼동함에 있다. 이 질문은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고객의 마음과 욕구라는 불가해한 세계를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 드러커는 경영자가 항상 자신에게 되물어야 할 유명한 5대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1) “고객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Who(Where) is the customer?)”: 잠재 고객 또는 비고객의 존재를 인지하기 위한 질문이다.

2) “고객은 무엇을 사는가(What does the customer buy?)”: 구매의 진정한 대상은 무엇인가? 그 물건 하나에 불과한가, 총체적 경험과 인상인가?

3) “고객에게 무슨 가치가 있는가(What is value to the customer?)”: 가격이나 품질 이외에 도대체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무엇이 있는가?

4) “이 사업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What will our business be?)”: 잠재시장(potential)과 미래 시장(trend)의 파악,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고객 창출.

5) “이 사업은 무엇을 추구해야만 하는가(What should it be?)”: 환경은 계속 바뀌므로 기존의 목표는 항상 재검토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짧고 단순하지만 막상 대답해보라고 하면 사실 선가의 화두만큼이나 난해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끊임없이 생각하고, 기록하고, 논의하면서 올바른 해답의 실마리를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실행이 없으면 이 멋진 질문들은 다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7장(the objectives of a business)은 11장에서 논의될 ‘목표에 의한 경영(MBO)’의 도입부라고 말할 수 있다. 사업이 추구할 목표는 유일하게, 예컨대 이익 극대화처럼 단 하나의 목표로 규정할 수는 없다. 성과와 결과가 기업의 생존과 번영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분야에 복수의 목표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시장점유율, 혁신, 생산성, 물적 자원 및 화폐 자원, 수익성, 경영자의 성과와 경영자의 육성, 노동자의 성과와 태도,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다양한 목표들이 동시에 추구돼야 한다.

또한 목표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측정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정량적 목표가 적절한 경우도 있지만 종합적, 질적인 판단에 의존해야만 하는 목표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 달성 기간(time-span)도 분야마다 다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예컨대 연구개발부서의 목표를 판매부서의 목표와 같은 기간 구조하에서 판단할 수는 없다.

무능한 경영자와 유능한 경영자를 구분 짓는 가장 효과적 기준은 바로 목표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곡예사의 숙련 기술만큼이나 고난도다. 그만큼 경영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활동이며 검증된 원리에 따른 훈련이 필요하다.

8장(today’s decisions for tomorrow’s results)은 미래를 읽는 능력에 대한 것이다. 목표는 미래에 대한 예견에 근거해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예견은 육감이나 점쟁이식의 예언이 아니라 ‘합리적 예측(educated guess)’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인간은 그 누구도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제한된 인지능력하에서나마 유용한 예견 방법이 있다. 그것은 경기 변동처럼 주기적 반복 사례를 통한 예견 또는 이미 일어난 사건을 통한 예견이다. 예를 들어서 인구 변화는 이미 일어난 사건이지만 그를 통해 수년 또는 수십 년 뒤 일어날 일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지금 내리는 결정이 과연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자는 미래의 경영자들을 양성해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지금 수행한 예측을 비로소 성취로 전환시킬 수 있는 주체이며, 오늘 내린 의사결정이 미래에 야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처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경영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9장(The principles of production)에서는 생산이란 물적 수단을 원재료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logic)를 작업(work)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생산 방식은 장인 생산, 개별 제품 생산(단품), 대량 생산(조립), 프로세스 생산(변형)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각각의 논리에 따라 분업방식, 원자재 표준화 방식, 팀의 조직 방식, 필요한 인적자원의 특성이 다 달라져야 한다.

경영자의 역할은 종업원에게 생산 방식의 논리와 특성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생산 방식에 따라 경영자의 역할이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서 개별 제품 생산에서는 주문 획득이 중요하지만 대량 생산에서는 효과적 조달과 유통을 조직 정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일하는 방식이 다 달라져야 한다.

10장은 포드자동차의 이야기를 통해 경영의 두 번째 과업, 즉 경영자들을 경영하는 일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드러커가 문제 삼았던 것은 바로 포드자동차가 어느 정도 성공 궤도에 오른 뒤 헨리 포드가 구사한 1인 지배 체제였다. 1인 지배 체제에서는 임원과 종업원은 많았지만 경영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포드의 하수인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25세의 손자 포드 2세가 후계자로 취임하면서 조직에 비로소 경영을 도입했다. 경영자를 주주의 대리인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주체로 규정하고,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목표와 측정에 기반을 둔 성과 표준에 따라 일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15개 자율 운영사업부로 분권화를 시도했다. 이는 포드 2세가 경쟁사인 GM으로부터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현대 기업은 더 이상 1인의 사유물이 아니며 그 경영자는 주주의 재산관리인이 아니다. 조직은 개인의 수명을 초월해 영속해야 한다. 조직은 특정인의 대리인으로서가 아니라 조직의 과업에 기반을 두고 일해야 한다.

여기에서 바로 드러커의 목표와 자기통제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control)의 필요성이 등장한다. 경영은 사람이 지배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목표의 체계가 인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11장이 바로 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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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control)의 제목은 고 이재규 박사의 번역서에서는 ‘목표관리(목표와 자기관리에 의한 경영)’로 번역됐다.3  그러나 필자의 졸견으로는 ‘관리’라는 단어가 부적절해 보인다. 한국어 ‘관리’에는 뭔가 ‘타율’의 인상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자기관리’라는 단어는 개인 삶의 엄격성과 관련된 느낌을 주는데 드러커가 염두에 둔 조직 내 경영자의 ‘목표를 향한 자율’이라는 행동 원리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목표와 자기통제에 의한 경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장은 훗날 드러커 경영 사상의 집결판이라 할 수 있는 대저 『매니지먼트(Management: Tasks, Resposibilities, Practices, 1973/1974』의 34장에 그 내용이 거의 그대로 재수록됐을 정도로 그의 사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드러커의 경영 사상은 사실상 목표와 자기통제에 의한 경영 개념으로 압축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는 유명한 석공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세 가지의 대답이 있었다. “먹고살려고 이 일을 한다.” “이 나라에서 가장 돌을 잘 깎고 있다.” “성당을 짓고 있는 중이다.” 이 중에 누가 경영자인가가? 바로 세 번째 대답을 한 사람이다. 첫째 대답은 노예의 대답이다. 둘째 대답은 장인 또는 기술자의 대답이다. 전문적 장인 정신에 충실한 행동은 기능인으로서는 인정받을 만한 것이지만 목표에 의한 경영과는 동떨어진 행위다.

상급자들이 흔히 자신의 시야에만 국한해 목표에 의한 경영과 동떨어진 지시/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장님과 코끼리의 비유에서처럼 조직 내 개별 담당자들은 다 자기 방식으로 코끼리를 상상한다. 기껏 최고경영자 정도가 돼야 전체를 조금이라도 볼 수 있다.

드러커는 현장에서 목표에 의한 경영이 아니라 몰아붙이기 경영(management by drives)이 횡행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대부분의 경영자가 대개 무계획적, 즉흥적 지시와 행동을 과감한 추진력으로 착각한다. 시장점유율이 지난달에 비해 1% 하락했다는 보고를 듣고 차 월에 무조건 회복할 것을 지시하는 경영자는 과연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또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위기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crisis)으로 구성원들을 압박한다. 비용을 줄여라, 실적을 올려라, 구조조정 들어간다 등등. 과연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그래 봐야 조직은 달라지기는커녕 당장의 성과조차 나지 않는다. 경영자는 제반목표의 위계구조, 즉 상위 목표와 하위 목표의 중층적 연결 구조를 파악한 뒤 부문별 노동자들이 그 안에서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분명히 인지하도록 도와야 한다. 경영자 서한(manager’s letter)을 통해 상부의 목표에 따른 하부의 목표 설정이 몇 차례 오가면서 최종 합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급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목표는 대개 오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통제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self-control)이 명령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domination)을 대체해야 한다. 드러커가 말한 자기통제란 노동자가 자신의 목표에 대한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정보를 스스로 확보하고 늘 점검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성과보고 양식 자체는 가능한 최소화, 단순화해야 한다. 핵심은 조달, 생산, 기획, 영업, 마케팅, 재무, 연구개발, 교육훈련 등 각 부문의 노동자가 ‘도대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알게 하고, “내가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가?”를 수시로 환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드러커의 목표에 의한 경영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특히 일부 인간 중시 경영론자들은 드러커의 MBO가 노동자들에게 무리한 상의하달식 성과 압박을 강요한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오늘날 KPI 시스템이 그런 식으로 잘못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점은 드러커는 결코 온정주의자가 아니라 성과주의자였다는 사실이다. 성과가 없으면 개인의 노동도, 기업의 활동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만 이 성과가 개인의 그릇된 명령을 통해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올바른 목표 체계하에서 개별 노동자가 스스로 목표를 인지하도록 함으로써 추구돼야 한다는 것이 드러커의 주장이었다. 『경영의 실제』를 출판한 지 30년이 지났을 때, 『매니지먼트』 34장에서 그는 그동안 많은 경영자가 자신의 주장에서 self-control은 빼고 objectives 만 강조하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12장
(managers must manage)은 제목만 봐서는 동어반복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장은 MBO를 실행하는 경영자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의 범위와 권한에 관한 내용을 기술했다. 대개 경영자는 자신의 시야에 들어올 수 있는 숫자만큼의 상사와 감독 가능한 범위의 하급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목표 설정과 달성에 기여하는 수준에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13장(the spirit of an organization)은 개인을 초월한 존재로서 조직을 대하는 그의 관점이 잘 드러나 있다. 조직은 특정한 천재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천재는 희소하다.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조직’이다.

조직 내 우호적인 인간관계는 조직정신과 무관하다. 목표와 성과로 연결된 관계라야 조직정신이 살아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와 온정을 중시하는 조직은 자칫 무사안일의 중간노선의 폐해에 빠질 수 있다. 대개 그런 조직의 경영자들은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여기서 부자가 될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고될 일도 없다네.”

성과가 떨어지는 종업원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배치’하는 일이야말로 경영자의 역량이다. 성과에 대한 금전적 보상으로 종업원에게 진정한 동기부여가 가능하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승진은 동기부여를 위한 유용한 수단이지만 승진을 통한 보상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된 경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와 일이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보상체계가 구성돼야 하는데 승진과 금전적 보상은 그 한 수단일 뿐이다.

종종 승진 정책의 실수는 조직 전체의 사기와 정신을 훼손한다. 대개 경영자들은 똑똑하거나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을 선호한다. 그리고 종종 종업원의 강점이 아니라 주로 약점을 보고 흠을 잡으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보다 유능한 동료나 종업원을 곁에 두기 싫어하기도 한다. 그런 경영자들은 ‘무엇이 옳은가’보다 ‘누가 옳은가’를 중시하는 함정에 빠져 있다.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진실성(integrity)은 사적인 인간관계와 정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올바른 목표와 성과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다. 이것이 결여된 사람은 결국 조직을 훼손한다. 특히 최고경영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드러커는 “나무는 제일 윗가지부터 마른다(Trees die from the top)”라고 표현한 바 있다.

14장(chief exectutive and board)에서는 최고경영자는 1인이 아니라 팀이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이사회의 역할을 다룬다. 1인(one man) CEO 개념은 낡은 시대의 산물이다. 현대에는 1인 CEO가 감당하기 어려운 범위의 정보와 과제가 속출한다.

CEO는 외부로부터 차단돼 있는 외로운 자리이며 대인, 정보, 사교 등에서 일정한 제한이 있다. 현실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편견을 갖게 된다. 그에게 올라오는 보고는 왜곡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책임 없는 사적 참모와 측근 통치가 횡행할 가능성도 있다. 관점이나 지식 면에서 이를 예방할 팀이 필요하다. 또한 경영자 승계는 팀을 구성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후계자가 양성돼 있지 않으면 CEO 퇴직 시 혼란과 위기가 닥친다.

한편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진전되면서 이사회는 실질적으로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위치로 전락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사회는 집행/통치기구가 아닌 검토/평가 및 이견 제시 기구로서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15장(developing managers)은 기업의 영속을 위해 경영자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는 단지 기업만이 아니라 사회, 개인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간택된 우수 인재를 미리 정해 놓고 승진시키는 것이 경영자 개발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간택되지 않은 인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경영자 개발의 대상은 오히려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않은 평범한 직원들이며, 미래에 회사를 이끄는 것은 바로 이 사람들이다.

또한 직무순환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은 생각처럼 경영자 개발에 큰 효과가 없다. 원래 자신의 분야가 아닌 일에 성과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영 마인드로 전체를 보는 지식은 별도의 교육훈련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형성이 가능하다.

경영자 개발은 기업이 해주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자기계발(self-development)을 유도해야 한다. 회사가 나서서 개인 계발을 해주려 한다면 그릇된 온정주의다. 일 속에서 목표와 성과 개념, 경영마인드를 학습할 수 있도록, 그리고 별도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회사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족하다.

3부 주요 내용

3부는 조직 구조에 관한 것이다.

16장에서는 조직이 우선이 아니라 그 사업에 필요한 활동 분석이 우선이라는 점을, 17장에서는 이상적인 한 가지 유형의 조직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서, 연방분권조직과 기능분권조직은 자신에게 맞는 사업 유형과 그에 따른 장단점들이 있다.

이처럼 이상적인 조직은 정의할 수 없지만 부실 조직의 증상은 뚜렷하다. 우선 경영계층의 수가 너무 많다. 목적이 불분명하고 성과 없는 인력이 잔존한다. 업무협의와 의사소통을 명분으로 하는 각종 조정위원회와 회의가 난무하고 연락과 조정 업무로 시간을 다 보낸다. 다음으로는 구성원들이 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모든 업무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실질적 의사소통은 제약당한다. 각자 자신이 속한 기능과 일에만 관심 있고 타 기능에 대해서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는 식의 무관심이 횡행한다. 마지막으로 경영층의 연령구조가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조직이 지속적인 경영자 개발에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18장에서는 기업의 크기가 달라지면 일하는 사람의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소기업일 때 일하는 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기업이 그 이상의 규모로 성장한 뒤에도 그대로 행사한다. 결국 경영 불가능 상태, 저성과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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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를 여는 19장은 IBM 이야기로 시작한다. 현장 노동자를 단순한 기능공으로 여기지 않고 내재한 능력을 최대한 도출해냈던 왓슨(Thomas Watson) 회장의 이야기다. 그는 설계 단계에서 작업자가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했다. 생산목표량은 회사가 정하지 않고 작업자와 감독자가 협의해서 정하도록 했다. 생산 실적에 연동하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정액급여를 지급했지만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동기부여가 됐다. 그 덕분에 불황기에도 해고 없이 기업을 지속하고, 혁신을 이룩하며,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장(employing the whole man)은 제목 그대로, 기업이 고용하는 것은 단순히 ‘일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전(全) 인격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기업은 임금을 ‘비용’으로만 생각하지만 노동자는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소득’으로 간주한다는 차이 때문이다. ‘인간’은 여타 물적 생산자원과 질적으로 다른 존재다. 물적 생산자원은 활용의 대상일 뿐이지만 인간은 자신의 노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존재다.

기업은 노동자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바로 보다 큰 성취다. 평균적인 수준에서 딱 월급 받는 만큼의 일을 해내기만을 바란다면 성취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타율과 압박으로 그걸 기대할 수는 없다. 노동자는 자신을 조직의 경제적 부속물이 아니라 한 명의 온전한 인간으로 대우받기를 원한다. 일과 성취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도록 해줘야 한다.

조직은 노동자가 안정감을 원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조직은 결코 복지단체가 돼서는 안 된다. 변화는 노동자가 자신의 일자리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자 합리적인 개선으로 인식되고 근로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저해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이익이 기업의 궁극적인 추구 목적이 아니라 조직의 존속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라는 점과 적정 이익(adequate)의 실현은 오직 혁신을 통해 가능하다는 사실을 공유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이 변화를 거부할 리는 없다.

21장(Is personnel management bankrupt?)은 기존의 인간관계론 경영학파와 테일러식 과학적 관리법에 대한 비판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일하기 싫어한다거나 인간은 자발적으로 일하기 원한다는 극단의 가정은 다 틀렸다. 또한 작업 단위를 기계처럼 분해해서 조립하는 것만으로 일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바로 다음 장에서 논의가 이어진다.

22장(human organization for peak performace)과 23장(motivating to peak performance)은 노동을 엔지니어링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되며, 모든 개별 단위 동작들은 통합된 전체, 그러니까 부분의 단순합 이상의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일은 단순히 외견상의 동작이나 측정 성과들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일을 추동하는 힘이 있다. 종업원 만족(satisfaction)은 그 동기로서 충분하지 않다. 그보다는 책임(responsibility)이 더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노동자 스스로 책임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노동자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기업이다. 다만 그 책임의 근거가 되는 목표는 상의하달식 타율이 아니라 노동자가 스스로 참여해서 결정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노동자 스스로 자신이 중요한 인물, 그러니까 기업의 흥망에 책임을 지는 경영자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24장(the economic dimension)은 노동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의 역할과 한계를 다룬다. 일에 대한 경제적 보상으로서 급여는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 그것이 부족하면 노동자들은 이내 불만이 쌓인다. 하지만 높은 급여보다 책임과 직무의 적절한 조직화가 더 큰 효과를 낸다.

근로자에게 예측 가능한 연봉 및 고용유지 계획을 제시해줘야 하지만 경기의 변화는 불가피하므로 임금보장 같은 거짓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윤분배제(profit-sharing)나 종업원지주제(worker-ownership)는 의도만큼 효과가 없으며 대부분 실패했다.

이익 갈등은 종업원의 눈에 기업의 목적이 이익 추구에만 있고 자신을 한낱 경제적 부속물 정도로 취급하는 데서 발생한다. 노동자는 자신과 기업 사이에서 항상 괴리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의 목적이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고 이익은 그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수단임을 노동자가 인지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중요한 존재로서 인정받는다면 갈등을 비로소 피할 수 있다.

25장(the supervisor)과 26장(the professional employee)은 조직 내 현장감독자, 전문직 종사자들을 단순히 상사의 대리인 또는 특수 기능인 집단으로 간주하지 말고 엄연한 경영자로 육성하고 대우해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들에게도 이 책에서 설명하는 목표와 자기통제에 의한 경영 원리와 노동자 심리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27장 (the manager and his work)은 본서에서 설명한 경영자의 과업들을 제반 각도에서 부연 설명한다.

28장
(making decisions)은 OR(Operation Research) 등 첨단의 기계론적 의사결정 모델의 함정을 이야기하면서 경영자들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그것이 과연 올바른 문제인지를 재검토하라는 것, 즉 문제 자체를 새로 정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9장(the manager of tomorrow)에서는 경영자가 갖춰야 할 통합적 지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직 현장 경험을 통해 획득한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나 책에서 배운 원리만으로는 실행과 성과 창출이 곤란하다. 경영자는 양자를 통합하는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인문학적 교양 외에 자연과학적 지식을 구비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문학은 과거의 자기유희적인 인문학이 아니라 올바른 경영의 토양이 되는 인문학적 통찰을 의미한다. 현재 대학의 비즈니스 과목들은 경영을 구성하는 제반 기능들을 다루는 역할을 할 뿐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지식에 기반을 둔 통합적인 통찰 능력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경영자는 현장 경험과 원리 통찰을 번갈아 가면서 상호 강화하고 축적해 나가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수십 년 경험이 쌓인 경영자라 해도 향상을 위한 전문 교육을 계속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래의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근본 자질은 진실성(integrity)이다. 왜냐하면 경영자는 이미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다시 말해 ‘책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중요성은 이미 과거 종교권력, 정치권력, 또는 지식인들이 지녔던 그것을 압도해 버렸다. 이제 사회의 향방이 경영자의 행동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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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결론 장(the responsibilities of management)은 바로 경영자에게 부과된 이 막중한 책임성에 대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단지 경제적 목적 때문에 이렇게 많은 권력이 특정 집단에게 집중된 적은 없었다. 큰 권력은 큰 책임을 필요로 한다.

이익을 생성하고 기업을 성장시키는 일이야말로 기업이 당면한 사회적 책임이다. 주주는 언제든지 자신의 주식을 처분하고 떠날 수 있지만 사회는 항상 기업과 함께한다. 기업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순간 관련된 사회는 해고와 공장 폐쇄로 크게 고통받는다.

기업은 더 나아가서 내부 구성원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 옳지 않은 명령과 지시로 기업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 목표와 자기통제에 의한 경영이야말로 조직 내에 부당한 권력이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임을 알아야 한다.

결론에서 공익과 사익 간 조화에 대한 그의 독특한 관점이 돋보인다. 맨더빌이나 스미스 등 고전경제학에서 ‘사익의 추구가 공익을 낳는다’는 명제는 이제 경영자가 더 이상 받아들일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 명제를 전제하고 구축된 사회는 일시적으로는 번성할지 몰라도 결코 영속하지 못한다. 그의 관점은 공익을 무시하고 오직 사적 이익만 추구하거나 기업의 사적 성과를 무시한 채 공익을 무조건 추구하는 것은 다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공적인 문제, 예컨대 환경이나 사회 문제가 비등했을 때 오히려 거기서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익이라는 이름 대신 기업의 존재 이유인 외부의 고객으로 모든 문제를 치환해서 생각하자는 것이다.

2018년과 『경영의 실제』

이 책이 나온 지 어언 60여 년이 흘렀다. 이 책이 설파했던 고객 창조, 마케팅, 혁신, 노동자의 존엄과 자율적 성과 등의 개념은 이 책 외에도 여타 수많은 경영 구루의 웅변에 힘입어 지금쯤 웬만한 경영자들에게 충분히 수용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경영의 정의 자체도 과거에 단순히 물적, 인적 자원들을 통제·관리하는 행동이라는 의미에서 탈피해서 21세기에 이르러서 세상에 가치를 창조하고 일하는 사람의 역량을 최대화하는 행동이라는 방향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서 경영자가 지닌 막대한 권력과 그 책임에 대한 인식 면에서는 아직도 진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사회 전반에 반기업 정서가 횡행하고, 대중들은 어떤 막강한 힘, 예컨대 신통한 정치권력이 등장해서 기업의 탐욕과 악행을 일소해주길 기대하는 것을 보면 대중은 물론이고 경영자 자신들도 경영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지어 대부분의 대중이 기업 또는 그에 준하는 조직에서 일하면서 소득을 일구고 있음에도 정작 기업과 경영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드러커가 소망했던 ‘기능하는 사회(functioning society)’는 아직 요원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시중의 경영서와 같은 차원에서 접할 것이 아니다. 경영이라는 주제를 빌려서 설파한 사회사상서, 더 나아가 자본주의 이후의 조직사회에서 올바른 지식노동자의 삶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현자의 통찰이라고 봐야 한다. 표면상 언어는 비록 경영학의 것들이지만 독자들이 기회 닿는 대로 이 책과 더불어 드러커의 다른 저서들을 찬찬히 음미하면서 뜬구름 잡는 인문학 설교자들보다 훨씬 현실적인 지혜를 낚아볼 것을 권한다.4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mirobook@naver.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청년 시절부터 교양으로서 드러커를 틈틈이 읽어 왔으며 플래허티(JOHN E. FLAHERTY) 교수의 드러커 연구서 『피터 드러커: 현대 경영의 정신(예지, 2002)』을 번역한 것이 계기가 돼 본격적으로 드러커의 원전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드러커를 탐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드러커리안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하고 있으며,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업타당성 평가실무(2013)』 『기업자금관리실무(공저, 2015)』 『기술금융의 이해와 실무(공저, 2016, 이상 영화조세통람) 』 등 다수의 저서와 『CEO가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유혹(위즈덤하우스, 2001)』 『피터 드러커로 본 경영의 착각과 함정(을유문화사, 2016)』 등이 있다.

참고문헌

1. Peter F. Drucker, the Practice of Management, Harper Perennial, 1954

2. Peter F. Drucker, 이재규 옮김, 『경영의 실제』, 한국경제신문사, 2006.

3. John E. Flaherty, 송경모 옮김, 『피터 드러커: 현대 경영의 정신』, 예지, 2003.

4. Morgan Witzel, A History of Management Thought, Routledge, Taylor & Francis Group, 2017.

5. 송경모, 『피터 드러커로 본 경영의 착각과 함정들』, 을유문화사, 2016.

6. 이재규, 『한 권으로 읽는 피터 드러커 명저 39권』, 21세기북스, 2009.
  • 송경모 | 드러커를 탐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드러커리안 라운드 테이블’ 참여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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