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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4차 산업혁명의 기술에 도취한 세상 ‘인간 중심성’ 확고한 신념 없인 미래 없어

신동엽,고승연 | 244호 (2018년 3월 Issue 1호)
Article at a Glance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자본주의 정신이 자본주의를 만들고, 이러한 근대 자본주의의 현대성(modernity)의 핵심은 ‘관료제’라는 주장을 전개했다. 베버가 남긴 수많은 저작에서 도출되는 개념과 이 책에서의 서술을 종합해보면 자본주의적 목적합리성과 관료제는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우리 인류 자체를 스스로 가둬버리는 문제도 만들어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두가 기술에 열광하고 새로운 도구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효율성과 성과에 즐거워할 때 막스 베버의 통찰과 경고, 조언을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다. 경영자들은 베버가 관료제 중심 현대 산업사회의 명암을 동시에 간파했듯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양면성을 동시에 보는 균형 잡힌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또 베버가 마르크스의 결정론적 관점을 극복했듯 자칫 지금의 경영자들이 빠질 수 있는 기술결정론의 함정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 역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아닌 우리 인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거대한 변화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일과 직업의 세계뿐 아니라 조직경영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이 조직과 경영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고전을 추천하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독일의 위대한 사상가 막스 베버(Max Weber, 1864년 4월21일 ∼ 1920년 6월 14일)의 저술들을 선택할 것이다. 베버는 그가 살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산업사회의 도래에 결정적 역할을 한 현대적 조직의 등장 원인과 본질, 그리고 결과에 대해 놀라운 통찰력으로 정확하게 예측했다. 현대적 조직의 전형적 형태인 ‘관료제(bureaucracy)’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비롯해 베버의 저술들은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경영학과 조직이론은 물론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행정학, 리더십, 법학, 역사학, 종교학, 사회철학 등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버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기업과 같은 현대적 관료제 조직들에 의한 인류사회의 근본적 재구성을 단연 가장 깊이 있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예측한 학자다. 베버는 칼 마르크스(Karl Marx)와 더불어 사회이론 분야에서 역대 최고의 거장으로 존경받는 대가인데 학자의 이름 뒤에 ‘∼주의자’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은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뜻의 ‘막시스트(Marxist)’와 베버주의자를 일컫는 ‘베버리언(Weberian)’뿐이다.

베버는 인문사회 전 분야를 망라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는데 그중에서 베버의 현대적 조직과 경영, 그리고 경제에 대한 관찰과 이론은 3부작으로 편집된 『경제와 사회(Economy and Society)』에 가장 포괄적으로 제시돼 있고, 또한 『조직과 사회에 대한 이론(A Theory of Organization and Society)』에도 압축적으로 정리돼 있지만 19세기 중후반에 등장한 현대적 조직이 초래할 인류 사회의 근본적 대전환을 가장 압축적으로 예언한 것은 베버의 마지막 저술이자 유작인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마지막 챕터일 것이다. 10여 쪽에 불과하지만 ‘강철 우리(iron cage)’나 ‘영혼 없는 전문가(specialists without spirit)’ 등 100여 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촌철살인의 충격을 주는 개념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는 마지막 챕터를 읽을 때마다 필자는 그의 깊은 통찰력에 전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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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산업사회의 도래

베버는 현대 산업사회2 의 핵심 특성은 19세기 말경 출현한 현대적 조직이라는 새로운 개체에 의한 전체 사회의 근본적 재편이라고 봤다. 즉 베버는 ‘관료제(bureaucracy)’로 지칭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들에 의한 전체 사회의 재조직화를 통해 전통사회와 구분되는 현대사회가 도래했다고 보고 그 원천과 본질, 작동 원리, 그리고 결과를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탐구했다. 조직을 현대사회의 핵심 구성단위로 보는 베버의 관점은 후대 학자들에게 계승돼 조직이론의 거장 퍼로우(Charles Perrow)는 현대 산업사회를 ‘조직들의 사회(society of organizations)’라 부르기도 했다. 즉 퍼로우는 베버가 관료제로 부른 현대적 조직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20세기 중반이 되면 사회의 대부분을 흡수해버리면서 현대 산업사회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베버가 규정하는 ‘현대(modern)사회’란 현대적 조직들에 의해 구조화되고 조직화되며 작동하는 사회를 말하며, ‘현대성(modernity)’이란 현대 조직들의 핵심 논리가 사회구성원들의 마인드셋을 지배하는 현상을 말한다. 베버가 정확하게 관찰했듯이 관료제는 기업뿐 아니라 비영리/공공 부문에까지 깊숙하고 폭넓게 확산돼 현대 산업사회의 본질을 규정했다. 본격적인 현대 조직이 출현한 것은 19세기 중후반이었는데 이때 등장한 이 새로운 사회 구성단위는 전대미문의 효율성과 생산성 증대를 촉발하면서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현대적 조직의 확산에 의한 현대 산업사회의 도래는 인류사를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로 구분하는 분기점이 됐다. 조직경영이론도 이때 탄생했는데 처음으로 조직에 학문적 관심을 가졌을 뿐 아니라 가장 깊이 있게 탐구한 학자가 바로 베버다. 베버의 관료제의 등장과 확산, 그 결과 도래한 현대 산업사회에 대한 관찰과 설명은 그 후 사회이론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고, 특히 조직경영이론을 탄생시켰으며, 현재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많은 조직이론 패러다임들의 뿌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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